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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부자 대통령’ 겨냥한 사회적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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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48,390회 2018-12-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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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Reuters

 

지난해 집권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자, 국내 우익언론들은 그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고질적인 프랑스병을 고쳤다며 찬양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을 외쳐댔다. 그렇게 자본가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됐던 마크롱 정권이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그 주인공이다.

 

활화산처럼 분출된 분노

 

1117, 18일 시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3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그 뒤에도 지역별로 시위가 이어졌고, 다시 24일 집회에는 10만여 명이 모였다. 121일엔 13만 명이 나왔다.

 

시위대를 겨냥해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탄을 쏘아댔다. 시위대도 이에 맞서 보도블록을 깨 투석전을 벌이고 바리케이드를 세우기도 했다. 24일에는 13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지금까지 6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고, 두 명의 사망자까지 생길 정도로 이번 시위는 격렬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직접적인 계기는 급격한 유류세 인상이다. 마크롱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전면화하겠다며 지난 1년간 경유세 23%, 휘발유세 15% 인상을 밀어붙였다. 내년에도 추가로 유류세를 올리겠다는 방침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단지 기름 값 때문 만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시위 참가자는 “22년간 한 직장에서 일했는데도 월급이 1,400유로(180만 원)밖에 안 되는데마크롱 정부는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공식 관저)의 식기류를 바꾸는 데 50만 유로(65,000만 원)를 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크롱의 자본가 살리기정책에 반발

 

그동안 마크롱 정부는 개혁을 운운하면서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약화시키고, 인원감축과 비정규직 확대, 해고조건 완화 등 노동자를 공격하는 조치를 광범하게 추진했다. 부유세(사회연대세) 부과 대상을 크게 줄이고 자본소득에 대한 누진세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부자들의 금고를 채워주기 위해 애쓰던 마크롱이 정작 유류세를 크게 올리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려 했기 때문에 시위 참가자들은 마크롱에 대해 부자 대통령’, ‘도둑 정권이라고 규탄했다. 더욱이 이와 같은 경제위기 고통전가를 위한 유류세 인상조치에 대해 친환경이라는 그럴싸한 구호를 덧대는 마크롱 정부의 행태는 역겹기 짝이 없다.

 

시위가 강력하게 퍼져 나가자 마크롱 정부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정부 대변인과 내무장관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반면, 내무차관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의 격렬함에 압도된 듯 유가인상의 폭과 시점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다시 시위대에는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처음엔 극우 세력이 시위에 개입해 폭력을 유발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극우와 극좌 모두가 폭력을 조장한다며 비난 대상을 확대했다.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개입이 중요

 

마크롱의 비난처럼, 시위 참가자들 중엔 대중에 영향을 미치며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개입하는 극우 세력이 있을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프랑스 국기를 들고 나온 시위대의 모습도 흔하게 포착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번 시위를 우익들이 주도하는 시위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자본가들에겐 아낌없이 퍼주기를 하면서 서민의 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정당한 분노를 안고 거리로 나온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운동에 조직적으로 참가하지 않았던 노동대중이 행동을 시작할 때, 그들의 머릿속에 일상 시기의 편견과 자본가사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투쟁의 경험과 조직을 갖고 있는 노동자들이 의식적으로 이 투쟁에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마크롱 정부가 친환경구호를 앞세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친환경을 명분으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자본가들의 금고를 채워주려는 저들의 술책을 폭로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쟁점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본가들의 이윤 챙기기에 봉사하려는 정부의 친환경이라는 가면이 노동자운동을 정치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속임수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 조끼 시위에 뛰어든 한 철도 노동자의 이야기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한 철도 노동자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옮긴다.

https://youtu.be/RGZGqyQ_TMw

 

노란 조끼 운동에는 사회적인 분노가 깔려 있어요. 사회적 분노는 표출되기 마련인데, 이번엔 노란 조끼 시위를 통해 그게 드러난 거죠.”

 

우리는 세 달 동안 철도에서 파업을 벌였고, 더 나은 공공 철도 시스템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노란 조끼 시위자들과 함께 우리의 사회적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나왔어요. 우리는 철도 노동자를 상징하는 붉은 조끼를 입고 있지만, 어떤 조끼를 입었든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겁니다. 계속 파업할 것이고, 산업을 멈출 거예요. 이미 사람들은 저 경찰이 자본가국가를 지키기 위해 나왔을 뿐이라는 걸 깨달아 버렸습니다. 그게 그들의 주된 역할이죠.”

 

프랑스 국적이 있는가 없는가, 같은 시민인가, 애국자인가,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에겐 똑같은 사회적 불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악에 항의하러 나왔는데, 되돌아오는 건 최루탄이에요. 이건 옳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끼를 입고 있든 아니든, 우리는 여기에 참여해야 하고, 마크롱 대통령과 맞설 수 있도록 이 사회적 분노에 지도력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나는 모든 노동조합들이 파업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노동자가 책임지고 그런 투쟁을 해야 합니다. 지금 파업을 조직하지 않는 건 범죄나 마찬가지예요.”

 

보시다시피 사회적으로 격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란 조끼 시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바로 지금 파업을 조직해야 합니다.”

 

이 나라에서 극우가 득세하는 상황을 끝장내야 합니다. 모든 곳에, 모든 운동에 반동적인 요소가 파고드는 상황입니다.”(노란 조끼 시위에 일부 극우 세력이 개입하는 걸 가리키는 듯)

 

노동자운동에 결정적인 과제는 이 운동에서 반동적인 요소들을 쓸어낼 수 있도록 지도력을 쟁취하기 위해 시도하는 겁니다. 노동자운동이, 우리 계급이 이 투쟁의 일부를 형성한다면, 그 투쟁의 수위는 당연히 상승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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