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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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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노동자들 조회 6,910회 2019-01-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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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114일자로 게재됐던 또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서명용지에 남겨진 청춘은 숨 쉬고 싶어요라는 문구와 마찬가지로, 숨 쉬며 살아가고 싶은 청년 노동자들의 분노, 그리고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쟁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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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김용균들의 이야기

 

 

내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박점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촉탁계약직 해고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 동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 좋은 기업에 입사했다고 좋아했지만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정규직 시켜주겠지 꿈꿨을 김용균 동지를 생각하면 나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현대자동차 촉탁계약직으로 입사한 나도 똑같이 생각하며 일했지만,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됐다. 김용균 동지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고 손 피켓을 들었던 것처럼, 나도 비정규직 문제가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싸우고 있다.

 

어이, 촉탁!”

 

현대자동차에서 일할 때 그나마 노동조합이 투쟁한 역사도 있고, 불법파견을 피해서 비정규직을 쓰려고 했던 거라 정규직 1년차 연봉을 받았다. 촉탁계약직들은 차별당하는 게 더럽지만 돈이라도 많이 줘서 그나마 낫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정규직들도 어차피 떠날 거라 생각해서인지 우리를 부를 때도 어이 촉탁’, ‘촉탁이라고 했다. 불법파견으로 신규채용이 들어오면 촉탁계약직은 한 공장에서 다른 라인으로 수시로 밀려 다녔다. 다른 공장으로 옮겨가는 일도 있었다.

 

특근 날에도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 공장에 일이 없으면 다른 공장에 지원가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현장도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로테이션을 돌아서 8시간을 일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일부분 로테이션을 했지만, 촉탁계약직은 그렇지 않았다.

 

안전교육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얘기는 안전 문제보다는 계약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평생 일할 수 있는지 같은 거였다. 왜냐하면 촉탁계약직 뽑았을 때 채용 사이트에도 2059년이라고 쓰여 있었고, 기간도 6개월 이상 일할 수 있으며 2년 되기 전에 해고된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짤리고 싶냐!”

 

김용균 동지가 일했던 업무가 21조를 하는 거였지만 혼자 일했다. 안전을 생각하고 2명이 일하겠다고 하면 해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촉탁계약직 노동자들도 주로 기피공정으로 내몰리면서, 둘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불량이 나면 짤리고 싶냐는 얘기가 튀어나온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고 있는 와중에 불량을 수리하려고 할 때 라인이 잠깐 서기라도 하면 관리자들이 뛰어와서 왜 세웠냐, 책임질 수 있냐고 몰아세울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용균 동지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세울 수가 없어서 몸이 빨려 들어가 사망한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높은 사람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갔다. 정말 마음 아팠던 것은, 아픈 다리에 깁스까지 하고 온 어떤 형님이 그래도 일할 수 있다며, 끝까지 일하게 해달라며 계장한테 눈물을 보이며 빌어서 다시 일하게 된 일이다. 그날 우리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장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사람이 다쳤는데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다, 당신의 자식이 다쳤어도 이럴 거냐고 항의했다. 그 형님은 짤리지는 않았고, 그나마 작업을 끝내고 잠깐이라도 의자에 머무를 수 있는 자리에서 일을 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수시로 관리자들은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다는 얘기를 했다. 2012년 공개채용을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응시했던 사람들이 8만 명이 넘는다. 나 역시 그때 지원을 했다. 지원자 대부분이 20, 30대로 대학교 휴학하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장사를 한다며 돈 벌러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나 오래 일하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촉탁계약직의 현실을 바꾸려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래도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에 참여했다. 청와대, 국회, 검찰을 향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근본적으로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을 없애고 특수고용직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투쟁했다. 그리고 각 사업장 문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모든 비정규직이 함께 단결투쟁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게 참 좋았다. 45일 동안 텐트를 치고, 자리사수를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규모 있게 기자회견도 하고, 장애인 동지들도 함께 하는 시간이어서 더욱 힘차게 진행했던 거 같다.

 

지금은 몇몇 동지들과 현대자동차 정문에서 김용균 동지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서명을 하고 있다. 작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노동자들은 대부분 고 김용균 동지와 같다.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정말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만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을 철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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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점환 동지(맨 왼쪽)

 

 

안녕하십니까?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해고자 이도입니다.”

이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해고자 

 


김용균 님 사망사건을 보면서 나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수리 및 AS 업무를 하고 있었다. 회사는 인건비를 더 남겨먹기 위해 가령 10명이 필요인력이면 7명만 고용했다. 부족한 인원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200만 원이나 됐으려나.

 

곳곳에 있는 김용균

 

그러던 중 201753일 비극이 벌어졌다. 태안화력발전소 사망사고와 판박이다. 에스컬레이터 AS를 원래는 두 명이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그 친구 혼자 나갔다. 함께 일할 동료가 없어 부득이 고장을 신고한 아저씨와 수리작업을 하다가 그만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나는 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녹음기를 켜고 정신이 혼미한 친구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회사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회사의 책임이라는 증거를 남기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는 마치 사고가 친구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더니 결국 넌지시 합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김용균의 유족은 슬픔을 딛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면서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힘도 없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도 잘 못하는 순박한 내 친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얼마간의 돈을 받고 합의했다.

 

한쪽 다리를 절단해서 장애등급 4급 판정을 받고 앞으로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청년의 미래를 망쳐놓고도, 사장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이 사회에는 이런 철면피한 사업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얼마나 많은 김용균들이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나도 정규직을 꿈꿨다

 

나 또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일하면서 용균이처럼 정규직을 꿈꿨다. 201410월에 현신물류라는 하청업체에 입사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성실하게 일하면 최소한 업체 정규직으로 일할 줄 알았다. 가족에게 어렵게 양해를 구하고 연월차도 쓰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하지만 사장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등 이중으로 착취했다. 게다가 23개월 30일이 지나서 다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그제서야 나는 사장이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사는 애초에 없었고, 계약직으로 부려먹다 필요 없으면 짜르려고 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해고될 것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의지할 곳은 노동조합뿐이었다. 결국 노동조합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810월 말일부로 계약이 해지돼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동안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들이 사장이 나가라고 하면 찍소리 한 번 못하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나는 1123일부터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싸우고 있다. 나 외에 계약직 해고자가 두 명 더 있는데 동료 형님은 무려 10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연말에 해고됐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아니 후회 없이 현대차와 제대로 싸워보고 싶다. 불법파견도 모자라 계약직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쓰다가 버리는 현대차의 못된 버릇을 꼭 고쳐주고 싶다.

 

 

그의, 나의, 우리의 이야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지난 해 1211, 고 김용균 님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아직 젊디젊은 스물넷에 불과했습니다.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입니다. 그러나 그는 허무하게 떠났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그의 부모님이 말씀하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들이 (하청업체로) 가게 된 이유는 고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서류를 들고 반 년 이상 헤매다 찾은 곳이 여기였다. 대통령께서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우리 아들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나의 이야기

 

그의 부모님의 하신 말씀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서류를 들고 반 년 이상 헤매다 찾은 곳.” 제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깁니다


저는 서류를 들고 반 년 이상 헤매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그 언저리에서 희망과 꿈을 잃었습니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했고, 계속해서 누군가를 꺾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좌절해 왔습니다.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통해 상품 취급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죽을 것처럼 노력해도 100명 중 서너 명만이 성과를 가져가면, 나머지에 속하는 누군가는 좌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우리는 학교에서의 공부 일등이 좋은 일이라 배웠고, 재수, 삼수를 하면서까지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 경쟁해야 했고, 대학에 가서는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졸업하고 나서는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해 경쟁해야 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공부를 원치 않아도 우리는 공부로 경쟁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성실한 거라고, 성공하는 거라고, 당연한 거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들고일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누구나가 양질의 일자리를 갖지는 못합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5%라고 합니다. 체감실업률은 무려 22.9%입니다. 청년 넷 중 한 명은 실업자라는 얘기입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 1,112명의 79%아직 취업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답니다. 다수의 청년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있습니다. 고 김용균 님이 걸어온 길은 청년들의 자화상입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라니요?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라고요. 화가 납니다. 이제 그만 좀 하시라고요?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요? 이전 8년 동안에도 발전소에서 11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고 김용균 님만의 이야기입니까? 2천만 명 임금 노동자의 33%가 비정규직인데, 한 사람만의 문제인가요? 당신의 아들이었어도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이야기했을까요?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다고 떠들어댑니다. 누구 하나 죽어야 바뀐다는데,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합니까? 더 이상 목숨을 담보로 삼는 일은 없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가족의 이야기처럼 내 자식은 죽었지만 그 동료들은 살려내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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