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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승리해왔고,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다.” 동국대학교 시설분회 오종익 분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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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조회 5,105회 2018-03-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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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민중의소리 


홍익대 7,429억 원. 연세대 5,201억 원. 고려대 3,437억 원. 숭실대 959억 원. 동국대 673억 원. 2016년 기준 대학들의 적립금 규모다. 수백 억에서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 놓고 있는 이들 부자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며 연초부터 청소, 경비, 시설 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고 단시간 노동자로 대체하려 했다. 최저임금 상승을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다.

 

노동자들이 꿋꿋하게 투쟁에 나서면서 고려대와 홍익대는 인력 감축 계획을 철회했고, 연세대에서도 313일 합의가 이뤄지면서 57일 만에 본관 농성투쟁을 종료했다. 동국대 측이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셈이다. 321일 대학 측이 청소노동자 전원 직접고용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정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8명 전원에 대한 인원충원 문제, 악랄한 용역업체인 태가BM과의 계약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분회 조합원들은 50일 넘게 본관 농성투쟁을 이어갔다. 38일 여성의 날엔 18명의 조합원들이 집단 삭발식을 거행하며 투쟁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진 바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동국대학교 본관에 자리 잡은 농성장을 방문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동국대 시설분회 오종익 분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투쟁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20171220, 이전 용역업체와 임금협상을 1차로 시작했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8명의 정년퇴직으로 인한 인원충원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인원 충원은 일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에 동국대분회는 12일부터 중식집회를 시작하게 됐다. 계속해서 동국대 총장과의 면담을 4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학교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대화의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129일 동국대 본관을 점거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을 시작한 이래, 학교는 교직원과 용역을 고용해 파업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9시 이전에 충돌이 벌어지는데, 젊은 교직원들 100여 명을 동원해서 고령의 조합원들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밀어붙인다. 학교와의 충돌로 조합원들이 잦은 부상을 입는 불상사가 생기고 있다. 그렇게 동원되는 교직원 중 극소수는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학은 점점 더 탄압 강도를 높이려 한다.

 

이 투쟁을 지지하는 사회적 여론이 거세지자 35일 학교와의 만남이 주선됐다. 하지만 대학 측은 노동조합에서 요구한 8명의 인원충원문제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고,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신입생을 환영하는 동국, 세상의 중심이 되어라라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나고 답답하다.

 

학교에서 기존과 달리 두 개의 업체로 쪼개기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노조 파괴가 아닌가요?

 

기존 업체와 계약이 만료된 후 학교에서 새로운 업체를 선정한다. 전에는 어떤 업체가 선정되는지, 업체를 노조에 공개했다. 그런데 올해는 완전히 비밀리에 업체를 선정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기존 하나의 업체에서 두 개의 업체로 쪼개기 계약을 했다. 사실 하나의 업체만으로도 대학 청소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학교는 굳이 두 개의 업체로 계약을 했다. 심지어 둘 중 하나의 업체는 노조 파괴로 유명한 태가BM’이라는 업체였다. 사실상 노조를 없애려는 학교의 움직임이었다.

 

또한 20177월에 작성된 서울지역 사립대학들의 노무문제 회의록이 12월에 발견됐다. 그 회의록에는 노동조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서울지역 사립대학들이 노조를 깨기 위해 작정하고 작년부터 담합했던 것이다. 나를 포함해 조합원들이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노골적인 노조파괴였다.

 

38일 삭발식 때 직접고용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그동안 조합원들의 직고용에 대한 열망이 강하진 않았다. 직고용할 경우 정년이 정해져 있어서, 대부분 고령인 노동자들이 본인 의사와 달리 퇴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마다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재계약이 성사돼야 하는 고용불안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연대 그리고 여론의 지지가 자신감을 주었다. 투쟁이 거듭될수록 자신감을 얻은 조합원들은, 투쟁을 시작한 김에 더 밀고 나아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8명 인원 충원에서 더 나아가 직접고용 쟁취를 내걸었다.

 

현재(318일 인터뷰 당시) 49일 째 점거파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지칠 것 같은데,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지 대학은 8명의 충원조차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은 있지만,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조합원들의 결의가 있다. 노동자들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투쟁기금과 물품을 보내주고 있다. 동국대 시설분회 조합원들이 고령의 나이지만 이번 투쟁 이전에 연대투쟁에 많이 나섰는데, 동국대 시설분회의 연대에 대한 보답이 아닌가 싶다.

 

동국대 학생들에게도 감사하다. 방학 중에는 학생들이 없어서 학생들의 지지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개강 후에 학생들이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투쟁에서 승리하자는 학생들의 말은 큰 힘이 된다. 많은 분들의 연대가 지금까지 투쟁에 나설 수 있게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여러 투쟁에서 승리했던 기억들이 조합원들에게 이번 투쟁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노동조합 초창기부터 함께 한 정년의 조합원들이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하는 상황인데도, 이번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번 투쟁이 남의 일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런데도 계속 함께 하려는 모습에 너무 감사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 파업이 잘 마무리돼 모두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일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매년마다 이렇게 투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동국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서 직접고용을 쟁취했으면 좋겠다. 최근 연세대분회가 투쟁을 마무리했는데, 동국대분회도 투쟁에서 승리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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