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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높여야 -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장 서진숙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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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6,096회 2018-10-2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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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개최된 돌봄노동자행진(사진_노해투) 



문재인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사회서비스공단’(보육, 아이돌봄, 장애활동지원, 노인요양 등 포괄적인 사회서비스 지원시설, 2020년 도입 목표) 설립 약속은 사회서비스진흥원으로, 다시 사회서비스원으로 축소됐다. 그마저도 최근 서울시가 보육을 제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생애 전반에 걸친 돌봄 제공기관으로서의 사회서비스원이 자칫 반쪽짜리가 될 위험에 처했다.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장 서진숙 동지를 만나,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보육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주요 요구인데, 이는 보육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사실은 정말 어려운 얘기다. 보육 노동자 대부분은 국공립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휴게시간도 없다. ‘최저라도 지켜라!’가 요구고, 웬만하면 해고를 당한다. 워낙 보육 노동자 힘이 없다 보니 현장에 너무 안 좋은 게 많이 들어왔다. CCTV, 맞춤형 보육이 그렇다. 많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국공립시설 50% 확충 얘기만 해온 거다. 실제 현장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원도 남의 얘기, 그게 뭐지, 이렇게 생각한다. 실물이 보이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민간, 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은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해 보육계의 대기업인데 거길 우리가 어떻게 들어가?’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 국공립과 민간, 가정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육시설평가인증제도, 특히 서울시의 경우 국공립+1000 정책(2014년부터 시작된 국공립시설 1,000개 확충 계획)으로 비교적 질도 높아지고, 수도 많이 늘었다. 민간, 가정시설은 어디나 최저임금인데, 국공립은 호봉제라 임금차이도 크다. 보육 교사들이 예전처럼 국공립과 민간가정을 넘나들기는 쉽지 않은 구조가 된 것이다.

 

사회서비스원 직접고용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 국공립도 대부분 위탁인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몇 년 전부터 정규직 근로계약을 표준화했고, 위탁 해지돼도 고용이 유지된다. 한 원장이 위탁을 10~20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탁이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게다가 사회서비스원이 일단 국공립시설을 전환대상으로 삼기에 민간, 가정시설 노동자에겐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국공립에서 내부고발했다 해고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에겐 사회서비스원 직고용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국공립은 정규직인데도 70% 정도의 시설에서 매년 신규교사를 뽑는다. 그만큼 많이 그만 둔다. 다른 시설로의 이직은 30% 쯤 되고, 나머지는 이 바닥으로 다시 안 오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국공립보육시설의 불투명한 운영에 문제의식이 있는 교사들은 사회서비스원에 아주 관심을 갖고 직고용도 금방 알아듣는다. 고용안정이 되면 그렇게 많이, 자주 그만둘 이유도 사라질 테니까.

 

오히려 원장들은 이미 세력화되어 있어서 지난해와 올해 두 번 설문조사를 했다. 보육 교사의 80%가 사회서비스원 설립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설문내용이 편파적이기도 했지만, 하나라도 생기지 않으면 보육 교사들은 실감 못할 것 같다. 노조가 여기에 착목하는 이유는, 보육이 공적 시스템에 들어가는 첫발이고 공공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는 많았지만 공적인 시스템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노동자를 좀 더 대규모로 조직화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임단협할 수 있는 틀이 생기니까.

 

아이나 부모의 입장에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절실할까요?

 

지난해 서울 국공립어린이집 경쟁률이 442:1이다.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보육료는 민간, 가정도 국공립과 같다. 보육료 문제가 아니라 선호도가 몰리는 것. 사람들은 국공립이 더 좋고 믿을 만한 환경이라 생각한다. 실제 투자도 많이 되고.

 

그런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가짜 국공립이 문제다. 최근 문제가 된 송파구 한 곳의 경우를 보자. 어린이집 재건축을 이유로 아이 130명이 다니는 30년 된 어린이집에서 부모들 모아놓고, 재건축해야 하니 교사도, 아이도 모두 나가라고 통보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이런 데가 있어서 문제다.

 

보통 보육 교사가 숙련되는 데 9년 정도 걸린다. 전 연령을 봐야 자긍심도 생긴다. 대부분 국공립 보육 교사들은 5년 되면 그만둬야 한다. 인건비 때문에. 유아반은 인건비의 30%, 영아반은 80%를 국가가 지원한다. 교사와 아이의 매칭은 각각의 성향,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것 상관없이 경력 많으면 영아반으로 보낸다. 경력 많은 교사가 어린아이 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돌봄 중심이 아니라 돈 문제로 부적절한 배치가 된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질 좋은 보육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육환경 중 제일 필요하고 중요한 건 바로 보육 교사다. 직고용 어린이집이 생기면 이 부분은 좀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부고발, 아동학대를 보자. 지금은 내부고발자가 살아남지 못하고 해고되는 구조다. 직고용되면 내부고발이 외부인 언론제보가 아니라 내부구조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도 자정작용할 수 있는 회의체가 필요하다. 목격하자마자 경찰신고가 아니라 내부소통, 재발 및 예방대책 마련을 할 수 있게 돼야 한다. 보육시설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일과시간에 잠깐이 아니라 회의다운 회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본다. 아동학대의 경우, 모든 교사들이 의심을 받는다. 민간이 운영하고, 학부모는 어디든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아동학대에 대해 지나치게 쉽게 단정하는 경우도 생긴다.

 

어린이집답게 운영되면 원장은 문제발생 시 자기 역할에 맞게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원장이 시설 운영을 위해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문제해결에는 무책임하다. 누구에게도 도움되는 방식이 아니다. 이런 걸 벗어나려면 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육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면 보육의 내용이나 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어린이집은 학원과 다르다. 그냥 맡겨놓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적절하고 발달에 맞는 보육과 교육을 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중요한 공간이다. 표준보육과정(~2)과 누리과정(3세 이상)이라는 게 들어왔다. 국정 유아공통과정인 누리과정으로는 교사가 교사답게 교육할 수 없다. 영유아 보육의 특성이 있다.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케어해주고 각각의 성장을 봐줘야 하는데, 사회서비스원이 되면 그런 여건이 조금은 마련될 것이다.

 

누리과정은 영유아 교육에서의 국정교과서인 셈이다. 반대했지만 세력이 작아서 막지 못했다. 어이없게 교육프로그램 300여 가지를 제시하고 교사가 골라 쓰도록 한다. 영유아 교육은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 안으며 교사가 만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슬프게도 31일이 되면 전 연령 아이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에 태극기를 그리고 있다. 아이의 욕구를 발현시켜 새로운 교과과정을 만들며 수업할 수 있는 여건이 거의 안 만들어진다. 사회서비스원이 되면 교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1년에 한 번 한다. 아이를 너무 꽉 안아주는 게 CCTV에 찍히면 아동학대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 아이를 안지 마라, 만지지 마라, 10cm 이상 거리를 둬라, 음식 먹일 때 아이가 세 번 이상 거절하면 먹이지 마라, 이런 내용이다. 현장에 갓 투입된 교사들이 열의가 있어서 아동학대로 가장 많이 걸린다.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애정 갖지 마, 그러다가 아동학대 교사 돼.” 아이 습관 바로잡아주려고 하지 마단호한 말을 하는 것도 아동학대라고 한다.

 

좋은 교육이라는 게 세팅화돼 있다. 교사들은 계속 딜레마에 빠지며 자기분열이 생긴다. 학습지, 선행학습에 대한 부모의 요구가 많다. 원장이 교육방침을 세워서 이런 걸 차단하지 못한다. 교사는 원장 눈치 보고, 원장은 부모 눈치 본다. 해고에 대한, 부모에게 찍히는 것에 대한, 아이를 빼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 되면 원장도, 예를 들어 3년 계약직 이런 식이 되면 관리하는 사람일 뿐, ‘자기 것이 아니므로 그런 게 사라질 것이다. 어린이집이 개인 것이 아니라면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다.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되면 자기 목소리 내고 지키고 싶은 걸 지키는 분위기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목소리가 필요할 텐데요. 현장 주체를 세우려면?

 

조직화는 일단 노동현안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상담 노동자 조직화하는 정도다. 대공장처럼 대규모 조직화가 쉽지 않다. 7월에 대체교사 휴게시간 문제로 크게 이슈가 되고 현장에 불이 붙었다. 대체교사는 노동법대로 8시간 근무 뒤 칼퇴근이라 현장 교사들이 부러워했는데, 휴게시간이 없어진 사건이 생긴 것이다. 이슈가 있을 때, 특히 1, 2월 해고시즌에 상담 및 노조 가입이 꽤 되는 편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위탁받아 서울 각 지자체 및 광역시에서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대체교사가 20~30명씩 묶여있다. 11~23개월 계약이고 재계약도 안 된다.

 

전략조직사업단이 생기면서 지원받으니까 좀 조직화가 되고 있다. 예전엔 권고사직 때조차 노조가 힘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냥 사직했는데, 지금은 노조가 날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재가입한다고 말한 조합원이 있다. 슬픈 얘기다. 지난 10년은 노조가 그 정도 역할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차츰 힘을 키우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기대처럼 제대로 되려면 노조가 개입해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조직화밖에 없다. 사회서비스원에서 보육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국가지원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도 안 하는 건 원장들 입김 때문이다. 원장들의 정계 진출도 상당히 이뤄져서 영향력이 만만찮다. 사회서비스원이 만들어지면 조직화하면서 없는 휴게시간 만들어내고, 초과근무수당 받게 하고 교사로서 자존심을 세워가야 한다.

 

날마다 10시간 이상 일하는데 자존심 가져라 하는 건 무리다. 현장 교사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현장에서 권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현장 노동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게 보육의 질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보육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육 노동자의 힘을 모으는 것과 함께, 전체 노동자가 보육을 자기 문제로 생각하고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노동자의 경우, 보육서비스의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보육 노동자의 동료로서, 투쟁하는 보육 노동자의 동지로서 어떻게 이들과 연대할 것인가를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51일에도 쉬지 못하고 당직으로 출근해 아이를 돌보는 보육 노동자가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노동자들도 함께 쉴 수 있고, 함께 노동절 집회에 조직된 대오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육을 포함한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추진을 위해, ‘노동자인 나는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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