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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의 진실을 알려준 한국잡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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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051회 2018-11-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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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

 

1017일 정책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밀어붙이려던 시도가 실패한 뒤에도,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는 경사노위 참여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앞으로 보다 집중하고 좀 더 내실 있게 준비하기 위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현장에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115일자 <매일노동뉴스> 인터뷰


한국잡월드 사측과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일들은 이러한 김명환 집행부의 사회적 대화를 향한 애착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보여준다.

 

잡월드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미래지향적인 직업관을 심어준다는 취지로 운영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불안정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처지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전체 389명 중 정규직은 51명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선언하면서 이들도 잠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희망은 곧 위협이 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직접고용 방식이 추진됐는데, 어느 순간 자회사 설립계획이 등장하면서 정규직화 약속을 빈껍데기로 전락시켰다. 잡월드 사측은 118일로 끝나는 자회사 신규채용에 응하지 않으면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며 협박했다.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잡월드분회)을 만든 160여 명의 체험강사 노동자들은 해고위협에 처했다.

 

잡월드 이사장은 자회사 결정은 노··전문가 협의회 결과에 따라 결정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노동자들도 참여한 대화와 합의를 거쳐 민주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저 ··전문가 협의회라는 게 3차까지 진행되는 동안, 389명 중 275명을 차지하는 강사직군 노동자들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18명으로 구성된 노··전문가 협의체에 강사직군 대표는 3명에 불과하다. 9명이 할당된 정규직 전환자 대표 중 4명은 어이없게도 용역업체 소장, 센터장 등이다. 애초에는 전원합의 방식으로 정규직화 문제를 다루기로 했지만, 중간에 다수결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 의견을 수렴할 기회도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일사천리로 자회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게 사측이 말하는 민주적 결정의 내용이다.

 

잡월드분회 노동자들은 101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잡월드,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지청, 청와대 앞에서 농성도 진행하고 있다. 투쟁 소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엔 노조, 노동부, 잡월드 사측의 대화115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7일엔 밤샘교섭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사측의 태도는 단호했다. “물갈이가 필요하다”, “강사직군을 직접고용할 경우 쟁의행위 우려가 있어서 자회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따위의 말에서 저들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과정에 경사노위도 권고안을 내며 직접 개입했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려는 잡월드 사측의 완강한 태도와, 자본부라고 불러야 마땅할 노동부의 친자본 처신 사이에서 경사노위의 개입은 생색내는 용도 외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160여 명의 잡월드분회 노동자들은 집단해고를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양상은 비단 잡월드에 한정되지 않는다. 1121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됐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그다음 날 경사노위는 출범할 예정이다. 이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한다고 한다. 그런데 진행이 잘 안 되면 그냥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 3당이 미리 합의해버렸다. 설득하다 안 되면 강제로 처리해버리는 게 저들이 말하는 사회적 대화, 사회적 합의의 실체라는 진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애초에 경사노위의 설립 취지가 그런 것이었다. 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은 11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기업인들이 원하면 무엇이든 규제를 완전히 풀어줘야 한다.” “노조는 많이 올라간 임금 요구는 자제하고 가지고 있는 걸 내놓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도 광주형 일자리가 왜 나오고 있나. 중국이 차를 만들면서 현대기아차는 가성비를 못 내세우게 됐다. 살기 위해선 바뀌어야 한다.”

 

살기 위해선의 주어가 빠져 있지만, 결국 자본가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소리다. 정규직화 약속을 허울 좋은 자회사 난립으로 땜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직접고용은 가성비가 안 나오는 일일 테니 말이다.

 

··전문가 협의회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리고 노조와 노동부, 사측의 대화 자리가 마련됐을 때, 어쩌면 잡월드 노동자들도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냉담하게 진실을 가르쳐줬다. 노동과 자본 사이에 대화란 허상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결국 단결투쟁의 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그래서 지금도 잡월드분회 노동자들은 해고위협을 감수하며 용기 있게 싸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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