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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보다 강력한 계급 분단선 - 이재용을 바라보는 남북한 정권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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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046회 2018-10-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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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부통령대접을 받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사진_SBS뉴스)

 

남북한 회담과 북미회담, 문재인의 방북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듯하다. 일자리와 빈부격차 등 경제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가망이 안 보이는 가운데, 남북경협은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만한 사업이다. 이는 한편으로 궁지에 몰린 자본가에게 활로를 열어주는 것과 동시에, 민족감정을 부추기면서 계급대립을 은폐하고 노동자를 자본가 지배 아래로 통합시키는 정치적 도구가 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어용노총 위원장과 나란히 문재인 방북단에 합류한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민족구성원운운하면서, 의식했든 못 했든 문재인 정부의 계급통합 프로그램에 일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남북한 정권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민족주의 환상을 부추긴다. 하지만 민족주의 환상의 기반을 허물어뜨릴 증거를 제공하는 것 역시 그들 남북한 정권 자신이다.

 

저들에게 이재용은

 

가령 지난 방북단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전격 초청되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이재용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 뇌물죄와 관련해 이미 1,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다. 무엇보다도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 자본가는 민주노조를 악성 바이러스로 간주하며 탄압했던, 그래서 반드시 노조파괴 공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노동자의 적이다.

 

흥미로운 건 북한 정권의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재용의 방북과 관련해서 북한에선 자신들이 꼭 오시라고 말씀드렸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경제 실세로 불리는 리룡남 부총리는 남측 자본가들과의 만남이 이뤄진 자리에서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화기애애하게 웃음을 나누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북측에서 먼저 부른 건지, 아니면 청와대의 주장처럼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결정으로 재벌들의 방북이 이뤄진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재벌 자본가들이 있어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동반자

 

문재인 정부에겐 이재용이 범죄자라거나, 지독한 노동자 탄압에 책임을 져야 할 자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거대 자본가 이재용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추진하는 데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라면서 논란을 무릅쓰고 그를 방북단에 참여시킨 것이다.

 

이는 북한 정권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방북 과정에서 철도, 도로, 전력 등의 사회간접자본, 금강산 등 관광사업, 평양과 남포 등 첨단기술 개발구역에 대한 투자 등이 논의됐을 거라고 하는데,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서 삼성을 비롯한 재벌 자본가들의 투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리룡남 부총리도 이재용을 환영하는 인사말에서 번영이라는 단어를 빠뜨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이재용이 필수불가결한 동반자인 것처럼, 북한 정권에게도 이재용 같은 재벌 자본가들이 필수불가결한 동반자다.

 

이는 지난 방북단에 동참했던 박지원 의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927JTBC에 출연한 박지원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인들에게 엄청난 대우를 하더라”, “이번 평양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물론 모든 고위급 간부들이 이재용 부회장을 부통령처럼 대접하더라고 털어놨다.

 

노동자도 저들과 동반자가 될 것인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누가 노동자계급의 편에 서 있는지, 아니면 반대편에 서 있는지가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의 혓바닥 위에서 노동존중이란 단어가 아무리 현란하게 춤춰도, 그들의 모든 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건 문재인 정부와 이재용 같은 재벌 자본가들이 같은 계급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판단의 잣대는 북한 정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북한 정권이 그간 퍼뜨려온, 그래서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환상으로 자리 잡은 북측은 노동자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인식”(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921일자 <서울신문> 인터뷰)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그들의 행동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자본가들을 동반자로 여기는 것처럼 북한 정권도 이들을 동반자로 여기며 함께 웃고 즐기는 한, 우리가 이들 모두와 민족구성원으로서 나란히 설 여지는 없다.

 

바로 여기에 38선보다 강력한 계급 분단선이 그어져있다. 그리고 이 계급 분단선앞에서는, 평화도 통일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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