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치

죽일 수 있는 권리와 살 수 있는 권리 사이의 투쟁 : 작업중지권

페이지 정보

최영익 조회 5,889회 2019-01-15 21:32

본문

 

반대편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려면 규격에 안 맞는 계단을 기어 다녀야 한다.”(사진_태안화력시민대책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는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갔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 병기(속으)로 내몰겠느냐고 울부짖었다. 이 살인 병기 속으로 이제껏 수많은 노동자들이 투입됐다. 또한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9~10호기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살인 병기인 1~8호기 속으로 여전히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다.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발전소에서만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전국 발전소에서 2012~2016년 사이에 346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97%(337)가 하청 노동자가 당한 사고였고,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그 동안 원청 업체인 발전회사들은 무재해 산재보험금’ 112억 원을 감면받았다. 비정규직 제도는 합법적 해고제도일 뿐만 아니라 합법적 살인 면허증임이 드러났다!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투쟁

 

살인의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은 발전회사들만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의 책임도 엄중하다. 자본가들이 행사하는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하는 유일한 법적 장치인 산업안전법은 지금껏 살인 면허증을 허가해 왔다. 죽일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철면피 같은 자본가들과 악질 관리자들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 처벌조항도 담지 않았다. 반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려는 노동자의 유일한 보호장치인 작업중지권을 유명무실화해 왔다. ‘작업중지권은 법적으로 존재하지만, 모든 노동자에게 실제로는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전국적으로 매일 5명씩 산재로 죽는다. 다치고 불구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태안화력발전소만 하더라도 최근 매년 1.5명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이런 비참한 상황은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서 진정으로 작업중지권을 동원한다면, 대다수 현장에서 생산이 멈출 것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머릿속에는 몇 명이 죽더라도 생산을 돌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논리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그들에게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자신의 이윤을 위협하는 못된 권리이며, 오직 정당한 것은 이윤을 위해 살인 병기 속으로 노동자들을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의 권리일 뿐이다. 이렇게 자본가의 죽일 수 있는 권리와 노동자의 살 수 있는 권리가 치열하게 맞서는 전투의 장이 바로 작업중지권을 둘러싼 투쟁이다.

 

살인자들의 자유로운 권리 행사

 

자본가들은 살기 위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노동자들을 징계 해고하고, 계약을 해지하며, 손배를 때리고, 고소고발한다. 이에 불복하는 노동자들은 치열한 법률 공방전을 펼쳐야 하는데, 애매모호한 법률과 솜방망이 처벌규정, 막대한 소송비 등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강력한 노동조합과 같은 단결투쟁의 무기를 갖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이란 신기루에 불과하다. 현대차 노조처럼 거대한 노동조합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누군가 죽어나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작업중지권 행사는 해고를 각오하는 투쟁 없이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껏 산업안전법은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자본가들의 살인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더러운 치부가리개였다. 멀쩡히 작업중지권이 있는데, 그 위험한 노동을 멈추지 않았으니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알리바이에 불과했고, 명백한 고의적 살인 행위를 형법상의 살인으로 다루지 않고, 산업안전법의 벌금형 정도로 문지르는 지우개였다. 산업안전법은 죽일 수 있는 권리를 대변했지, ‘살 수 있는 권리를 결코 대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본가, 자본가 국가, 자본가 국회, 자본가 정당으로 이어지는 사각의 벨트가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정한 산업안전법(이른바 김용균법)은 이러한 법의 본질을 거의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기업살인처벌법은 포기했고, ‘도급 금지 대상의 범위는 아주 제한적으로만 확대(발전소는 제외)됐으며, 그것도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으로 채워져 있다.

 

자본 살인

 

고 김용균 노동자도 이런 자본주의 구조에 꽉 끼어 있었다. 위험한 낙탄처리 작업과 고탄 확인 작업을 혼자서 하도록 강요받았다. “(원청인) 서부발전은 낙탄 처리를 시킨 적이 없다고 하지만, 현장 파트장이나 그 윗분들을 통해서 사진까지 첨부해 지시했다는 것을 동료들은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서부발전 원청은 분진이나 소음이 심한 지역은 21조로 운영한다는 규정이 한국발전기술 업무 절차서에 있다면서 우리는 위탁을 주기 때문에 직원들을 어떻게 투입하는 것까지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청 단가 후려치지로 1인 근무를 강요하면서도, 오직 서류상으로만 면책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비열하고 가증스러운가! 위험의 외주화와 함께 책임의 외주화가 작동하는 것이다.

 

안전설비 설치를 노동자들이 계속 요구했지만, 회사는 3억이 아까워서 거부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죽음 앞에서 유일하게 작동시킬 수 있었던 마지막 수단인 풀코드는 팽팽해야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데, 현장에 있는 모든 와이어가 다 늘어져 무용지물이었다. 바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를 절대 멈추게 하지 않겠다는 자본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 의지는 고착탄 때문에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발전소가 정지할 것을 두려워해, 죽음의 컨베이어벨트가 바로 몇 센티미터 위에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고 김용균 노동자와 동료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좁은 틈에 들어가도록 강요했다. 이 의지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전면적인 작업중지를 하지 않았던 서부발전의 모습에서 더욱 잔인한 실체를 드러냈다. 이게 바로 지금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작업중지권’, 즉 살 수 있는 권리의 현 주소다.

 

살 수 있는 권리

 

노동자가 살 수 있는 길은 하나다. 모든 작업장을 국유화하고, 작업장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조직이 가져오는 것이다. 노동자정부를 수립해, 이 통제권을 보호하고 모든 형태의 자본주의 착취를 없애는 것이다. 바로 그 날, 권력을 쥔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할 일은 자신과 동료들을 더 이상 죽음의 현장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이 될 것이다. 안전 센서와 안전 펜스는 즉각 작동할 것이고, 작업중단 와이어는 가장 팽팽하게 조여질 것이다.

 

이러한 노동해방의 길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부터 작업중지권을 강화해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는 투쟁이 절실하다. 이것은 자본의 착취에 맞선 현장권력을 요청한다. 모든 작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세우기 위해 노조할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또한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작업중지권 행사에 대한 손배, 가압류, 징계, 해고 등 어떠한 형태의 불이익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 안전사고에 대한 조사에 해당 현장의 노동자들이 자주적인 조사위원회를 세워 전면 참여할 수 있게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모든 노동조합들은 위험한 작업에 대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을 비롯해 해당 산업 노동자들 모두가 신고하고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쟁취 센터로 실질적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이러한 실천 속에서 작업중지권 쟁취,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한 투쟁은 노동해방 사회 건설을 향해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힘을 벼려나가는 위대한 혁명적 투쟁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지금의 투쟁이 그 소중한 출발점이 되게 하자!

 

 

 

<가자! 노동해방>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검색창에서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을 검색해 채널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노동해방투쟁연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Total 191건 16 페이지
정치
이용덕 19/01/22 6,307
정치
이용덕 19/01/21 7,147
정치
오연홍 19/01/17 5,690
정치
최영익 19/01/15 5,890
정치
이용덕 19/01/15 5,717
정치
오민규 19/01/11 6,713
정치
이용덕 19/01/05 6,018
정치
이용덕 19/01/03 5,831
정치
이용덕 18/12/21 6,314
정치
노해투(준) 18/12/18 6,243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