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신문/동영상/카드뉴스 | 현장

세아창원특수강 사내하청 노동자가 물었다: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페이지 정보

배예주 조회 7,368회 18-12-25 11:47

본문

 

6c90a41acf36a523dcf1c8089bef4f56_1545706030_0819.jpg

한 지붕 아래 누군가는 정규직으로 누군가는 비정규직으로. 이 분열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세아창원특수강에서 일하는 한 사내하청 노동자가 이메일을 보내 왔다. 자기 회사의 사내하청 업무가 불법파견임을 알리기 위해 1218일 혼자 준비한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1219일엔 세아창원특수강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노동부의 신고사건 처리결과 소식도 알려 왔다.

 

뉴스를 보고 법을 떠올린 하청 노동자

 

세아창원특수강은 스테인리스 제품을 주력으로 각종 산업에 쓰이는 탄소합금강 제품을 생산하는 철강 제조업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살 노동자는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인천공항, 파리바게트 등 불법파견과 정규직화에 관한 뉴스를 접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와 다른 게 하나도 없다, 우리도 불법파견이니까 고쳐지겠는데생각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현대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같은 제조업 공장에서도 불법파견 판결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원청 지시를 받으며 원청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할수록, 법과 기사를 찾아볼수록 자신이 하는 직접생산 업무는 확실한 불법파견이었다. 이메일을 보내준 노동자는 현장작업뿐 아니라 하청 사장이 불법파견 진정을 취하하면 ‘700만 원과 10일 휴가를 준다고 한 내용조차 불법파견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물론 불법파견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이 법에 호소하는 것 자체가 밥줄 끊기는 걸감수하는 일이다. 그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26개 하청업체, 1천 명은 누가 봐도 명확한 불법파견이니 이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면 고쳐질 거라 생각했고, 지난 8월 혼자서 고용노동부에 사건을 접수했다. 뉴스에 나오면 해결이 더 빠를 거라 생각했다.

 

법보다 강한 자본의 주먹

 

그러나 기대는 빠르게 깨졌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자본의 감시와 통제, 동료들에게 퍼뜨리는 악선동, 취하 협박, 전환배치였으며, 노동부는 불법파견 아님통지서를 날렸다. 정부는 불법파견에 대해 자본에게 면죄부를 내줬다. 놀랄 일도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사업주를 고소해도, 현대자동차, 한국GM, 삼성전자, 포스코, 한라 등 대기업 어느 곳도 불법파견 범죄로 구속된 적이 없다.

 

현장에선 하청 바지사장이라 해도 하늘같은 원청 왕회장님 직속이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할 뿐이다. 그렇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밥줄을 걸고불법파견 소송을 한다 해도, 원청 사용자성과 불법파견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집단적이고 끈질긴 노동자투쟁이 있지 않고는 법원에 피할 수 없는 불법파견 증거를 제출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세아창원특수강 사내하청 노동자는 혼자 1,500여 장의 불법파견 증거를 모아 노동부에 제출했지만, 노동부는 자본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부는 냉혹하리만치 솔직한 태도를 취한 셈이다. 단결한 노동자의 강력한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한 노동자의 법적 호소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다는 자본가의 법칙에 충실한 것이다.

 

단결투쟁(노동조합)이란 무기가 없다면

 

잠시 포스코의 사례를 보자. 포스코공장에 1988년 민주노조가 들어선 뒤 깨지고 어용노조 하세월, 줄어든 정규직 자리에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치고 죽으면서 노조를 만들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철강공장은 불법파견 아닌 곳이 없다’, ‘모든 철강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그리고 포스코 정규직들의 민주노조가 다시 시작됐다. 여전히 포스코에선 하청 노동자 산재사고가 빈번하다.

 

다시 세아창원특수강으로 돌아가 보자. 많은 노동자들이 삼미특수강노동조합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공장이다. 1997년 포스코로 인수되면서 2,342명 직원 중 587명이 정리해고됐다. 거리를 전전하며 5년을 싸웠지만 패배했다. 다시 인수과정을 거쳐 지금 세아창원특수강은 정규직 1,203명 그리고 소속 외 근로자 수 981명이다. 세아창원특수강에서도 하청 노동자 산재사고가 빈번하다. 정규직 노동자 1명은 올해 6월 사망사고를 당했다.

 

발전소하고도 비교해보자. 현장이 무너지면서 소수가 민주노조인 발전노조를 지키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을 채워갔다. 비정규직도 민주노조를 만들었지만,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자본의 주먹보다 더 강한 노동자투쟁의 주먹을 만들어야

 

민주노조가 자본의 구조조정, 정리해고 공세를 막지 못한 자리에 비정규직이 채워졌고 착취가 횡행한다. 단결의 힘으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곳에서 불법파견도 끊이지 않는다. 단결투쟁의 힘이 실종된 세아창원특수강에서 만들어진 스테인리스스틸 강관은 마찬가지로 단결투쟁의 힘이 자리 잡지 못한 석탄화력발전소로도 들어간다. 그리고 이 공장에서든 저 발전소에서든, 제대로 된 민주노조 단결투쟁의 힘을 만들어내지 못한 노동자들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되고 있다.

 

다행히 지난 촛불항쟁 이후 도처에서 노동조합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다. 뭉쳐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자각이 조금씩 번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물결이 더 넓게, 더 강하게 번져나가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 그 길을 터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아직은 법에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여기는 무수히 많은 노동자에게 문재인 정부의 가짜 약속을 넘어선 진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가자! 노동해방>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검색창에서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을 검색해 채널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노동해방투쟁연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온라인신문/동영상/카드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노해투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