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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 | 방관하면 그다음은 내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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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자서울성모병원 노동자 조회 7,178회 2018-09-1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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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죽이면 내 아내 보내준댔어. 우리 아내 데려갈 때 너도 거기 있었다며. 보고도 모른 척 했다며. 너는 죽어도 싸. 어떻게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 놈, 내가 아저씨 못 죽여도 상관없다고 했어. 어쩌면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재밌겠다고, 나처럼.” 우리 노동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는 장면이다.

 

 

<목격자>는 범죄영화라기보다는 재난영화다. 잔인한 살인자의 성장배경이나 범죄동기 따위는 그리 중요치 않다. 제목 그대로 범죄를 둘러싼 목격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나에게도 피해가 올까 두려워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고 사건에 연루되기를 꺼린다. 그래서 결국 아파트 주민들은, 실제 목격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모두 범죄의 방관자이자 간접공모자가 된 셈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한 명, 한 명의 생각은 뒤이은 살인을 낳고, 결국 아파트 주민 전체가 나도 범죄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떤다. 이것은 엄청난 재난이 아닌가!

 

뺑소니사고로 아이가 다쳤지만 경찰수사가 미심쩍으니 재수사할 수 있게 힘써달라는 아이엄마의 부탁도 무심히 뿌리치는 주인공. “애초에 일 안 당하는 게 최고지.” 범죄현장인 아파트가 뉴스에 비춰질 때마다 집값 떨어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아파트 주민들 사이엔 경찰, 언론 협조 반대동의서가 나돈다. 목격 신고를 하러 같이 경찰서에 가자고 주인공에게 찾아왔다 매몰차게 거절당한 뒤 범인에게 희생된 이웃집 여자. 이 사실을 모른 채 실종된 아내를 찾아달라고 전단을 붙이고 다니는 남편에게, ‘교육수준도 높고 준법정신도 투철한 부녀회장을 위시한 아파트 주민들은 되레 항의한다. ‘당신들 부부 문제로 아파트 분위기 흉흉하게 만들지 마!’

 

다음 희생자

 

영화에서 그려진 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목격자들의 몰인정한 반응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굳이 진짜 흉기를 이용한 살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오늘날 일상에서 숱한 범죄를 목격하고 겪고 있다. 쌍용차나 지엠에서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량해고가 그렇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가짜 정규직화인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전환이 그렇다. 내 가족에게, 동료에게 가해지는 이런 일상적인 폭력과 살인을 목격하고도 우리 또한 방관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더 많은 피해자가 계속 생기는 데 일조하는 사실상의 공모자가 아닌가.

 

비정규직 해고될 때 나는 정규직이니까, 고참들이 강제명퇴를 당할 때 난 아직 젊으니까, 옆 사업장에서 대량해고가 벌어질 때 우리 사업장 일이 아니니까, 자회사니 무기계약직이니 거짓 정규직 전환이 판칠 때 진짜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는 건 너무 힘드니까, 파업투쟁으로 손배가압류 당한 노동자들을 볼 땐 우리 노조는 강성투쟁 안 하고 교섭 위주로 하니까.

 

이런 생각이 자본의 횡포와 폭력을 더욱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노동자는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은 오간 데 없고 자본이 노동자를 분열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런저런 트릭에 넘어가는 순간 우리는 방관자, 공모자에 머물지 않고 다음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은 이미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탈출구

 

범인을 봤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범인이 자신과 가족을 해코지할까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기를 택하는 주인공. 이웃집 여자와 함께 신고하고 주민들과 마음을 모으는 연대를 택했다면 어땠을까. 영화의 주인공은 말한다. 가진 건 아내와 딸, 대출받은 아파트가 전부인 우리 같은 사람한텐 이건 너무 힘든 것이다. 진짜로 힘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영권’, ‘인사권을 쥐고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전환배치하고 자회사를 만드는 자본의 거대한 힘과 폭력 앞에서 노동자 개인은 가진 것 없고 힘도 없는 약자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계급이란 이름으로 뭉칠 때, 연대와 단결이라는 수단을 움켜쥐고 투쟁이라는 필살기를 발휘할 때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냥 지키고 싶었어. 잠깐 눈 감으면 다 지나간다고 그러잖아.” 그러나 우리는 안다. 자본의 폭력과 횡포를 피하고 방관자가 되어서는 가족과 나를 지킬 수 없음을. 잠깐 눈 감는다고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도. 자본주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자본의 공격은 더욱 흉포해지고 더 치밀해지고 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더 강하게 단결하고 더 넓게 연대하는 길을 찾는 수밖에.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그것이다. 범죄의 방관자,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그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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