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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왜 살인을 계속 용인해야 하는가? 기업살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에게 듣는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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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276회 2019-01-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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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을 계속 용인해야 하는가? 기업살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활동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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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장사로 삼성, LG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는 동안, 그걸 만드는 노동자들은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청 노동자들이 정말 많이 죽는다. 비정규직 제도의 심각성을 다시 얘기한다면?

 

2017년 노르웨이 LNG 운송업체가 현대중공업에 발주를 한 적이 있다. 발주사와 선주사를 찾아 책임을 촉구했다. 발주사, 선주사에게 산재사망에 대한 몇 년 동안의 보고서를 영문으로 보냈는데 실제로 노르웨이 발주사에서 찾아왔다. 그들은 공식적인 데이터를 보여 달라고 했다. 노르웨이 발주사가 투자하려는 돈이 연금펀드에서 나오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들은 윤리적 책임을 고려했고, 실사를 하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실에서 면담도 했는데 그분들이 최초로 말한 게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데”, “하청은 왜 그리 많은데였다. 자기들은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죽은 김용균 노동자의 회사였던 한국발전기술 사장은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 왜 힘들면 얘기하지.” 기업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돌아가는 사회다. 사람이 죽는 문제는 어디나 똑같지만 한국은 뭐랄까, 심각성이 지옥을 파고 들어간 정도다.

 

2015~2016년 메탄올 중독사건으로 6명의 노동자가 실명을 당했다. 이 때 기업에 대한 처벌은 어땠는가?

 

메탄올 중독사건을 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다. 사건개요를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0161월 초에 한 분이 병원에 실려 왔다. 숨도 못 쉬고 심폐소생술도 하고 그랬다. 앞이 안 보이니까 의사가 아무래도 중독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메탄올 중독이면 한 명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구미, 충남, 부산 등 아는 활동가들에게 다 연락을 했다. 매일 기사를 검색해 유사사례 제보요청 댓글을 달았었다. 혹시 비슷한 사람, 사례 있을까봐.

 

실명을 당한 노동자들은 삼성과 LG 핸드폰 유심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판때기를 만드는 일을 했던 파견 노동자였다. 메탄올이 스프레이처럼 분사됐고, 그걸 흡입했거나 그 메탄올이 몸으로 흡수돼 급성중독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들 혈액이 메탄올에 절어 있다는 말도 나왔다. 급성중독으로 시신경과 중추신경계가 다쳤다. 그렇게 그들은 눈으로 보는 빛을 잃었다. 아주 어린 나이에 말이다.

 

누군가 죽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 슬픈 일이지만, 똑같은 증세를 가진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경우는 접근방법도 다르고 그 역시 감당하기 힘든 슬픈 일이다.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속적으로 상의한 끝에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언론에도 나왔고 UN에도 다녀오고 토크콘서트도 하게 됐다.

 

하청업주들은 처벌을 받았다. 아주 약하게 벌금 몇 백만 원. 원청인 삼성과 LG는 현대제철처럼 법적으로 처벌 받을 이유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 분들이 일한 사업장들은 삼성과 LG의 사내하청이 아니라 사외하청이었다. 지금의 법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원청을 상대로는 아예 할 수가 없어서 대한민국을 고발했다. 청년들이 동시다발적 실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계속 얘기를 들으니 기업살인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죽었다는 건 그 이전에 이미 몇 십, 몇 백 명이 다치는 일, 바로 사망사고의 징후가 있었다는 얘기다. 살인을 방조한 수많은 시간이 존재했다. 기업은 고의적으로 외면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방조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우리가 기업살인법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망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고리를 안전하게 만들고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다. 기업과 사회가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 중심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더 싸우지 못했다고 반성할 수밖에 없다.

 

너무 자학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제나 결의는 필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즐기는 방식으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메탄올 실명 당사자도 처음엔 언론에 나가는 걸 게 너무 싫어했고, 언론 좀 그만 데리고 오라고도 했다. 그래서 같이 뭘 할 수 있는 방법,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세월호 참사와 촛불투쟁을 거치며 얻은 게 많고 사람들의 관점이 진일보 했다고 본다. 당장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반성을 해야 한다면 자기가 서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시하지 않는 걸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투쟁의 상상력 부족을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다면.

 

저는 위험하면 위험하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결국 지향점은 노조 건설이겠지만, 그 전에 소리 지를 수 있어야 한다. 그 소리가 모여 하나의 의견이 되고 사회에 전달돼야 한다. 그래야 서로 건강할 수 있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기업살인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 건강한 현장이 있어야 하고, 그 속의 사람들의 목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져야 한다. 언론에 댓글을 쓸 수 있고, 제보도 할 수 있고, 노동부에 신고를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행사할 때도 있고 각계에 알리는 방식을 쓸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총대 메는 방식이 아니라. 저는 직장갑질 119를 제안했다. 먼저 소리치자. 일단 말해보자. 거기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소리 지르는 방식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

 

어떻게 산재사망의 근본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을까.

 

사망사고가 났을 때, 큰 참사가 터졌을 때 단순하게 안전문제로만 접근하면 전문가주의로 빠질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안전문제가 얼마나 정치적인 것인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더 확실하게 짚기 위해 계단이 없고 난간이 없고 이런 걸 파악하는데, 그걸 기본으로 하되 거기에 무슨 철학과 구조가 있는가를 봐야 한다. 회사가 위험을 고치고 무시하지 못하게 할 힘은 어디서 오는가, 현장에서 뭘 가지고 그걸 만드는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 전문가가 아무리 와도 소용없다.


그런데 마치 대학교수가 와서 안전진단해서 법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늘 안전진단에서 멈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힘은 필요하지만 노동자가 스스로 왜 위험한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도 당사자들이 구체적으로 위험을 지적해 줄 수 있다. 그게 현장의 힘이다. 그리고 원인을 볼 때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 수직적인 구조, 문화, 환경을 다 포함해 봐야 한다. 원인을 살필 때 원인의 원인까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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