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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브라질 극우세력 집권이 한국 노동자들에게 건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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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735회 2018-11-0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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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당 집권기에 생존권을 위해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은 종종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노동자투쟁에 등을 돌린 노동자당의 계급타협주의가 결국 극우세력의 집권에 길을 터줬다.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성향의 보우소나루가 노동자당 후보를 꺾고 55% 득표율로 승리하자, 국내 우익언론들도 기뻐하며 소식을 전했다. “경제 낙관론 솔솔”(머니투데이), “브라질 채권, 펀드 수익률 급반등”(한국경제), “브라질판 트럼프 기대감에 증시 껑충”(조선비즈), 이런 식이다. 그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노동자들에겐 결코 좋지 않은 소식인 듯하다.

 

보우소나루는 무엇을 하려는가

 

모든 것을 민영화하라는 구호를 내건 보우소나루는 취임 후 1년 내에 공기업 50개를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긴축재정, 연금개악, 공무원 감축 등 노동자의 처지를 직접 악화시키는 조치도 예고됐다. 반대로 자본가들을 위해선 현재 34%인 법인세를 15%로 낮춰주기로 약속했다.

 

보우소나루는 좌파를 노린 강력한 억압도 공언했다. 그는 독재에 찬성한다며 공공연하게 브라질의 군사독재 시절을 찬양했다. 노동자당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우스트라 대령에게 탄핵 찬성표를 헌정한다고 했다. 우스트라 대령은 군사독재 시절 호세프를 고문했던 장본인이다. 보우소나루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대해 갖고 있는 유일한 불만은 좌파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만 하고 죽이지 않은 것이다.

 

그가 구상하는 억압정치는 단지 좌파로 한정되지 않는다. 여성, 흑인, 성소수자, 난민 등이 모두 공격 대상이다. 그는 여성과 흑인은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심지어 여성의원을 향해 너무 못생겨서 강간할 가치도 없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성소수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난민들은 인간쓰레기등 그의 망언엔 끝이 없다.

 

어떻게 이런 자가 집권할 수 있었나

 

브라질 자본가의 일부는 보우소나루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룰라에서 호세프로 이어지는 노동자당(PT) 정부의 부분적인 복지정책에도 자본가들은 참기 힘든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더군다나 세계경제가 후퇴하면서 원자재 수출에 타격을 입은 자본가들의 이윤 압박도 더 커졌다.

 

거추장스런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국회, 언론, 사법부 등의 지배계급 분파들이 공모해 호세프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룰라는 감옥에 갇혔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우익 대표로 집권한 테메르 대통령 역시 곧바로 부패혐의에 휩싸여버렸다. 브라질 지배계급에겐 확실하게 부패척결 이미지를 앞세우며 궁극적으로는 노동자투쟁에 족쇄를 채울 다른 카드가 필요했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우소나루가 빠르게 치고나왔다.

 

자본가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노동대중은 어떻게 된 것일까? 5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면, 상당수의 노동대중이 보우소나루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브라질 노동대중은 가망 없이 우경화한 한 무리의 반동적인 대중인가?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브라질 노동대중

 

사실을 말하자면, 브라질 노동대중은 최근 몇 년간 여러 쟁점을 둘러싸고 때로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때로는 수백만 명이 투쟁에 나서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2013년엔 교통요금인상을 둘러싸고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2014년엔 누구를 위한 월드컵인가?’라는 구호 아래 정리해고 반대,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원주민 권리보호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광범하게 벌어졌다. 2015년과 2016년엔 교육개악에 항의하는 중고등학생들이 1,0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점거농성을 벌였고, 성폭력과 여성 살해에 항의하는 대규모 여성시위도 일어났다. 20173월과 4월엔 테메르 정부의 연금개악, 노동개악을 규탄하는 총파업이 일어났다. 특히 4월 총파업 때에는 핵심 산업단지인 ABC벨트 내 공장의 85%가 멈출 정도로 강력한 투쟁의지가 표출됐다.

 

이런 시위와 파업에 나온 노동자, 여성, 학생 등의 요구는 하나같이 보우소나루의 반동적인 성향과 정면충돌한다. 이는 보우소나루 같은 자가 집권에 이르는 걸 막을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있었다는 걸 뜻한다.

 

투쟁에 등을 돌렸던 노동자당(PT) 정부

 

브라질 출신의 사회주의자 타티아나 코짜렐리는 지난해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두 번의 총파업이 있었고 수십만 명이 긴축조치에 맞서 거리로 나왔다. 노동자조직들과 함께 이 파업들을 심화 발전시키는 대신, 노동자당은 이 투쟁의 방향을 룰라를 위한 선거 캠페인으로 틀어버렸다. 이것은 곧 2017630일 총파업을 취소시키는 걸 뜻했고, 테메르 대통령의 노동개악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 통과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노동자당은 여전히 브라질 노동총동맹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동원력을 갖고 있었지만, 중요한 투쟁마다 노동자의 힘을 동원하기를 거부했고, 총파업을 선포했을 때에도 결코 적극적으로 현장을 조직하려 하지 않은 채 뭉기적거렸다. 심지어는 노동자당의 정치적 상징인 룰라가 체포되던 순간에도, 수천 명의 노동자가 금속노조 사무실 앞으로 몰려와 경찰과 싸우던 순간에도 노동자당은 이렇다 할 투쟁을 조직하려 하지 않았다.

 

파업을 벌이고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은, 바로 그런 투쟁의 힘으로 건설하고 집권까지 했던 노동자당과 노동자 대통령이 정작 집권 뒤에는 기존 지배계급과 타협하고,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스스로 긴축정책을 도입하며, 대중의 절박한 투쟁을 살인과 같은 범죄라고 비난하는 기가 막힌 장면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가

 

노동자들이 충분히 투쟁에 나설 잠재력을 보여주는 시기에 어떤 이들은 노동자가 독립적으로 투쟁의 힘을 동원하는 걸 거부한다. 브라질의 집권 노동자당(PT)이 바로 그랬다. 노동자당은 대중의 투쟁에 등을 돌린 채 지배계급과의 대화, 타협, 합의에 더 매달렸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대중 속에서 그렇게 투쟁의 걸림돌 역할을 한 세력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자라난다. 그리고 불가항력적인 법칙처럼 다른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 결과 때로는 보우소나루 같은 반동세력에게 표를 던지는 불행한 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계급협조주의가 노동자의 독립적인 조직화와 투쟁을 무력화하고 사기를 꺾으면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금 브라질에서 벌어진 일은 한국의 노동자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운동의 발전 정도는 다르지만, 한국에서도 노동자의 독립적인 조직화와 투쟁 대신 지배계급과의 대화와 합의에서 살 길(사실은 죽는 길)을 찾는 자들이 노동자운동의 주류를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재인에 맞설 때가 아니라며 노동자투쟁을 비난하고, 매도하고, 중단시키려 하는 자들, 바로 그런 자들이 장차 한국의 보우소나루를 불러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가 견지해야 할 방향도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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