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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팻말을 들었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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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845회 2018-12-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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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눈곱만큼이라도 반성하고 있는가?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24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끔찍한 협착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얼마나 놀랬을까, 자기 몸이 기계에 끼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뼈가 으깨지고 몸이 잘려나갔을 때. 고인은 사고가 난 후 6시간 가까이 방치됐다. 21조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태안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그야말로 이윤에 미친 자본가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사측은 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며, 정비를 맡고 있는 한전산업개발 직원들에게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는지 문의했다. 사측 관리자는 다른 컨베이어벨트로 작업할 수는 없냐는 말까지 했다. 사고가 널리 알려지고 나서야 저들은 현재 인원으로’ 21조 작업지시를 내렸다. 인력충원 없이 21조로 작업하란 얘기는 그냥 보여주기 쇼일 뿐이지 않은가.

 

그렇다. 저들은 억지 사과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2012~2016346건의 사고로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 중 97%(337)가 하청 노동자였다. 사고로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그러나 무엇이 변했는가?

 

발전소 자본가들은 민영화, 외주화, 비정규직화를 밀어붙이면서 비용절감에 탐닉했고, 저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무재해 산재보험금’ 112억 원을 감면받았으며, 하청업체와는 관계가 없는원청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문재인 정부는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며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철저히 무시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직접고용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고 김용균님이 들었던 손팻말을 보라.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발전회사들과 정부는 자회사라는 가짜 정규직화를 밀어붙였고, 지금도 밀어붙이고 있다.

 

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회사와 정부는 필수유지업무로 분류돼 파업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가 만든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병원, 혈액공급 등 공중의 생명, 건강, 신체의 안전과 관련된 사업과 철도, 항공, 가스, 통신 등 시민의 생활과 관련된 사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파업 때도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악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도 봉쇄하고 있다. 그런데 발전회사와 정부는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한 판단에서는 국민의 생명, 건강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직접고용 요구를 무시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모순인가?

 

이런 이중 잣대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도 봉쇄하고, 실질적인 직접고용 정규직화도 봉쇄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사람이 먼저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민주노조운동의 책임

 

최근 고양시 저유소 화재, KT 화재, KTX 운행 정지 및 탈선 등 재난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선 예외 없이 자본가들이 노동조합을 공격하며 노동자의 단결권과 투쟁권을 무력화한 과정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저항권을 갖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이 강요하는 위험작업에 끊임없이 내몰린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본가들과 이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우리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이 져야 할 책임도 있다. 우리의 투쟁이 멈춰 선 자리에서 비정규직 양산이 시작됐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위험한 노동으로, 죽음으로 빨려들어 갔다. 노동조합 안에서조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거부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올 때, 그런 민주노조는 이 끔찍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앞에 과연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이대로 침묵하고 고개를 돌린다면 민주노조운동은 더 이상 생명력을 기대할 수 없다. 위험의 외주화로 목숨을 잃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가 사과하는 방식은 달라야 한다. 진정어린 사과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진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 어깨 걸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 투쟁이 당장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묻지 말자. 그런 투쟁을 시작하는 노동자들만이 노동자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고, 민주노조의 생명력을 살려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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