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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누가 강릉선 KTX 탈선사고를 책임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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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철도 노동자 조회 6,427회 2018-12-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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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사고 없이 버텨 온 게 더 놀라운 일이다.(사진_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은 강릉선 KTX 탈선사고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사고의 진실을 찾아갈수록 정부와 국토부 자신의 책임이라는 사실이 더 선명해질 뿐이다. 실제 사고의 피해는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대부분의 철도 노동자들은 외주화와 철도공사 인원감축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피해는 피해도 아니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고의 조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작년 9, 급하게 강릉선의 선로를 깔고 운행시스템을 조성하면서 시운전을 하다가 한 명의 기관사가 사망하고, 여러 명의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외주회사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노동자들은 마루타처럼 목숨을 담보로 한 시험대상으로 투입됐다. 안전시스템과 장비가 채 정비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운행을 위한 신호시스템을 가동하다 정차해 있는 앞 열차의 신호를 받지 못한 후속 시운전 열차가 시속 70km로 충돌한 사고다.

 

당시에도 신호시스템은 외주회사 노동자가 담당했고, 운전은 철도공사 노동자가 했다. 이날 시운전 전에도 외주회사 노동자들은 시스템이 불안정한 것을 호소했지만 국토부와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은 시운전을 밀어붙였다. 국토부 관료들은 평창올림픽 전에 개통해야 한다며 무조건 밀어붙이는 기술을 발휘했다!

 

외주회사,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은 국토부의 황당한(?) 지시를 따랐다. 하지만 죽고 다치는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뿐이었다. 사람이 죽었지만 어떤 체계적인 후속조치도 알려지지 않았고, 그렇게 강릉행 위험선로는 개통됐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고의 조건

 

놀라운 점은 이번 강릉행 KTX 탈선사고가 아니다. 그렇게 허점투성이인 위험한 선로가 이제껏 큰 사고 없이 버텨 온 것이다. 이 위험한 선로는 평창올림픽 이후 제대로 정비, 개선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이것을 가로막았을까? 바로 이것을 정비하고 완전하게 만들 노동자들의 부족이었고, 철도산업 노동자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가로막는 분할의 벽이었다.

 

철도공사는 허준영 사장 시절 5,115명의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철도 노동자들의 반발로 생살을 도려내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차량분야는 공사 전환 이후 십여 년 동안 신규인원을 뽑지 않았다.

 

전기, 시설, 역 분야는 끊임없이 외주화를 단행했다. 부족한 인원은 차량, 선로, 전차선의 검수주기를 늘리고(가령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문제가 된 선로전환 케이블의 검수주기는 2년이었다!), 무인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필요인원 자체를 없애버렸다. 운전, 열차 분야는 기존인원의 특근(휴일근무)으로 메웠다.

 

가장 문제가 된 지점은 새로 깔리는 선로나 연장하는 선로에 투입해야 할 인원 충원이었다. 철도공사는 매번 신규선로에 대해 신규인원 충원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외주화로 메웠다. 약간의 충원 약속도 투쟁 없이는 결코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외주화와 최소한의 인원충원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이번 사고의 1차 조건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급조된 신설노선이므로 최소한 꼼꼼한 검수가 필수적이었지만, 인력부족 때문에 마냥 늘어진 검수주기를 줄일 철도공사가 아니었다. 강릉행 KTX 선로전환 케이블 검수주기는 그렇게 해서 2년으로 고정됐고, 결국 단 한 번도 재검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에 문제를 일으켰다.

 

노동자들 사이에 놓인 분할의 벽도 사고의 조건을 키웠다.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쳐놓은, 철도공사 내 정규직 노동자와 외주 노동자 사이의 분할의 벽이 노동자들 사이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체계를 동강내버렸다. 게다가 철도시설공단 노동자들과의 분할의 벽까지 가로막았다. 그 결과 노동자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시스템 결함이 그대로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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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사장은 이제 와서 과도한 인력감축을 탓하며 사퇴했다. 뒷수습은 누가?(사진_뉴스1)

 


사고를 책임질 의지도 능력도 없는 공사, 공단, 정부 관료들

 

오영식 철도공사 사장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퇴하면서 그는 이번 사고에 관한 진실을 실토했다.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발언일지라도, 어쨌든 이것은 진실의 일부다. 그는 이번 사고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대규모 인력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의 문제가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 철도산업 관료들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하다.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은 사고가 나자마자 서로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느라 진짜 문제를 찾아야 할 시간을 허비했다. 국토부는 한술 더 떠서 유체이탈 화법으로 책임자를 엄단하겠다며 구역질나는 작태를 보였다.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속으로는 자기 자리 보존을 위해 상하분리(철도공사와 시설공단 분리)KTXSRT 경쟁체제를 유지하려는 관료들을 싹 갈아치우지 않고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노동자들만이 강릉선 KTX 탈선사고를 책임질 수 있다

 

사고 당시 KTX 열차 안에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철도 노동자는 열차팀장 한 명뿐이었다. 승무원들은 안전업무를 담당하면 안 된다. 외주회사 소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경험하고도 즉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행동을 개시하지 않는 작자들이 바로 국토부와 철도공사가 아닌가?

 

오직 노동자들만 안전운행을 위한 충분한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계속 말해 왔다. 철도 노동자들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SRT 등의 분리에 맞서 투쟁했고, 그것의 재통합을 계속 강력하게 요구했다. 공공을 위한 철도, 안전한 철도, 일하기 좋은 철도가 철도 노동자들의 일관된 요구였다. 이런 노동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거듭되는 사고의 대부분이 조건 부재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번번이 꺾고 오로지 한줌 자신들을 위한 외주화, 상하분리와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 바로 정부와 철도 자본이다. 게다가 그들은 책임질 수도 없다! 그럴 능력이 애당초 없기 때문이다. 선로전환 케이블을 설치하고 검수하며, 이상 징후를 발견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부나 철도공사 관료들이 아니다. 불행하게 긴급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해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목숨을 가장 먼저 내놓게 되는 사람들도 그들이 아니다. 바로 외주회사 노동자들이고,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노동자들이다. 오직 노동자들만이 사고를 책임질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책임지게 하라! 단 조건이 있다.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라! 외주화를 폐기하고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상하분리, KTX-SRT 분리를 폐기하고, 하나의 철도산업으로 통합하라!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철도를 운영할 수 있게 통제권을 노동자위원회에 이양하라! 이런 조건들을 제공한다면, 노동자들은 기꺼이 책임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공사의 관료들은 그런 대안을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인력충원, 정규직화, 상하통합 등의 요구를 보다 전면에 내걸고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만이 가능한 전망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의지와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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