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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 몸부림 친 노동자들을 이 야만사회가 죽였다 - 반복되는 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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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437회 2018-11-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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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서울소방재난본부

 

막노동을 하다가 최근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어요. 생활비를 아끼고 돈을 모으려고 고시원에 살았죠. 전에 살았던 곳도 고시원이었는데, 개발지역이 되어서 거처를 옮긴 곳이 이곳 국일고시원인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어디 아파트를 한 채 사준다든지, 어디 전세를 해준다든지 (했을 텐데) 저 먹고살기도 힘들어요. 우리 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한 거고, 발버둥을 친 애예요.”(20181110일자 <한겨레>)

 

지난 9일 새벽 발생한 종로 고시원 화재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의 절규다. 이 참사로 7명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다쳤다. 사망자의 나이는 35~79세였고 대부분 일용 노동자였다. 그들은 가난했다. 사망자 중 네 명은 4만 원을 아끼기 위해 모든 방이 감옥 독방 같은 그 고시원에서도 창문이 없는 방을 선택했다.

 

불이 난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2009년에 고시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고시원은 법 시행 이전에 문을 열었기 때문에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축물관리대장 상 용도가 고시원이 아니라 기타 사무소로 돼 있어 소방점검도 피해갔다.

 

스프링클러도 스프링클러지만, 고시원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다. 좁은 복도, 미로 같은 구조에 수십 개의 방이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비상탈출구마저 막혀 있거나 잘 열리지 않는다. 화재가 나면 그 누구도 빠져 나오기 힘들다.

 

문명의 탈을 쓴 야만사회

 

누가 봐도 예고된 참사였다. 지난 1월 종로 여관 참사도 이번 고시원 참사와 비슷했고, 그 때도 취약주거지의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고시원 화재 생존자들은 다시 고시원으로 갔다. 한 생존자는 정부의 안내로 옮긴 고시원 역시 창문도 없고, 완강기도 고장 나 있다고 얘기했다. 입만 열면 노동존중을 외치고,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외치는 정부가 하는 일이 고작 이 정도다.

 

정부는 고시원, 쪽방, 여인숙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너무나 소심하고 무능하다. 위험한 건물과 땅을 정부가 수용해서 더 나은 목적을 위해, 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치 대신 정부는 지배층이 더 이익을 챙기고 더 부유해질 수 있는 부동산 개발에 매달린다. 정부는 2018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제 기준을 폐지했지만 생계, 의료급여는 아직까지도 가구 특성으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빈곤 해결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도 미루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주택도시기금 예산안에 따르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32.4%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주거 취약계층이 들어가긴 어렵다. 고시원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노동자 민중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부와 역량은 엄청나지만 이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사회가 만들어낸 부와 역량을 쓰지 않는다. 그건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은행, 건설자본의 이윤을 몰수하면, 아니 다주택자들, 투기꾼들의 불로소득을 전면 환수하기만 해도 저렴한 영구임대주택을 빈곤층에게 전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자본가들이 노동자의 피와 땀을 쥐어짜 쌓아 놓은 돈을 조금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그러나 정부는 꿈도 꾸지 않는다.

 

결국 이 사회는 문명의 탈을 쓴 야만사회에 불과하다. 다수 대중의 빈곤을 담보로 한줌 부자들은 자기 배를 채 운다. 한쪽에서 자본의 바벨탑이 하늘을 찌를 때 다른 한쪽에서는 가난에 허덕이던 노동자와 가난한 민중이 목숨을 잃어야 한다. 이것이 자본가사회의 기본법칙이다.

 

탈출구

 

수많은 가난한 노동자가, 가난한 젊은이가, 가난한 노인이 미래의 희망은 고사하고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저소득에 시달리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조건도 누리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살고 있다. 탈출구가 없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옷을 제공하고, 아픈 사람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 집을 제공하는 게 불가능한가? 그런 사회를 꿈꾸는 걸 과도한 욕심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아직 살아있지만, 이 야만사회 아래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지금도 수십만 노동자가 구조조정으로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천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허덕인다. 그래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야만사회가 계속되는 한 노동자 민중이 비참하게 생명을 잃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이 절망적인 이윤중심의 세상을 끝내기 위해 노동자 민중의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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