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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령 수정, 재벌과 수구세력에게 활력을 안겨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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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조회 5,280회 18-12-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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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저임금이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최저임금 탓을 한다. 경제 침체도 최저임금 탓, 고용 쇼크도 최저임금 때문이란다. 문제의 발단은 재벌, 자본가들, 그리고 보수언론의 선동이었다. “연봉 5천만 원대 모비스도 최저임금 위반.” 이는 기본급 비중이 40%도 되지 않는 기형적 임금체계 탓인데, 이런 극단적 사례 하나로 최저임금을 악마로 만들어 버렸다.

 

저들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다. 이미 6개월 전에 입법예고한 시행령, 노사 모두로부터 의견수렴까지 완료해놓고 갑자기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며 문구 수정을 논의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산입범위 확대로 이미 너덜너덜해진 최저임금제도를 아예 걸레로 만들 셈인가.

 

재벌과 보수언론의 주휴수당 딴지걸기

 

이번에 재벌과 보수언론이 문제 삼은 대상은 주휴수당’, 그러니까 일요일 문제다. 한국에선 주5일제로 40시간을 일하면 일요일을 유급휴일(주휴)로 인정받아 8시간 임금을 받는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제대로 휴식하라는 취지로, 해방 이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만들어진 제도다.

 

당연히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닷새를 개근하면 그에 따른 대가로 주어지는 유급휴일일 뿐이다. , 주휴수당까지 포함해 받게 되는 임금총액이 아니라 주휴수당을 뺀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 역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30년 동안 한 번도 달라지지 않은 원리다.

 

그런데 70년 가까이 주휴수당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재벌, 자본가들이 갑자기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고, 그것 때문에 경제가 망할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명백한 거짓 이데올로기 공세였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어떤 이는 주휴수당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떠들고, 또 다른 이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최저임금 계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떠든다. 일관되지 않은 저들의 논리, 하지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주휴수당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 관철되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미 숱하게 떼어먹고 있는 주휴수당

 

2011년에 있었던 일 하나를 떠올려보자. 청년유니온이 카페베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 알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매장에서 주휴수당을 떼어먹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사건은 거의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됐고, 떼어먹을 게 없어서 청년들 알바비까지 떼어먹느냐며 엄청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카페베네가 떼어먹은 주휴수당만 무려 60억 원으로 추산됐다. 몇 푼 안 되는 주휴수당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청년들에게서 떼어먹었기에 저런 숫자가 나오는 것일까?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한 카페베네는 이내 주휴수당을 돌려주겠다고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

 

그럼 그 뒤에 문제가 해결됐을까? 설마 그랬을까. 자본가들이 어떤 놈들인가. 조금만 잊혀지면 무조건 떼어먹는 놈들이다. 이윤 몇 푼만 더 생긴다 하면 파렴치한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 자들 아닌가. 편의점에서, 식당에서, 빵집에서, 각종 프랜차이즈에서 주휴수당을 떼어먹는다는 보고가 그 뒤로도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조차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2015년부터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아예 주휴수당까지 합산한 월 급여가 얼마인지까지 함께 고시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별개이니 따로 계산해서 합산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 것이다.

 

 


20157월에 박근혜 정부가 고시한 2016년 최저임금. 시급(6,030)과 함께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월 환산액이 얼마인지를 함께 고시하고 있다. 

 

 

적폐에서 해방된 자본가들

 

박근혜 정권에서 저런 방식의 고시를 하려 할 때 경총은 반발했다. 그러나 경총의 당시 주장은 월 환산액을 함께 명시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을 뿐, 월 환산 기준시간을 209시간으로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209시간이 문제라고 발광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대법원 판례뿐이다. 대법원은 최저임금 계산을 위한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즉 월 환산 기준시간을 174시간으로 적용해도 된다고 판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대법원 판례는 지금까지 아무도 중시하지 않았다. 그 판례가 나온 것은 2007, 그러니까 11년 전의 것이다. 이명박 정권도, 박근혜 정권도 그 판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만일 저 판례를 중시하고 입법을 고려한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월 30~40만 원씩 강탈하는 효과가 나온다. 아무리 재벌에 부역한 적폐정권이라 해도 그걸 입법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적폐를 밀어내고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이 오히려 그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명박도 박근혜도 고려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결, 그래서 아예 못을 박자고 시행령에 월 환산 기준시간을 명시하려 하자 재벌, 보수언론이 광란의 선동을 시작했고, 그들의 선동에 기업 부담을 완화시켜줄목적으로 시행령 일부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 감옥에 있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억울해서 철창을 두들길 일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문재인은 재벌에게 이로운 일을 우리보다 훨씬 많이 하잖아! 문재인은 우리가 꿈도 꾸지 못했던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보고 적폐라는 거야!”

 

임금체계 단순화하자는 새빨간 거짓말

 

물론 문재인 정권의 시행령 수정이 월 환산 기준시간을 174시간으로 바꾸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토요일을 유급으로, 약정휴일로 인정받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월 환산 기준시간을 243시간으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209시간이 적용되도록 시행령을 비틀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토요일 유급 사업장에서 자본가들은 합법적으로 임금삭감 공격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우선 209시간에 대해서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면 되니까 나머지 34시간(243에서 209를 뺀 시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미만을 줘도 상관없다.

 

어디 그뿐인가. 연장근로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계산에는 여전히 243시간이 적용된다. 34시간에 대해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면, 34시간을 포함한 통상임금 액수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자본가들은 연장수당을 대폭 깎아내릴 수 있게 된다.

 

그래도 법 위반이 아니냐고?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한국의 노동법에 그런 명문의 법 규정은 없다.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져도 불법이 아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볼까? 앞에서 언급한 34시간에 대해서는 시급을 10원만 주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면 통상임금은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불법이 아니다.

 

아니, 토요일 유급 사업장의 경우에 최저임금 계산할 때는 209시간을 적용하고, 통상임금 계산할 때는 243시간을 적용한다고?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기준을 맞추자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임금체계를 훨씬 복잡하게 만들어?

 

임금체계 단순화는 문재인 정권과 자본가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그들의 진짜 목표는 임금삭감, 그리고 임금의 유연화에 있다. 임금삭감과 유연화에 도움이 되면 임금체계 단순화를 밀어붙이지만, 임금삭감을 할 수 없다면 굳이 단순화를 밀지 않는다. 이번처럼 임금체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만 임금삭감이 가능하다면 그 길을 간다.

 

문재인은 임금삭감 전문가

 

벌써 몇 차례인가? 노동시간 단축하자더니 갑자기 휴일 중복가산을 200%에서 150%로 강제로 삭감해 버렸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하더니, 지난 5월엔 상여금과 수당 모두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대상에게 적용될 표준임금체계를 보면 이게 도대체 정규직 임금 맞아?”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완전히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놓았고, 20~30년을 일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20~30% 더 받는 수준이다. 차라리 비정규직 시절 임금이 더 높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다름 아닌 문재인 정권이 짜놓은 표준임금체계다.

 

이제 박근혜가 했던 바로 그 노동개악,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로 가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탄 것일까? 2015년 박근혜의 노동개악이 벌어지던 바로 그 순간과 똑같은 상황이 돼 버렸다.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성과연봉제란 단어가 사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연공급제를 괴물로 만들어 직무급이라는 놈이 임금삭감을 공격하는 재료로 활용된다는 점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이명박, 박근혜가 완성하지 못한 임금 유연화의 길을 문재인이 완성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덕에 재벌과 자본가들은 적폐청산의 대상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문재인이 하는 짓을 보면서 태극기부대도 이제 때는 왔다며 만면에 자신감과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재벌도 공범”, “적폐 부역자라는 슬로건이 외쳐질 때, 경총은 감히 공개적으로 자기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이 이렇게 잘해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 만에 완벽하게 원기를 회복한 경총은 이제 자신 있게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래 경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명서 목록을 한번 살펴보시라.

 

 


 

이번 최저임금 시행령 수정은 재벌, 자본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줬다. 6개월간 입법예고하고 노사 단체 의견까지 다 수렴한 상태에서도 자기들이 광란의 선동을 하면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정권은 언제든지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말에 무너질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해서도, 경총은 전방위 로비를 통해 원청 책임과 기업 처벌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누더기를 만들어 버리지 않았던가. 자유한국당이 주로 선수로 나섰다고 하지만, 결국 법안이 그렇게 누더기가 되도록 더불어민주당 역시 동의, 합의해 줬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ILO 협약 비준이라는 정부 약속을 그대로 믿어줄 수 있을까? 자본가들은 언제든 말을 뒤집더라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말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데, 경사노위 아니라 경사노위 할아버지가 온다 한들 노사정 합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합의를 안 해도 국회가 알아서 자본을 위한 입법을 해주는데 굳이 양보를 해가면서 합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민주노조운동 역시 사회적 대화라는 환상을 단호하게 걷어차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사회적 대화란, 노동의 일방적 양보를 제도적으로 승인받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김대중, 노무현이 추구했던 노사정위원회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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