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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20% 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에 맞서 100일 넘게 전면파업 중인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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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관 조회 5,587회 2018-12-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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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5일 서울 본사 상경투쟁

 

금속노조 울산지부 고강알루미늄지회가 1210일부로 전면파업 105일차, 서울과 대전 알루코자본의 본사를 거점으로 잡고 10주차 농성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05~6년 동양강철 자본이 구조조정과 노조파괴에 나섰을 때, 고강알루미늄지회는 일치단결해 48일간의 전면파업으로 민주노조와 노동자 생존권을 사수했다.(‘보론참조) 2006년 투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고강알루미늄지회는 단결불패의 상징이 됐다.

 

2018년 자본은 장기불황과 경영위기를 이유로 임금과 단체협약을 앞두고 또다시 노동자 생존권을 벼랑으로 내모는 전면 공격을 감행했다. 자본은 공장가동을 중단시켜 노동자들을 궁지로 내몰면서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임금과 단체협약)를 강탈하려 한다. 또한 자본의 공격은 울산지부를 지탱하는 한 축인 고강알루미늄지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어서, 이번 투쟁은 울산지부와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투쟁이다.

 

평균근속 27년차, 평균연령 54세인 98명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은 장기간의 서울과 대전 본사농성과 전면파업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자본의 공격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자본의 거침없는 공격

 

2015년 동양강철 자본은 회사 이름을 알루코로 변경했다. 알루코는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유동자산 2조 원, 연매출액 1조 원, 순이익만 3,000억 원에 달하는 산업용 알루미늄 전문기업이다. 지난 10년 넘게 꾸준히 대기업으로 성장해온 자본은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을 상대로 공격을 발톱을 드러냈다.

 

자본의 공격은 20177~8월부터 조짐을 보였다. 물량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부분휴업이 진행돼 공장가동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201712월에 자본은 회사 회생방안을 던지며 마수를 드러냈다. 장기화되는 불황과 경영위기를 운운하며 “20% 임금삭감, 복지후생 학자금 폐지 등을 요구했다.

 

20182월부터는 자본의 의도를 관철하려는 듯, 2, 2~3주 공장을 휴업해 회사위기를 조장했다. 328일에는 단체협약 32개 조항 삭제, 개악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부분 노동조합 활동, 임금과 복지후생을 축소(상여금 O/T 삭감, 야간수당 조정, 장기근속자 처우 폐지 등)하는 거였다. ‘회사 회생방안만으로도 노동자 생존권이 심각하게 무너지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고강알루미늄지회는 알루코 계열사 전체로 보면 생산물량은 부족하지 않으므로, 자본의 공격은 민주노조 무력화를 겨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투쟁방안을 준비해 갔다.

 

단체협약 해지통보와 전면 개악

 

자본의 공격은 계속됐다. 노동조합 전임자 3명을 포함해 교섭위원 6명을 전임자로 인정해 노조활동을 보장한다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현장복귀를 명령했다.

 

이에 고강알루미늄지회는 5월 말부터 출근투쟁 및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6월부터는 울산지부 각 지회 확대간부가 참여하는 선전전과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본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의 강도를 더 높였다615일 자본은 단체협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18일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이 노동조합으로 날아왔다. 단체협약 해지통보 6개월 이후 기존 단체협약은 자동 폐기된다.

 

노동조합은 교섭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자본에 맞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그리고 62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27일 쟁의조정 신청, 7월부터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자본은 근로기준법 제46조 휴업수당을 평균임금의 70%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울산지방노동위에 휴업수당을 30%만 지급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추태를 부렸지만 기각됐다.

 

반격에 나선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

 

고강알루미늄지회는 직장폐쇄 등 자본이 공세를 더 강화할 수 있으며 노사 간의 정면충돌과 장기투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716~28일까지 10명씩 교대조를 구성해 알루코 본사 노숙투쟁에 들어갔다. 813일 이후 모든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2~4시간 부분파업 후 민주노조 파괴분쇄,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울산본부 결의대회와 알루코 본사 앞 울산지부 확대간부 규탄집회를 열었다.

 

고강알루미늄지회가 파업과 본사항의에 나서자, 자본은 농간을 부렸다. 자본은 사태해결 의지가 없으면서도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교섭을 요청하며 경영악화 부풀리기, 고임금 비난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며 노동조합을 자극했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서 버티기로 일관했다.

 

고강알루미늄지회는 시간을 끌면서 장기전을 유도하는 자본에 맞서 전면파업을 결정했다. 828일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920일 고강알루미늄 공장에서 투쟁승리 문화제를 열어 투쟁결의를 다지고 101일부터 서울과 대전 본사 무기한 농성투쟁을 강화해 갔다.

 

전면파업으로 공장이 완전히 멈추자, 97일 자본은 금형다이스 반출을 시도했다. 노동자들의 저항에 밀려 이 시도가 저지되자, 손해배상을 협박하기도 했다금속노조 울산지부 전체 조합원이 고강알루미늄 투쟁기금 1만 원을 결의하고, 1114일에는 가족대책위원회가 구성돼 함께 투쟁하고 있다.

 

다음은 1121일 민주노총 울산본부 태화강역 파업집회에서 가족대책위원회가 배포한 선전물에 쓰인 내용이다.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은 1987년부터 현대건설, 현대알루미늄, 고려산업개발, 두산산업개발, 고강알루미늄까지 6번의 구조조정 속에서도 민주노조를 지켜왔고, 가족의 생계를 지켜왔습니다. 한평생을 공장에 바친 우리 가족을 이런 식으로 또다시 거리로 내몰며 400여 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회사의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울 본사 점거농성과 단체협약 해지 철회

 

1123() 자본은 단체협약 35개 조항을 개악하는 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상여금 800% 600% 삭감, 200% 기본급 전환, 노조활동, 연월차 등 기존 별도합의서 폐지, 복리후생 10개 항목 흑자전환 시까지 지급 중지 등이 포함됐다. 심지어 인사경영권 노사합의를 협의로 개악, 노사 무분규 합의, 식당 외주화 합의까지 강요했다.

 

자본의 더 거센 공세 앞에 울산지부와 고강알루미늄지회는 특단의 투쟁을 조직해야 했다. 1126일 울산지부 운영위원회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전면파업 100일을 기점으로 12일 서울 본사 상경투쟁을 결정했다. 124일 먼저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과 울산지부 각 지회 상근간부들이 상경했다. 그리고 고강알루미늄 조합원 20여 명이 본사 사무실 앞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5일에는 울산지부 확대간부가 상경해 금속노조 주최로 고강알루미늄 전면파업 100일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울산지부와 고강알루미늄지회는 12일 본사투쟁으로 알루코 회장과 담판을 지으려 했다. 박석봉 부회장(회장 동생)이 나와 2차례 면담을 통해, ‘단체협약 해지 철회, 상경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7일부터 성실교섭을 합의했다.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을 분쇄하자

 

알루코 자본은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을 고임금 귀족노동자로 매도하고 있다. 이것은 100% 거짓말이다.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의 2013~17(5년간) 연평균 임금은 6,300여만 원(평균근속 27년차, 평균연령 54)이다. 자본은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으로 빼앗으려 하는 임금총액은 2,000만 원 이상이다.

 

지금 자본은 금호타이어와 광주형 일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짓거리를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금총액 2,000여만 원을 삭감 당했다.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으로 연봉이 4,000만 원대로 하락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수십 년 투쟁의 성과를 강탈해 놓고, 광주시장과 보수언론들은 임금 4,000만 원 광주형 일자리의 모범이라고 떠벌렸다.

 

고강알루미늄지회는 다시 붉은 머리띠를 질끈 매고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제 단체협약 해지를 철회시켜 하나의 장벽을 돌파했다. 이 여세를 몰아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은 임금삭감과 단체협약 개악을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당당히 사수하는 더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우리는 자본과의 타협과 양보가 아닌 강고한 파업과 연대로 생존권과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고강알루미늄 노동자투쟁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2018년 투쟁에서도 자본의 공격을 분쇄하고 승리함으로써 고강알루미늄 노동자들의 가슴에 새겨진 단결불패의 신화를 사수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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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양에 있는 고강알루미늄 공장에서 집회가 열렸다.

 

 

 

[보론] 2006년 자본의 구조조정과 노조파괴에 맞선 48일 전면파업

 

 

회사의 연혁


- 1979년 현대건설 건설자재사업부로 출발

- 1988년 현대알루미늄으로 법인독립

- 1998년 현대알루미늄, 고려산업개발로 인수합병

- 2004년 고려산업개발, 두산산업개발로 인수합병

- 2005년 두산산업개발 알루미늄사업부, 동양강철로 인수합병

- 200581일 동양강철 계열사 고강알루미늄으로 법인승인

- 2015년 동양강철은 알루코로 그룹명의를 변경

 

노동조합의 역사


- 198781일 현대건설 건설자재사업부 노동조합으로 출범

- 1988년 회사 분할에 따른 현대알루미늄 노동조합으로 명칭 변경

- 1998년 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고려산업개발 노동조합으로 명칭 변경

- 2004년 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두산산업개발 노동조합으로 명칭 변경

- 2005년 회사 인수에 따른 고강알루미늄 노동조합으로 명칭 변경

- 201812월 노동조합 창립 31년차 (조합원은 96. 평균연령 54, 평균근속 27)

 

노동조합의 투쟁사


- 1대 집행부 조합원 불신임으로 사퇴(1990)

- 5대 집행부 조합원 불신임으로 사퇴(1997)

- 1998년 외환위기(IMF) 정리해고에 맞서 37일간 전면파업

- 2006년 구조조정에 맞서 48일간 전면파업

- 2018125일 단체협약 해지와 개악에 맞서 100일째 전면파업

 

동양강철 자본의 인수배경


- 2001년 고려산업개발이 부도나면서 법정관리 체제로 들어감

-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의해 당시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두산그룹은 취약한 건설부분을 보완하려고 증자를 통해 법정관리 중인 고려산업개발을 헐값으로 인수함

- 2004년 두산그룹은 고려산업개발을 인수하면서 고려산업개발 내 3개 사업부(건설, 레미콘, 알루미늄) 중 건설부분만 남기고 알루미늄, 레미콘을 차례로 매각함

- 알루미늄은 동양강철에 인수됐고, 사업 특성상 전국에 공장이 흩어져 있던 레미콘 사업부는 각기 다른 소자본에게 매각됨

- 동양강철 자본은 김대중 정부의 벤처 붐을 극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임. 당시 자본금 600만 원으로 열처리 사업을 운영하던 소자본가가 특허를 내고 코스닥 상장에 성공해 하루아침에 중견자본으로 부상함

- 이를 발판으로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 중인 알루미늄회사 동양강철을 인수하고 몇 년 뒤 다시 주식시장에 상장함. 이 주식을 담보로 두산산업개발이 내놓은 알루미늄사업부(현 고강알루미늄)를 인수함

 

 

1. 동양강철 자본의 공격

 

- 2005년 동양강철 자본이 두산산업개발 알루미늄사업부를 인수·합병해, 81일 고강알루미늄 법인을 설립함


- 고강알루미늄을 설립한 동양강철 자본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함


- 그 공격은 노동자들의 과거 기억을 모조리 지워내는 흔적 지우기 프로그램이었음. 그 내용을 보면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5개조)를 편성해서 동양강철(대전소재)12일 현장견학을 시킴. 동양강철 현장을 돌아보고 견학사례를 리포트로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양관리자(파견)가 주제하는 토론회에서 느낀 점을 발표하게 하는 훈육을 통해 과거 지우기를 시행. 회사설립과 동시에 건립되었던 본관 건물을 무자비하게 헐어버렸으며, 최소한 쉼터이던 나무숲 그늘을 파헤쳐 버리고 콘크리트로 덮어 버림.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출퇴근시간과 식사시간 준수, 야근 시 안전점검을 이유로 현장을 수시로 순찰하며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 사택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는데 기존 3개동 중 독신자동을 제외한 2곳을 통폐합해 1곳을 헐어버리고 사택비용을 대폭 인상해 노동조합의 불만이 폭발하게 함. 식당에도 점심을 제외한 식대를 대폭 인상해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책동을 벌임

  

- 과거 기억 지우기에 자신감을 얻은 자본은 노동조합을 감시하는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입자를 일일이 체크해 개별적으로 불러 따져 묻고 현장과 노동조합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혈안이 됨


- 자본은 현장을 장악하기 위해 현장 책임자(직장, 반장, 일부 조장)를 최대한 이용함. 당시 현장 책임자들은 각기 친목모임을 가졌는데, 그 자리를 통해 현장 책임자들을 최대한 회사 편으로 조직(현장 책임자 총 60여 명. 이들 중 29명은 나중에 회사 측 구사대로 돌아섬)


- 회사위기설을 퍼뜨리고 치밀하게 부서마다 잉여인력을 산출한 후, 그 인원을 전국에 퍼져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알루미늄새시 영업을 하도록 지시해 평생 현장에서 생산에만 전념해 온 조합원들을 길거리에 나서게 함으로써 고용위기를 부추김

 

- 또한 대전에 있는 동양강철과 중복되는 부서의 효율극대화를 주장하며 금형부서를 일방적으로 아예 없애버리고 남은 조합원들은 타부서로 전출시킴


- 이 모든 동양강철 자본의 공격은 회사 인수합병 후 불과 4개월 동안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2006년 들어서는 노동조합을 말살하려는 강도 높은 공격을 시작함


- 2006년 초부터 자본은 부서별로 산출해 놓은 인원(잉여인력으로 규정)을 일방적으로 대기발령함

- 자본은 설날 이후 대기발령 인원을 유령부서를 만들어 몰아놓고 회사 내 잡무를 전담케 함으로써 스스로 사직하도록 유도하는 비열한 작태를 자행함


- 이때부터 꾸준히 공들여 회사 편으로 끌어들었던 현장 책임자들이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회사 살리기와 노동조합의 불필요성 등을 조회나 대자보 등을 통해 선전하고 현장 조합원들을 노동조합과 분리시키기 위해 사내외에서 끊임없이 설득과 회유를 함


- 자본이 벌이는 공격에 반감과 분노를 가지고 있던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알루미늄을 생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서인 압출부서에서 전면파업을 시작함. 그 발단은 조합원들을 일방적으로 사측 앞잡이(현장 책임자)가 근무하는 부서로 발령을 내고 정신교육을 받도록 조치를 취함. 조합원들은 강력히 항의하며 지시를 거부했고 사측은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자 차곡차곡 쌓여왔던 분노가 폭발함

 

2. 노동조합의 반격

 

- 동양강철 자본이 회사인수 후 8~9개월 동안 현장을 마음대로 유린하고 현장 책임자들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조합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임. 노동조합은 총파업 전까지 줄곧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함. 노동조합이 화를 자초해 자본은 자신감을 갖게 됐고, 자본에게 노동조합은 별 볼일 없고 힘없는 존재로 취급됨


- 2006519일 현장에서 급박한 소식이 노동조합으로 전달됨. 자본이 핵심부서 조장까지 손아귀에 넣으려고 함. 이런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노동조합은 여기에서 마지막 판을 벌여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긴급확대간부회의를 통해 반격을 결정함. 사실 달리 퇴로가 없었기에 노동조합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임


- 이날 긴급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 이 시간부터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체 조합원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결정함. 전 조합원은 즉각 공장가동을 멈추고 압출현장에 집결했고 이후 즉석에서 규탄집회가 열렸으며, 이에 자본과 현장 관리자(사측 구사대)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기계를 점거하기 시작함. 여기에서 1차로 충돌이 벌어져 119구급대가 출동하고 자본 일당은 현장에서 밀려남

  

- 노동조합은 정문을 봉쇄했고 사내하청에서 생산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제품출하를 차단함. 오후 들어 노동조합이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되면서 선봉대와 사수대가 편성됐고 팀별 구성을 끝내고 조직체계를 세움. 사전에 준비된 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음. 무엇보다 조합원들로부터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집행부는 집회와 간담회를 통해 단호한 의지를 밝혔고 간부들도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각오로 조합원들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고 강력한 투쟁만이 노동조합과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설득해 나감


- 자본은 불법파업에 대한 고소고발과 업무방해, 손해배상 청구 등을 거론하면서 노동조합을 협박했으나, 더 이상 협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음


- 전면파업 10여 일 동안 거의 날마다 두세 차례씩 노동조합과 자본 사이에 현장장악을 위한 충돌이 일어남. 노동조합은 자본을 따르는 현장 책임자 30여 명이 자력으로 충분히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거점이었음


- 자본은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자 치졸하고 비열한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함. 단체협약을 어기고 출퇴근 버스를 중단시킴 식당에 중식도 지급하지 않음 사택도 폐쇄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가족들을 궁지로 몰아가려함


-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조합원들이 더욱 강고하게 뭉치는 계기로 발전. 현장 옆에 천막을 치고 식당을 차렸으며, 조합원들은 집에서 각기 먹을거리와 반찬을 가져옴. 그동안 정문과 현장을 봉쇄하느라 작지 않은 인원이 밥을 사먹을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언제든 밥을 해먹으며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함


- 전면파업 20여일이 지났지만 파업 참가 조합원 수는 조금도 줄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동안 자본의 눈치를 보며 동요하던 일부 조합원까지 파업에 참가하면서 오히려 처음보다 파업대오가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짐(초기에 85%정도가 파업에 참여했으나 나중에는 2~3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함)


- 현장침탈과 장악시도는 더 이상은 무리라는 사실을 인지한 자본도 현장을 포기했는지 잠잠해짐. 노동조합은 자신감이 생겼고 자본은 분열조짐을 보이기 시작함


- 노동조합은 회의를 통해 투쟁전술 변화를 통해 승기를 굳히기로 하고 상경투쟁에 나섬. 서울에서 시민선전전과 본사, 계열사 항의집회 최고책임자 면담 등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사태해결을 요구했으나, 자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현장으로 내려오고, 일부는 남아 시민선전전과 1인 시위 등으로 양면에서 자본을 압박함

  

- 파업이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직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투쟁기금이었음. 통상 노동조합은 파업투쟁을 벌이면 일상체제에서 쟁의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조합비를 쟁의기금으로 전환시키고, 쟁의기금 외 일정부분을 전체 조합원의 결의로 일괄공제를 해왔음. 그런데 이번 파업에서는 사내에 있는 크고 작은 침목모임에서 자발적으로 투쟁기금을 결의하고 지원함. 자발적 투쟁기금이 계속 쌓이면서 자본은 이번 투쟁이 결코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며, 패퇴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됨

 

- 전면파업 중에도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입장차가 너무 커 번번이 결렬됨.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경제투쟁이 아니었기 때문에 협상의 틀은 건조했고 딱딱했으며 노사 간 운신의 폭이 좁았음

 

3. 강고한 전면파업에 밀린 자본의 항복

 

- 마침내 전면파업 40일째,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던 투쟁에 희망의 불씨가 보이기 시작함. 자본이 전격적으로 교섭 책임자를 교체한 것임. 동양강철 자본 핵심인물의 동생이 전권을 갖고 결자해지 차원으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실질적 교섭을 요청함

 

- 노동조합은 협상에는 임하겠지만 그동안 동양강철 자본이 저지른 만행을 묵과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반드시 책임자를 처벌하며 기존 회사 측에 기대어 노동조합 말살기도에 동조해온 일부 현장 책임자(29)를 온전히 현장에 받아들일 수 없다. 직급을 모조리 떼고 평조합원으로 강등시켜라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절대 파업을 접을 수 없다고 통보함


- 교섭에서 가장 걸림돌이 된 문제가 현장 책임자 처벌문제였는데 조합원들은 예전 그대로 현장에 직급을 달고 돌아온다면 노동조합을 부숴버리겠다’, ‘같이 일을 못하겠으니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를 보내 달라는 등 강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함. 부서 곳곳에서 조합원들의 요구가 적힌 현장 대자보가 나붙음


- 당황한 자본은 자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동지로서 인간적 배신감을 그냥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음. 삽시간에 전 부서에 현장 책임자 책상과 옷장이 박살났으며 이제 분노가 자본에게 쏠리기 시작함. 자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절대 파업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섣불리 그들을 내치지 않고 버팀. 언젠가는 다시 이용해먹을 가치가 충분했기에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이유였을 것임


- 책임자 처벌문제 일방적 잉여인력 문제 부서발령 문제 재발방지 약속과 사과문 게재 등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합의수준에 이르렀으나, 유독 현장 책임자에 대한 문제만이 난항을 겪음. 이즈음 파업에 참가한 직급자(조장) 긴급모임에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자발적으로 직급을 반납하기로 결정함.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붙었는데 직급 반납과 동시에 자본에 협조한 현장 책임자 전원의 직급해제. 이후 새로운 현장 책임자를 구성할 시 조합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조합원들을 결격사유가 없는 한 새로운 직급자로 선임하는 것을 노동조합 요구안으로 자본에게 마지막으로 제시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직급을 반납한다는 것이었음

 

- 74일 노사합의로 책임자 처벌과 민형사상 문제, 현장 책임자 직급해제 문제 등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을 쟁취함


- 2006519일부터 74일까지 48일간의 전면파업을 마무리함


- 이후 잉여인력은 원래대로 돌아갔고, 새로운 현장 책임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우선으로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조합원이 90%이상 선임되어 투쟁의 성과를 냄

 

 

2006년 노사합의

 

1. 회사는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을 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탄압이 확인될 시 회사는 책임을 지고 인사 조치한다.

2. 단체협약 준수

- 회사는 단체협약을 성실히 이행한다.

- 회사는 일방적인 복지후생부분 축소 및 폐지를 철회하고 임단협에서 논의한다.

3. 주조 압축 근무형태

- 조업 재개 시 현행대로 시행한다.

- 회사는 물량 증가 시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하여 압출 주조 부서의 33교대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세부 시행 방법은 노사 합의 후 시행한다. ' 부서원 중 대다수가 32교대를 원할 시 노동조합과 합의 후 시행한다.

4. 각 공정별 운영계획

- 회사는 조합원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 각 공정별 물량확보에 최선을 다한다.

5. 회사는 지금까지 노사 간에 분쟁으로 인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하여 민형사상의 책임을 일체 묻지 않으며 인사상의 불이익 처우를 하지 않는다.

6. 회사와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호노력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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