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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님 동료 인터뷰 |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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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조회 6,021회 2018-12-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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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추모제에서 발언하는 고인의 동료들(사진_레디앙)

 

 

12월 19일 서부발전 본사 앞에서는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대전, 세종, 충남지역 노동자 결의대회가 약 7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 씨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가 용균이를 우리 곁에서 앗아갔다”며 “용균이는 태안화력이 죽인 것이다. 지금도 그 위험한 현장에 용균이 같은 젊은이들이 일을 하고 있다. 당장 발전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오열했다. 

 

대책위는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 공공운수노조와 유족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끝내 확답을 거부했다. 분노한 노동자들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같은 날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공공운수노조와 유족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집회 후 고 김용균 님의 동료였던 한국발전기술지부 한 조합원과 이번 투쟁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인터뷰는 익명으로 게재한다.)

 

한국발전기술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다.

 

노동조합을 결성한지 이제 막 1년 정도 지났다. 먼저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회사의 연혁에 대해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2011년 발전소 공기업 중 하나인 남동발전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처음에는 남동발전이 51% 지분으로 참여했지만, 민간시장에 개방하는 과정에서 2014년 6월 태광에 매각했다. 자회사 때는 그나마 처우가 준공기업 수준이었다. 하지만 민간기업으로 바뀌면서 저가수주경쟁으로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해가 갈수록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노동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쌓여가고 있었는데, 2016년 7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곧바로 현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화의 꿈을 품기 시작했고, 노조 건설에 대한 열망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서 12월 초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았다. 이후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한축으로, 다른 한축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어떤 상태였나? 노조 건설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국발전기술의 인적 구성을 보면 발전회사 퇴직자가 35% 가량이고, 나머지는 거의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이다. 기술등급이 6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자격증에 따라 저마다 임금이 천차만별이다. 발전소에서 퇴직하신 분들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고, 젊은 층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저임금이다. 용균이처럼 경력이 짧고 가장 힘든 일을 하는 20대 노동자들은 연봉 2,600만 원 정도다. 

 

노조를 만들고 나서 회사는 여수를 중심으로 재빨리 기업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민주노조로 조직됐고 첫 해 임단투에서 기본급 8만 원, 상여금 100% 인상 등을 쟁취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와 함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금아PSC 등 신규노조가 생겨났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발전소에서 정규직화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가?

 

다른 사업장들도 그렇지만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을 중심으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 환경, 설비, 운전은 석탄의 저장과 이송, 보일러에 쌓이는 찌꺼기 처리, 배출가스에서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탈황(脫黃) 설비 관리 등 연료, 환경 관련 설비의 운전을 담당하는 직무다. 

 

발전회사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런데 컨설팅을 맡은 노무법인 서정은 연료, 환경, 설비, 운전이 터빈이나 발전기 같은 발전소 주력설비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생명, 안전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말이 연구용역이지, 발전회사와 사측 성향의 노무법인이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했다. 어떻게 발전설비를 운영하고 정비하는 일이 생명, 안전과 무관하다는 것인가! 게다가 이들 업무는 상시지속적인 업무로 발전회사들은 자회사 전환 같은 꼼수가 아니라 직접 고용해야 한다. 

 

고 김용균님은 평소 어떤 분이었는가? 이번 사고 이후 동료들도 많은 충격을 받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용균이는 정말 순둥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애기 같았다. 나는 주로 근무교대를 하면서 마주친 적이 많았다. 나이는 어렸지만 자신이 맡은 일은 워낙 꼼꼼하고 성실하게 처리하는 성격이라서 항상 일을 늦게까지 했다. 이번 사고 후 시신을 수습한 것은 동료들이다. 너무 큰 트라우마를 입었다. 향후 심리치료를 위해 오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동료들이 스스로 나서서 일들을 잘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아버님, 어머님이 이번 투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내고 비정규직도 없애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사고는 단지 한 사업장에서 벌어진 산재사망 사고가 아니다. 명백히 기업 살인이다. 제대로 된 안전설비도, 안전교육도 없이 오직 더 많은 석탄을 이송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을 뽑아내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는데도 정부와 자본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람이 죽고 나서야 2인 1조 작업을 이야기하는데, 인력충원 계획은 없다. 게다가 9, 10호기에만 작업중지 명령이 떨어졌을 뿐 1~8호기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생명을 위협받으며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전국적으로 추모와 투쟁의 촛불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조합원들도 21~22일 상경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용균이의 죽음이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 더 많은 동지들이 함께 연대했으면 좋겠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내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제도를 철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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