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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쌍용차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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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704회 2018-09-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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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오마이뉴스

 

9월 2일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쌍용차파업 이후 숨진 30명 죽음의 배후를 밝혔다. 청와대 지시 아래 어떻게 경찰, 국정원, 기무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지 밝혔다. 

 

MBC ‘스트레이트’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자본은 구조조정 두 달 전부터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조현오의 경기경찰청은 사측과 긴밀한 공조 아래 진압계획을 짰다. 50여 명의 인터넷 댓글팀을 운영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기무사와 국정원은 공장 내부까지 사찰했다. 그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초점이 되는 투쟁을 분쇄하기 위해서라면 합법성 따위는 간단히 무시했다. 이 보도와 더불어 최근 발표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에서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장이 옳다는 사실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찰, 국정원 등 정치적 억압기구만 동원했을까? 그렇지 않다. 산업은행을 통해 자금 투입권을 틀어쥐고 노동자들을 압박했다.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지원도 없을 것이고 쌍용차는 파산한다고 협박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난 정권에서만 일어났을 거라고 믿는다면 큰 오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지엠, 성동조선, 대우조선, 금호타이어 등 수많은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는 산업은행을 앞세워 악랄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쌍용차에서처럼 이곳의 노동자들도 이러저러한 양보를 제시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자본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무엇을 위한 시범케이스였나?

 

‘스트레이트’는 이명박 정부가 쌍용차투쟁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용산참사 등으로 발생한 민심이반을 전환할 국면전환용 시범케이스로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명박 정부가 쌍용차를 시범케이스로 선택한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008년 미국에서 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세계자본주의는 거대한 위기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계급도 이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노동유연화 확대와 구조조정, 노동조합 파괴를 전면화하려 했다. 이런 공세는 반동화된 자본주의 아래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2008년에 불거진 치명적인 경제위기 앞에서 정부와 자본가계급은 더욱더 공격적인 태세를 취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투쟁의 거대한 잠재력을 고려해 고립분할 타격방식을 사용했다. 약한 고리를 붙잡아 본보기로 기선을 제압한 뒤, 점차 공세를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저들이 보기에 쌍용차가 바로 그 ‘약한 고리’였다. 쌍용차가 자동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 또한 완성차 업체 중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약한 고리’가 ‘강한 고리’로

 

그러나 저들의 판단은 부분적으로 오판이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공장점거파업으로 단호하게 맞받아치면서 ‘약한 고리’는 ‘강한 고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약한 고리에서 강한 고리로 변모하자 저들의 진압은 더 강경해졌고 잔인해졌다. 

 

하지만 노동자운동은 연대파업을 조직하지 못했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결집시켜내지 못했다. 총자본의 공세 앞에 총노동의 단결로 결전을 치를 태세가 부족했기 때문에 굳센 결의로 전선을 지탱하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포위되는 걸 허용했다. 결국 쌍용차 노동자들은 총고용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싸웠기에 완벽한 패배를 막을 수 있었고, 저들의 최종계획이었던 민주노조 파괴도 막을 수 있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무너졌다면, 정부와 자본가들은 더 기세등등하게 여러 현장으로 공격을 확산시켰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촛불투쟁 때 계엄령과 쿠데타를 실행하려 했던 기무사를 간판만 바꿔 그대로 두었다. 기무사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꾸었는데 창설지원단이 전직 기무사 요원들이고, 조직의 목적과 직무도 기무사와 다르지 않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쌍용차 폭력진압 당시 수원지검 2차장 검사로 공안대책협의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양승태 사법거래의 대표 사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사법부와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관료체제 역시 쌍용차를 진압했던 흐름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최근 벌어진 수많은 구조조정을 보면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근혜 정부의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위해서는 단돈 십 원도 아까워하면서 오직 자본가 살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다만 노동자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노사정 대화’라는 덫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만 차이가 있다. 

 

쌍용차투쟁의 핵심 쟁점은 ‘경제위기의 대가를 누구에게 떠넘길 것인가’였다. 재벌을 포함한 자본가인가? 노동자인가? 지금 수많은 노동자투쟁의 핵심 쟁점도 그렇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영웅적 투쟁을 결심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희생양’이 되길 거부하면서 투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건 ‘정리해고 분쇄, 분사화 저지,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보장’ 요구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총자본 공세에 맞선 총노동 전선을 ‘객관적’으로 대변했다.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경제위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투쟁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 투쟁이 등장할 때 자본가정부는 또다시 자본주의의 핵심 통제기구인 경찰, 검찰, 기무사, 국정원 따위를 총동원할 것이다. 전체 노동자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급적 노동운동, 자본가정부에 맞장을 뜰 수 있는 정치적 노동운동을 만들어내야 노동자계급의 패배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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