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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과 함께 한 구미 투쟁사업장 연대 – 눈물과 성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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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5,030회 2018-03-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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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공동행동의 출발점은 2015년 11월 노동개악에 맞선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현대차 현장활동가대회였다. 현장에서부터 노동개악 분쇄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함께했던 현대차 활동가들이 이후 1년여 간의 현장 공동 활동을 이어간 끝에 2017년 1월 단일 현장조직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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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아름아름 가는 구미 아사히글라스지회 수요문화제에 45인승 전세버스가 대절됐다고 했다.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이 구미 아사히글라스지회와 KEC지회 연대를 314일 간다는 소식이었다. 노조 지침이 아니고서는 버스로 시도의 경계를 넘어가는 연대는 울산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것도 평일인 수요일에 집단 월차를 내고서 말이다.

 

겨울에도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은 공공택시지부 김재주 동지의 전주 고공농성 연대를 전세버스로 다녀온 바 있다. 구미 두 사업장 투쟁에 함께 하겠다는 마음으로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의 연대차량에 탑승했다.

 

그런데 이번 연대는 정말 특별했다.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과 KEC 동지들의 투쟁에서 배우고 서로가 힘이 된 것만이 아니었다.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두 사업장 동지들의 삶과 투쟁을 공감하고 배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투쟁을 결의하며 가슴 절절히 단결을 다지는 참으로 소중한 자리였다. 


진솔한 출발

 

현대차공동행동 30여 명 동지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단체 동지들이 정오쯤 출발해 두 사업장 투쟁을 이해하는 동영상부터 시청했다. 곧바로 탑승자 모두가 발언을 이어갔다. 


동지들은 저마다 연대 가는 소감, 비정규직 시절과 정규직이 된 후 모습에 대한 고민, 최근 현장 활동의 고민과 경험, 지난 활동에 대한 반성과 포부, 노사협조주의 정세와 한국지엠 등 다른 투쟁사업장 상황을 통해 얻는 교훈, 노동자가 탄압과 착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자본주의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전망, 계급적 단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 등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와 결의를 말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박수치며 결의도 다졌지만, 동지의 이야기들로 생생한 교육이 이뤄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본 앞에서 우리 편이 누구인지 가려진다.”

 

KEC지회 바깥 사무실은 조합원들의 사랑방이자 아사히글라스지회사무실이기도 하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어도 구미에서 직접 그 공간에 간 건 처음이었다. 참여한 동지 대부분이 그랬다. 일을 마친 KEC 조합원들 15명 정도에 아시히글라스지회 차헌호 동지까지 사무실이 가득 메워졌다. 서로 소개를 마친 후 배태선 동지가 지난 KEC 투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구미지역 민주노조운동의 간략한 역사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의 민주노조와 생존권 사수를 위한 KEC 투쟁을 흐름에 따라 설명해주셨다.

 

지난 시기를 반성했다. 민주노조 제대로 못한 이유도 있었다. 자본이 우리를 꿰뚫었다”, “2010년 여성기숙사를 용역이 짓밟은 새벽, 그 분노를 잊지 않았다. 회사가 폭력으로 우리 몸에 손을 댈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된 자본의 공격, 노조파괴, 정리해고, 복수노조에 우리는 민주노조를 어떻게 할 건지 쉬지 않고 현장에서 토론해왔다”, “구조고도화 반대서명을 받으러 잠도 안 자고 구미를 누비고 다녔다”, “구조조정 싸움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자본이 어렵다고 열 번만 말하면 노동자들은 받아들이고 뭘 양보할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꼭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었다. KEC 동지들은 민주노조의 정신을 놓지 않으려 했다”, “파업대체인력으로 입사해 어용노조 조합원이었던 노동자가 지금 민주노조 간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간부들은 매일 소통하는 것 말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여기서 회의를 한다”, “사람관계가 아니라 운동이 기준이다. 자본 앞에서 우리 편이 누군지 가려진다. 자본을 절대 띄엄띄엄 보면 안 된다”, “자본보다 반 발, 한 발 앞서려 노력해야 한다. 실력만큼 싸우는 거다.”

 

그 자리에 모인 동지들은 그간의 경과를 들으면서 가슴으로 KEC 동지들의 삶과 투쟁에 공감했다. 1987년의 정신이 2018년까지 고스란히, 아니 더 진지하게 살아 흐르는 것이겠지. 동지들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사도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눈물은 결의로

 

자본에 분노했다. 그리고 이렇게 현장에서 뼈를 깎는 투쟁을 벌일 때 금속노조 지역간부가 회사주식을 거듭 사왔다는 사실에, 그런데도 노조에서 징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운동 내부의 썩은 부위에도 분노했다.

 

질의응답을 하며 KEC 현장간부와 조합원들이 왜 민주노조에 헌신했는지를 직접 들었다. 등급제와 여성차별임금에도 월 조합비를 많게는 40만 원 적게는 15만 원을 내며 30억 손해배상 압류를 감당하고, 무급 노조 활동으로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기도 하고, 각자 아사히글라스생계비 CMS는 기본 1만 원 이상 내면서도 연대투쟁을 잊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사히글라스지회 차헌호 동지의 짧고 굵은 투쟁소개, 최근 검찰의 하청사와 지회장 대질심문, 23명 조합원이 몸 사리지 않고 연대투쟁에 나서며 생계와 투쟁할 돈을 만들어온 이야기를 들었다. 발언을 마치자마자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은 주위 노동자들까지 조직하기 위한 KEC 손배 모금과 아시히글라스지회 생계비 모금 CMS 신청서를 챙겼다.

 

이후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의 소감은 하나로 모아졌다. “반성한다.” 현대차 대공장 민주노조의 성과로 좋은 조건에서 활동했고, 나름 제대로 활동하겠다고 했지만 모자라고 게을렀다는 걸 절절히 투쟁하는 동지들의 모습을 보며 반성하고 배웠다는 것이었다. 눈물은 결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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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이라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으로 이동해 밥차의 연대밥상으로 배를 채우고 수요문화제에 참여했다. 사무장 동지는 참여한 동지들과 눈을 맞추며 진행했고, 연대한 동지들은 웃으며 집중했다. 일본원정투쟁을 다녀온 허공몸짓패 동지들은 공연과 함께 일본 연대기를 보고하고 소감을 말해줬다. 몸짓 공연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말과 국적이 달라도 노동자는 하나다”, “자본은 똑같다”, “연대해주고 앞으로도 연대하겠다는 동지들이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허공동지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현대차공동행동과 서영호·양봉수열사회는 현대차공장에서 직접 써온 현수막과 투쟁기금을 KEC지회와 아사히글라스지회에 전달했다.

 

뒤풀이에 참여하면서 전체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이 무대에 나와 인사를 전했다. “연대하러 와서 우리가 많이 배우고 간다. 우리가 먼저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옳은 일이라면 고립되더라도 싸운다는 것을.”

 

서로에게 배우는 마음

 

내려오는 차 안에서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은 앞 다투어 마이크를 잡았다. 연대를 통해서 노동자는 배우고 성장한다, 우리 운동의 현주소는 참혹하지만 누구 탓하기 이전에 스스로 현장을 조직하고 활동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3.31 전주택시 희망버스에 반드시 참여하겠다 등의 이야기가 자기 활동의 반성으로부터 이어졌다.

 

오늘 느끼고 배웠다는 노동자의 철학과 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돈은 노동자투쟁을 기준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다면 자기를 위해 더 쓰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연대와 단결투쟁에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동지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마다 심취하다보니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과 함께 한 연대의 하루를 생생하게 전부 소개하지 못한 게 아쉽다. 대공장 노동자들이 노조의 지침 없이 차를 대절해서 연대투쟁을 가는 것조차 특별한 현실에서, 현대차공동행동 동지들의 진지한 성찰과 배움의 자세는 더 특별했다. 연대에서 배우는 동지들을 보며 나도 배운다. 전투적, 계급적, 민주적 노동자투쟁을 자기 사업장만이 아닌 전체 노동자의 현장을 놓고 배우며 만들어가려는 노력에 함께 하기 위해, 더 분발해 3.31 뛰뛰빵빵 전주택시 희망버스도 힘차게 조직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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