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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뒤틀린 ‘카풀 반대투쟁’과 물러설 수 없는 월급제투쟁: 택시 노동자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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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형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조회 6,984회 2018-12-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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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파업’에 노동자 동원하지 말고 당장 사납금제 폐지부터 시행해야 한다.

 

 

들어가며

 

김재주 동지의 전주시청 고공농성투쟁이 480일을 지나고 있다. 택시의 공공성 훼손(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사고율 및 사망사고율 1) 근절, 택시 노동자 월급제 쟁취를 통해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이다. 법령에 준한 월급제 시행을 완강히 거부하며 불법 사납금제를 유지하겠다는 사업주들에게 전주시청의 두 번째 행정처분이 내려진 지금, 전주시 21개 일반택시 사업주 중 7개사가 아직도 월급제 시행을 거부하고 있다.

 

7개사는 두 차례의 행정처분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고액의 변호사를 선임하며 시간끌기로 우리의 투쟁을 무력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7개사는 지금의 투쟁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이하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소속된 핵심사업장들이다. 때문에 이 투쟁은 7개사가 월급제 시행을 확약할 때까지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최근 자가용 승차공유인 카풀도입으로 택시에 관한 논란이 촉발되면서 택시의 본질적인 문제가 왜곡되고 있다. 분신으로 항거한 최우기 택시 노동자가 남긴 유서의 핵심은 저임금, 장시간노동 개선이었다. 이를 왜곡하며 마치 카풀 도입 자체가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택시산업에 근본적 폐해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카풀 반대투쟁의 실체와 물러설 수 없는 월급제투쟁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택시산업의 근본 문제와 카풀의 진입

 

택시의 현실에서 근본 문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다.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 현실에서 감당케 하니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사고율 및 사망사고율 1위는 필연이다.


이러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불법인 택시 사납금제에서 출발한다. 10시간 이상 일해야 감당할 수 있는 사납금과 고작 월 100만 원 정도의 고정급, 이마저도 사납금이 부족하면 월 고정급에서 공제 당한다. 그러니 그렇게 일을 하고도 빚을 지는 노동자가 수두룩하다. 생계비(초과 운송수익금: 사납금을 제외한 금액)를 이유로 하루 12~14시간 목숨을 건 죽음의 질주가 계속되는 노동현장이 택시다.

 

택시 사업주는 모든 경영리스크(승객 감소, 운송경비 인상 등)를 운수 종사자에게 떠넘기는, 즉 모든 운송경비와 경영이익까지 포함된 땅 짚고 헤엄치기 경영인 사납금제를 결코 포기할 리 없다. 택시 노동자는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안전하고 친절한 이동권 보장보다는 소비자인 시민이 돈으로만 보일 것이고, 단거리 손님은 피하고 장거리 손님만 선택하는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택시 현장 틈새에 자가용 공유경제(카풀) 진입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는 다름 아니라 사납금제를 고집하는 택시 사업주와 이에 동의한 어용노조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들이 작금의 카풀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카풀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은 박근혜 정부 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2015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에 자가용 유상운송을 금하지만 출퇴근 자가용 카풀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4차 산업, 공유경제를 이유로 대기업에 의한 택시 골목상권 침투가 여기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점도 분명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이를 승계하면서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카풀반대투쟁대책위의 실체와 파업으로 둔갑한 택시자본의 불법휴업, 불법직장폐쇄

 

122010만 카풀 반대 여의도 집회 주체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개인택시사업조합,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이하 전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이하 민택’) 4개 단체(이하 ‘4개 단체’). 앞의 두 개 조직은 사업조합이고 뒤의 두 개 조직은 노동조합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가 않다. 전국 1,700여 개 일반택시 사업장 사장의 20%, 관리자의 80%가 노조(전택과 민택) 출신들이다. 노조 출신 간부가 사업주를 넘어 지역 사업조합 이사장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들 노조 간부 출신 사업주들은 전택이 운영하는 새마을금고에서 대출을 받지 않은 사업장이 없다. 대당 수천만 원의 매매가인 법인택시를 많게는 700여 대 또는 수백 대를 움켜쥐고 있는 택시 대자본과 여기에 수십 대를 소유한 노조 출신 택시 소자본가가 엮여 있고,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수구보수정당 국회의원까지 담보되는 정치권력까지 있으니, 자본과 노동의 경계선 없이 하나로 뒤섞여 있는 게 저 4개 단체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 들어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란 명분으로 대기업 온라인 카풀 플랫폼 사업의 문을 열어주는 상황에서, 절대적 이윤보장을 위한 불법 사납금제로 맺어진 4개 단체를 중심으로 택시 대자본(택시사업조합)과 소자본(개인택시)이 매매가 하락으로부터 택시자본 재산 지키기 투쟁에 나선 것이 곧 지금의 카풀 반대투쟁이다.(미국 등에서 카풀 도입으로 실제 매매가는 30%까지 하락됐다고 함.)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풀 반대투쟁에서 정작 택시의 근본 문제를 해소할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시행구호는 안 보이고 오로지 카풀도입 결사반대구호만 남발되고 있다. 최우기 열사의 유언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 근절구호도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전국택시사업조합과 개인택시사업조합이 매매가 지키기 자본파업이라도 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노동자의 구호가 전혀 없다. 카풀 진입이 택시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한 것처럼 택시 노동자 생존권 말살하는 카풀도입 결사반대라는, 사실상 택시 자본의 매매가를 지키기 위한 들러리 구호만 요란하다.

 

1220일 집회 관련해서 사업조합은 운수 종사자들에게 ‘1220일 운행금지, 운행 시 징계라는 직장폐쇄 문자를 1시간마다 보냈다. 택시를 운행하면 징계하겠다는 협박이다. 당일 운행하는 택시지부 조합원들에게 하루 종일 협박 문자가 쇄도했다. 언론과 시민들은 택시파업이라 칭한다. 결코 아니다. 노동자파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택시운행을 멈추려면 해당 지방정부에 휴업신고를 하고 허가 후 운행을 멈출 수 있다.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택시파업이 아니라 불법휴업이다. 이를 어기면 감차처분이 내려진다. 아니면 노동자가 파업에 돌입하지 않는 한 자본가는 사업장 폐쇄를 할 수가 없다. 1220일 택시 자본가들은 불법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이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불법파업에는 이리도 관대하다. 또한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맹을 형성해 투쟁하는 것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당일 집회에 참석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인정근무, 급여지급 약속 문자까지 발송했다.

 

카풀 도입에 대한 택시지부의 입장

 

산업의 발전은 자본주의에서 필연이다. 자율주행택시, 드론택시가 수년 내에 탄생할 것이다. 카풀 또한 시민의 이동권 선택의 문제로 원칙적으로는 찬성해야 한다. 택시가 우선이 아니다. 시민의 편리하고 신속한 이동권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사업주들의 집단이기주의(생존권이라는 이름으로 택시 매매가 지키기)에 노동자계급이 함께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산업발전 덕분에 얻을 수 있는 확대된 재원은 사회에 환원돼야 하고, 투쟁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되는 사회적 임금으로 발전해야 한다.

 

카풀 도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에 의한 막대한 수수료 이윤이 보장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절대 반대해야 한다. 대자본의 이윤을 앞세우면서 안전성과 이동권의 공공성 침해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카풀이라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카풀 정류장 확대 등 공공사업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IT 강국답게 국가(국토부 또는 공기업)가 운영하는 카풀 도입이어야 한다.

 

노동자의 자주성과 월급제투쟁

 

카풀 반대투쟁이 불거지자 정부는 사납금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택시의 근본 병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실시를 이야기하고, 민주당은 사납금제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뒤늦었지만 수십 년 투쟁해 온 택시 노동자들의 구호를 정부가 따라하고 있다.

 

택시지부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본가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에 카풀이라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기 위한 그들의 대안 제시에는 월급제를 핑계로 카풀반대투쟁대책위 4개 단체를 노조와 사업주에 따른 찬성집단과 반대집단으로 분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꼼수는 헛다리를 짚는 것이다. 4개 단체는 조직만 다를 뿐 유전자는 동일하기(택시 사업주와 이에 동의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수년 간 그들의 행태를 보면 전택은 드러내놓고 월급제를 반대할 것이고, 민택은 구호만 찬성이고 속내는 반대일 것이다. 정부의 월급제 시행 제안에 전택과 민택은 아직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택시 사업주처럼 사납금제를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요동치는 택시투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의 사납금제 폐지, 월급제 시행안은 수십 년간 길거리에서 투쟁한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그런 노동자들의 굽힘 없는 투쟁이 없었다면 정부는 지금처럼 양보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6사납금제 직권조인 무효! 월급제 사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응재 열사, 201369일 전주 야구장 조명탑 고공농성, 2015253일 부산시청 광고탑 고공농성 그리고 480일째 이어지고 있는 김재주 동지의 전주시청 최장기 고공농성과 택시지부 동지들이 그 증거다.

 

전택, 민택에 속한 택시 현장 노동자들이 더 이상 자본과 뒤섞이지 말고, 자본과 정권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완전월급제는 쟁취될 것이다. 더 큰 투쟁을 조직하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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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노동자시민공동행동의 날, 전주시청 고공농성장을 지지 방문한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는 김재주 동지(사진_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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