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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노동자는 자본가의 홍보용 도구가 아니다 - 온전한 정규직화 위해 투쟁하는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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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671회 2018-09-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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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총파업 출정식

 

상상하기도 힘든 최악의 꼼수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800여 명의 조합원들이 9월 17~18일 상경총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8월 8일 총파업 출정식 이후 4~5차례 권역별, 지회별 파업을 벌인 후 다시 모였다. 

 

LG유플러스는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하더니, ‘2020년 부분 자회사’ 안을 던졌다. 하청센터를 실적별로 쪼개 일부 센터는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일부 센터는 하청으로 남겨두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최악의 꼼수라고 했다. 한 조합원은 LG가 직접고용 요구를 무조건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어떻게든 손해를 안 보고 노동자를 분열시키려는 치졸한 작태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가 자본가의 홍보용 도구냐고 분노했다. 

 

LG 노동자들은 이른바 자회사 정규직화란 껍데기뿐인 정규직화고, 직접고용이 결정되더라도 내용을 제대로 채우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인천공항, SK브로드밴드 등에서 벌어진 가짜 정규직화에 맞서 투쟁한 수많은 노동자의 경험을 봤기 때문이다. 

 

작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SK가 ‘민간부문 첫 정규직화’라는 포장을 씌우고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만든 후 1년이 넘었지만,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이 깎였고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자회사는 덩치 큰 하청회사일 뿐이었다. SK 노동자들은 포인트제 폐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지난 6월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도 콜센터 자회사 안을 거부하며 전체 정규직화를 외치고 있다. 앞에서 싸운 노동자들이 쌓아 놓은 투쟁의 토대가 뒤를 이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단단히 받쳐주고 있다.

 

너무나 절박하다

 

LG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관악동작지회 김종덕 조합원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2007년부터 이 일을 했는데 업체가 일곱 번이나 바뀌었다. 매년, 매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맨날 회사 사장이 바뀌고, 소속이 바뀐다. 1년에 한 번씩 원청이 하청 회사랑 계약을 하는데 올해는 무사히 넘어갈까, 매일 불안하다. 바뀌면 또 근속, 경력 다 인정이 안 되고. 작년에도 업체가 바뀌면서 퇴직금과 월급을 다 뜯겼다. 제가 지회장 할 때였는데 조합원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업체가 바뀌면 파업권도 사라진다. 2014~15년 파업 때 빚진 돈을 갚아나가는 시기였는데, 너무 힘들었다. 원청에선 하청 사장에게 수수료를 줬는데 하청 사장은 노동자에게 월급을 주는 게 아니라 거래처 외상값을 갚았고, 원청은 나 몰라라 했다. 여름에 더워죽겠는데 여기 원청 앞에 조합원들 다 끌고 왔다. 그렇게 한 달 동안 했는데 나중엔 비조합원들도 호응해 줬다. 그렇게 단결이 되면서 조합원이 40명 이상으로 늘었다. 우리 센터는 상담원들도 90% 이상 조합원들이다. 해운대센터 등을 비롯해 많은 센터에서 이런 일들을 겪었고 현장투쟁으로 조직력을 키웠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뿐 아니라 저임금 구조를 바꾸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온전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LG유플러스 현장기사들의 기본급은 1,635,000원이다. 식대 십만 원 포함하면 1,735,000원이다. 자본은 이렇게 노동자들을 저임금에 묶어 두고 실적 경쟁을 시킨다. 고정급 비중이 워낙 적다 보니 실적급에 매달려야 한다. 기사는 어떻게든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상품 설치보다 상품 설명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또 실적급을 많이 받기 위해선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려야 한다. 아주 드문 일이긴 하지만 심지어 고객을 속여 상품을 판매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걸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하청구조 아래에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가 없다. 

 

원청은 사실상 하는 게 하나도 없다. 고객 가입시켜 돈만 받는다. 현장에서 무슨 일이 생겨 고객이 클레임을 걸면 그건 다 하청업체 책임이다. 고객이 본사에 얘기하면 본사에서는 알아보겠다고 하고 하청 기사에게 얘기한다. 하다못해 기사에게 영업시켜 놓고, 기사가 설명을 했는데 고객이 잘 이해를 못해 문제를 제기해도 기사에게 다시 떠넘긴다. 이게 현장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이다. 

 

통신·기술 노동자들이 뭉칠 때가 됐다

 

통신·기술 노동자투쟁은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의 중요한 축이다. LG가 불법파견 확정 판정을 피하기 위해,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단결을 가로막기 위해 이번 달부터 직접고용한 LG수탁사 노동자들(LG한마음지부)도 9월 29일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에서 무늬만 정규직, 나쁜 일자리를 비판하며 집회를 연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 망 관리를 담당하는 수탁사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했지만 초봉 2,600만 원에 1년 이후부터 연 20만 원씩 가산하는 임금체계를 제시하면서 노동조건을 오히려 후퇴시키려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9월 20일 전체 상경 총파업 집회를 열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도 10월 더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각각의 요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온전한 정규직화 문제와 관련돼 있고,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LG한마음지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모두 최소 800명 이상의 조합원을 가진 힘 있는 노조다. 무엇보다 모든 노조가 더 강하게 투쟁하지 않는다면 절박한 요구를 쟁취할 수 없는 결정적 국면에 놓여 있다. LG유플러스지부의 한 조합원은 “LG는 CJ헬로비전 인수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동자투쟁을 더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직접고용 쟁취의 유리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 10월에 더 강하게 싸워 승기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 뭉칠 때가 됐다.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집회를 개최하면서 전선을 넓혀간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하게 자본과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민간부문에서, 통신·기술 산업에서 온전한 정규직화의 길을 활짝 열 수 있는 소중한 투쟁이다. LG 노동자투쟁의 승리를 위해, 모두의 승리를 위해 뭉쳐서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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