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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체제에 기생해 온 공동정범들: 하청업체, 원청 발전사,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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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691회 2019-01-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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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위험작업을 떠넘기는 게 행복한 세상을 밝히는 일인가?(사진_한국서부발전)

 

 

김용균 동지의 유가족은 이번 사망사고가 구조적 살인이라고 분노하며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반대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물어선 안 되며 오히려 유가족이 문재인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는 식의 말까지 내뱉는다. 의식했든 못 했든, 이런 태도는 구조적 살인의 책임소재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 같은 발전사들은 공기업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하여 경영하는 기업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경영하는 바로 그 공기업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사전에 실린 공기업에 대한 정의가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지는 못한다. 지난 정부들을 거치며 공기업에는 항상 방만 경영이란 낙인이 찍혔고, ‘경영혁신이란 과제가 자동으로 부과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시행해 왔는데, 그 평가 항목들을 보면 이른바 경영혁신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진다.

 

수익성 논리가 지배하는 공기업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적용한 공기업 경영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를 포함한 경영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정도, 효율적인 예산편성과 집행, 원가 및 경비 절감, 이를 위한 자산매각, 수익성 확대 등등(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참조). ‘공공성이란 평가 잣대를 정부가 대놓고 부정할 순 없었지만, 사실상 수익성이란 잣대가 강력하게 공기업을 지배했음은 명백하다.

 

수익성을 강조하는 공기업 경영평가는 곧 공기업들에 이윤을 향한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공기업은 성과급 등 더 많은 예산을 받아갈 수 있게 된다. 나쁜 평가를 받은 공기업은 성과급은커녕 사장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통상적인 민간기업 전문경영인들과 마찬가지로, 공기업 사장들도 임기 3년 동안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 단기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예컨대 철도공사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벽지노선 운행을 줄여버리는 선택을 한다. 자본의 입장에서 이는 경영 효율화. 그 대가로 달리 교통수단이 없거나 부족한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은 추락한다. 또한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대체하고, 현장 검수인력을 줄여 열차와 승객의 안전을 희생시켜버린다.

 

발전회사들도 마찬가지

 

한국서부발전은 2017년에 이뤄진 2016년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며 즐거워했다. 방법은 명백했다. “투자비를 초긴축 운영”, “발전사업에 민간 자본을 유치”, “예산을 절감등등(“한국서부발전, 에너지 공기업 중 가장 빛났다”, 2017823일자 <한국경제매거진>)

 

효율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공기업에서 담당하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민간 하청업자들에게 넘어갔다. 특히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위험한 작업들을 전면적으로 외주화시켰다. 입찰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들은 21조 규칙도 못 지킬 정도로 적은 인력, 더 낮은 임금, 더 열악한 장비로 노동자를 부려먹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이처럼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구조는 수익성을 앞세운 정부의 공기업 경영 효율화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현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한 대목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2월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계획>을 보면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항목이 신설됐고, 일자리 창출이나 안전 및 환경, 윤리경영 등이 세부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또 하나의 위선

 

하지만 노동존중이라는 구호가 기만과 위선의 조합물이었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저 사회적 가치의 정체는 매우 의심스럽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새로운 체제를 지향하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체는 곧 경영 효율화로 표현되는 자본주의적 가치의 테두리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안전, 상생, 윤리경영 같은 말들을 늘어놓아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 통상적인 민간기업들도 자사 홍보를 위해 상생이나 윤리경영따위의 헛소리를 제법 잘 늘어놓지 않은가.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의 <2018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에선 기관의 직접 수행이 불필요한 사업은 폐지 축소하고, 민간 경합 사업이나 유사 중복 사업은 통폐합 축소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력한다”, “다각적인 경영 효율화 노력에 따른 절감 재원을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에 우선적으로 활용한다등 여전히 수익성 제일주의에 길을 터주는 지침이 등장한다.

 

바로 이런 수익성 강화 지침이 그동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의 민영화에 길을 열어줬다. 또한 절감 재원으로 작업조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겨 더 많은 재원을 절감하는 위험의 외주화흐름을 부추겨 왔다. 고 김용균 동지의 죽음 뒤에는 21조 작업규칙조차 지키지 않았던 하청업체가 있고, 그 뒤에는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거나 조장했던 원청 서부발전이 있으며, 서부발전 뒤에는 경영 효율화를 앞세우는 정부가 있다. 그들 모두가 지금껏 죽음의 외주화 체제를 만들고 유지해 온 공동정범이다.

 

구조적 살인을 중단시킬 열쇠

 

박근혜 정권 탄핵과정에서 드러난 대중의 폭발적 열망을 목격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노동존중 같은 그럴싸한 구호를 내걸어야 했다. 하지만 집권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의 구호는 부도수표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게 목적인 정부에게서 다른 걸 기대할 순 없다. 그들은 구조적 살인을 낳는 저 구조를 바꿀 생각이 애당초 전혀 없다!

 

이 구조적 살인을 근본적으로 중단시키려면 다른 길이 없다. 하청업체와 원청 발전사 자본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본가들에게 봉사하는 정부의 문을 닫고 다른 계급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 ‘수익성에 목을 맬 이유가 없는 계급, 아니 수익성의 논리를 깨뜨려야만 살 길을 찾을 수 있는 계급, 바로 노동자계급의 정부를. 그것이 구조적 살인을 종식시키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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