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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터뷰] 베네수엘라는 결코 사회주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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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조회 42,908회 2018-10-0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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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국내 우익들은 조금이라도 친노동 정책이 도입되는 걸 막기 위해, 최근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위기를 거론하며 오직 자본주의만이 살 길이라고 선전한다.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차베스가 ‘21세기 사회주의’로 베네수엘라를 포장해 왔고 여러 사회주의 단체들도 이에 부화뇌동해 왔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위기사태는 우익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현재의 베네수엘라 위기는 ‘사회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레프트보이스>에 2018년 8월 9일자로 게재된 베네수엘라 <일간좌파 La Izquierda Diario> 편집자이자 사회주의 노동자인 밀톤 들레온(Milton D'León)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원문 http://www.leftvoice.org/No-Venezuela-Was-Never-So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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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궁을 향한 이들의 시위는 경찰에 가로막혔다.(사진_Ariana Cubillos/AP)

 

 

우선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현재 베네수엘라의 사회경제적 위기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노동자와 가난한 대중은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이 박살나버린 파국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식용유 한 병이 두 달 치 최저임금과 맞먹습니다! 보건의료, 교통, 전기, 수도 등 공공 서비스가 무너지고 있고요. 이미 수백만 명이 이 나라를 떠난 실정입니다.

 

대중의 상황은 버틸 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노동자들은 가족이 먹고사는 데 충분한 생활임금을 요구해왔고, 이는 사회불안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중요한 징후였습니다. 정부는 간호사들이 벌인 무기한 파업에 대해서처럼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직접 탄압하지는 않더라도 말입니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를 회복시킬” 일련의 “경제적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 조치의 실제 목표는 차베스주의 고위 국가관료 집단의 생존과 거대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즉, 노동자와 가난한 대중에게 불리한 조치인 것입니다. 

 

마두로 정부는 이 위기가 미 제국주의에 의해 획책된 것이라 주장하던데요. 

 

실제로 미 제국주의는 백 년 넘게 베네수엘라를 약탈해왔어요. 이는 부시, 오바마, 아니면 트럼프 등 누가 백악관에 있는가와 무관합니다. 가장 폭력적인 사례는 2002년 미국이 지원한 우고 차베스에 대한 쿠데타 시도였습니다. 

 

처음부터 차베스 정권은 미국과 항상 마찰이 있었습니다. 경제 문제에서 더 많은 자유를 원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차베스 정부는 결코 제국주의와 단절하지 못했습니다. 거대 석유 다국적 기업들이 줄곧 이곳에서 기업 활동을 했고, 다른 국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이윤을 본국으로 송금했습니다. 국제금융자본도 마찬가지로 여기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제국주의는 베네수엘라를 “국가안보에 위협”이라고 규정했던 오바마의 말을 따라,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정부를 겨냥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다른 조치들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마두로 정부는 외채를 새로 조달할 수도, 기존 외채를 (부채탕감 등으로) 재구성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계속 빚에 시달릴 뿐이지요.

 

베네수엘라 정부가 특히 최근의 경제적 파국 상황에서도 외채를 꼬박꼬박 갚았다는 점을 저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런 결정은 국제 채권단과 제국주의 금융자본에겐 고분고분하게 대하는 것이지만, 자국민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한 겁니다. 

 

물론 우리는 모든 제국주의 간섭과 공격을 거부합니다. 마두로 정부를 끌어내리는 임무는 베네수엘라 노동자들의 것이지, 어떤 외국 제국주의 세력이 할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또한 우익이 사용하는 테러적 방법을 거부합니다.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우익세력이 흔히 주장하듯이 사회주의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일까요?

 

베네수엘라에서 실패한 건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실패한 것은 베네수엘라가 석유에서 얻은 수입에 의존하게 했던 정책이었고, 자국민이 기아로 고통을 겪는 상황인데도 은행가와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장해준 정책이었습니다. 

 

비상사태가 계속됐고 상황은 점점 더 억압적으로 변해갔는데, 그 속에서 정부는 군부에 의존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사적 소유는 항상 보호받았으며, 석유로 횡재하던 시기에 자본가들은 번영을 누렸습니다. 석유 붐을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소득분배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정부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위기를 떠넘겼을 뿐입니다. 우리는 3년 동안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정부는 식량배급을 실시했는데, 그마저 일부에게만 배급됐고 사람들의 굶주림을 완화하지 못했습니다.

 

마두로 정부와 PSUV(통합사회당: 베네수엘라 집권여당)는 자신을 ‘21세기 사회주의’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네, 절대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21세기 사회주의’는 사기에 불과했어요. 그것은 ‘사회주의’라는 말로 이뤄진 코미디였고, 실제로는 자본주의를, 정확히 말해 전적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자본주의를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00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때 97달러가 석유에 의한 것이고, 그 나머지가 다른 광물자원에 의한 것입니다. 차베스식 ‘사회주의’는 국영산업조차 발전시키지 않았어요. 베네수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기를 멈춘 적이 결코 없습니다. 

 

처음에는 정부가 몇 가지 사회개혁을 시도했지만, 그것은 거대 기업가들, 자본가들의 특권을 결코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헌법까지도 사적 소유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줍니다. ‘코뮌’(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나, 차베스 정부는 항상 부르주아 국가와 특히 군부에 기반을 뒀어요. 

 

오늘날 베네수엘라 노동자운동의 상황은 어떤가요?

 

진행 중인 재앙의 한가운데서 노동자들은 고개를 치켜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생활임금을 요구하는 물결이 이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가족을 먹여 살릴 만큼 충분한 임금을 원합니다. 매일 벌어지는 시위 속에서 그런 요구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러한 투쟁을 하나로 모아내려는 흐름도 있고요. 

 

경제위기는 사람들이 그들의 요구를 가지고 싸우도록 거리로 몰아갔습니다. 전례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합류하거나 작업장에서 조직화하면서, 실제로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점점 더 전면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국 차원에서 노동자운동은 대체로 무기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도처에서 새로운 투쟁들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간호사노조 같은 전국적 노동조합들이 그렇습니다.

 

일부 사회주의 단체들이 차베스의 당인 PSUV에 가입해서 대중과 관계를 맺고 그 당을 왼쪽으로 밀어가려 했습니다. 이런 계획들은 어떻게 됐나요? 

 

그런 단체들의 PSUV 가입 정책은 크게 실패했습니다. 그들 자신의 세력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가난한 대중을 부르주아 민족주의 구상으로 미끄러뜨리는 것을 도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들은 PSUV를 왼쪽으로 밀어가는 대신, 차베스주의가 사람들에게 진정한 변화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들은 차베스가 부르는 사이렌*의 노래에 넋을 잃어버린 겁니다.(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켰다.)

 

소수파의 정치적 계획으로서 그들은 집권여당(PSUV)에 합류했고, 그 당의 열렬한 투사가 됐습니다. 차베스주의가 이미 실패한 상황에서, 그들은 현재의 위기가 마두로가 차베스의 유산을 포기한 결과라고 계속 주장합니다. ‘사회주의의 물결’ 같은 단체들이 PSUV를 떠났지만, 그들이 처음 그 당에 합류할 때보다 세력이 작아졌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차베스의 유산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앨런 우즈의 국제마르크스주의경향 같은 다른 단체들은 ‘비판적’이고자 하면서도 여전히 PSUV에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정책의 실패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입당주의’라는 이름 아래 그들은 부르주아 민족주의 운동에 결합했습니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에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일으켰어요. 그 결과, 많은 노동자들이 현 상황의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사회주의가 아니라면, 우리는 베네수엘라 정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초기에 차베스 정부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독특한 보나파르트 체제*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경제적 책략으로 제국주의와 마찰을 빚던 멕시코의 라자로 카르데나스 정부를 묘사하면서 트로츠키가 쓴 용어를 빌리자면요. 그런 성격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경제파탄, 그리고 정권의 중심 기둥으로서 군부에 의지한 차베스 세력이 부패해가는 가운데 반동적 보나파르트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주: 보나파르트 체제는 위기 속에서 자본가계급이 통치능력을 잃고, 노동자계급은 아직 사회를 지배할 능력을 키우지 못한 상황에서, 모험주의적 독재자가 계급 대립 속에서 외관상 중립적 균형을 취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안정과 성장을 꾀하는 체제다.)

 

2015년에 마두로 정부가 의회에서 다수의석을 잃은 후, 그들은 복잡한 관료적 책략에 의존했습니다. 나머지 국가기구들, 즉 사법부와 특히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보나파르트 체제가 의회를 무력화하는 단계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간 것이었습니다.

 

정권의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마두로는 오로지 차베스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완전히 사기에 불과한 ‘제헌의회’를 만들어야 했고, 초헌법적 권력과 직책을 부여받았습니다. 이것은 군부와 정부 고위관료들, 차베스 세력과 집권여당의 권력을 위한 가리개일 뿐입니다. 그것은 보나파르트주의 파벌의 도구입니다. 이것이 현 정부, 체제, 국가에 대한 간략한 마르크스주의적 정의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자들의 정책은 어떤 것입니까?

 

베네수엘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적 노동자당을 건설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친제국주의 우익의 계획뿐만 아니라 마두로와 그 일당의 반동적 보나파르트 체제에 맞서면서, 노동자계급의 독립적인 정치조직을 위한 투쟁을 배가하자고 호소합니다. 

 

노동자계급은 이 엄청난 위기에 대한 진보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세력입니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은 제국주의 세력의 개입뿐만 아니라 정부, 국가, 자본가정당들로부터 독립적이기 위해 대중과 밀착하며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들과 가난한 대중의 정부를 향한 투쟁 전망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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