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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의 진실: 고용위기와 소득격차 확대, 무엇이 올바른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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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조회 6,011회 2018-09-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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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8월 17일 <2018년 7월 고용동향>과 23일 <2018년 2분기 가계소득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의 실패에 관한 얘기들이 연일 뉴스를 뒤덮었다. 때론 노골적으로 때론 은밀하게, 그러나 결국 그 뉴스들 대부분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위기와 소득격차 확대로 귀결됐다.” 

 

그 뉴스들은 형식상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겨냥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해온 노동자들을 겨냥했다. 나아가서는 삼성의 이재용이 잠시나마 옥살이를 하게 만들었던 2016~17년 촛불시위에 떨쳐나선 모든 이들을 겨냥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소득주도 성장론’의 총책임자격인 장하성 정책실장을 앞세워 26일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라는 것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론 자체는 옹호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격으로부터는 슬쩍 비켜서겠다는 뜻이었다. 수줍게 말했지만 청와대의 의도는 분명했다. 사실 최저임금에 대한 청와대의 속마음은 지난 4월 말 청와대와 민주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주도할 때 이미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던가!

 

어쨌든 이렇게 해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모든 자본가 정치세력의 입장이 다시 한 번 하나로 모아졌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벌들을, 나아가 자본가들을 어떤 형태로도 감히 옥죄려 하지 말고 오로지 그들의 돈벌이를 무제한 보장하면서 거기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나 감지덕지 받아먹고 살라는 것이다.

 

이렇게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사이에서 치열한 이데올로기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다투는 이데올로기적 계급투쟁의 장이 열린 셈이다. 이 전장에서 자본가들은 온갖 미디어를 장악하고 연일 포화를 쏘아댄다. 노동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최대한 많은 수단을 동원해서 맞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 보자.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의 진실은 무엇인가? 고용위기와 소득격차 확대에 대한 노동자의 해법은 무엇인가?

 

통계가 말하는 것들

 

먼저 통계청의 발표를 요약하고 재구성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보자.

 

① 전체 취업자 증가폭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 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10,000명)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2월부터 6개월째 10만 명대 이하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월평균 31만 6,000명 증가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실업자는 7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웃돌았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문제인지 좀 더 거시적인 이해를 위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7월 전체 취업자 증가 현황을 정리하고 이를 15세 이상 인구 증가분과 비교해 봤다. 그랬더니 아래 도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2018년 7월에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급락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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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조선과 자동차 중심으로 제조업 고용 축소: 제조업 위기의 지속·심화

 

무엇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급락을 주도했을까? 산업별로 보면 그것은 제조업이다. 제조업은 지난해 7월 대비 취업자 수가 12만 7,000명 줄어 감소 폭이 가장 큰 산업이 됐다. 아래 표는 최근 6년 동안 매년 7월에 제조업 취업자 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2016년 7월 급감한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8년 7월 더 크게 다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2013. 07

 2014. 07

 2015. 07

 2016. 07

 2017. 07

 2018. 07

 취업자 수

4,282,000 

4,486,000 

4,649,000 

4,564,000 

4,611,000 

4,484,000 

 변동

 

204,000 

163,000 

-85,000 

47,000 

-127,000 


  

번엔 년 평균(2018년은 1~7월 평균)으로 살펴보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

 2013 평균

 2014 평균

 2015 평균

 2016 평균

 2017 평균

 2018 평균

 취업자 수

4,307,000 

4,459,000 

4,604,000 

4,584,000 

4,566,000 

4,524,000 

 변동

 

152,000 

145,000 

-20,000 

-18,000 

-42,000 



그렇다면 제조업 안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고용동향 통계는 제조업 내부의 변화를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8월 14일 발표된 <2018년 7월 고용보험 통계>를 추가로 확인했다. 고용보험 통계에서 제조업 가입자 수는 357만 6,000명으로 고용동향 통계보다 90만 8,000명 적다. 그만큼이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보면 될 것인데, 이를 감안하며 두 통계를 종합해 보자. 

 

고용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8년 7월 제조업 취업자 수의 감소를 주도한 것은 (조선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운송장비 제조업과 자동차 제조업이다. 각각 전년 대비 –1만 9,500명과 –1만 100명을 기록했다(완성차 –3,200명, 부품 –6,900명).

 

그런데 지난 몇 년 간의 고용보험 통계를 추적해 보면, 2013~15년에는 철강 등 1차 금속 제조업에서, 2014~16년에는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에서 대규모 감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산업은 지금까지도 소규모 감원이 계속되거나 정체 상태에 있다. 여기에 덧붙여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조선업을 비롯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에서 대규모 감원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8년부터 자동차 산업에서 대규모 감원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철강·전자·조선·자동차 등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핵심 산업 전반이 지난 몇 년 동안 위기에 빠졌거나 새롭게 빠져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차 금속 제조업 (철강 등)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조선업 등)

자동차 제조업 (완성차+부품)

 최고점

(12/12) 144,194 

(13/09) 569,792 

(15/12) 210,382 

(17/07) 400,988 

 최저점

(18/07) 112,555 

(16/07) 512,954 

(18/07) 129,626 

(18/06) 391,109 

 변동

-31,639 

-56,838 

-80,756 

-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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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금속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전년동월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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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장비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전년동월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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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운송장비 규모별 증감(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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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업 규모별 증감(천 명)

 

 

③ 임시직·일용직 고용 축소: 제조업 위기? 최저임금 인상?

 

고용동향 통계는, 2018년 7월 전년 대비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으로 급락할 때, 임금근로자 증가폭도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4만 명에 머물렀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임금근로자 증가폭을 떨어뜨린 주된 요인은 임시근로자(-10만 8,000)와 일용근로자(-12만 4,000)의 급감이다. 합쳐서 23만 2,000명이 감소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통계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이제 해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어떤 뉴스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안정적인 상용직보다는 고용여건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이 먼저 감소”(8월 25일자 <국민일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어떤 뉴스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임시직·일용직 일자리를 대폭 감소시킨 것으로 해석했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어디쯤일까?

 

 (단위: 천)

 11/07

 12/07

 13/07

 14/07

 15/07

 16/07

 17/07

 18/07

 전체 취업자

24,933 

25,378 

25,681 

26,280 

26,538 

26,765 

27,078 

27,083 

 (증감)

433 

445 

303

599 

258 

277 

313 

5 

 임금근로자

17,878 

18,128 

18,566 

19,164 

19,591 

19,890 

20,173 

20,213 

 (증감)

517 

250 

438 

598 

427 

299 

283 

40 

 상용근로자

10,849 

11,318 

11,939 

12,331 

12,751 

13,073 

13,472 

13,743 

 (증감)

654 

469 

621 

392 

420 

322 

399 

271 

 임시근로자

5,196 

5,123 

5,004 

5,255 

5,216 

 5,273

5,112 

5,004 

 (증감)

-56 

-73 

-119 

251 

-39 

57 

-161 

-108 

 일용근로자

1,833 

1,688 

1,623 

1,578 

 1,624

1,545 

1,590 

 1,466

 (증감)

-81 

-145 

-65 

-45 

46 

-79 

45 

-124 



④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감소

 

고용동향 통계는, 2018년 7월 전년 대비 전체 취업자 증가폭이 5,000명으로 급락할 때, 비임금근로자가 3만 5,000명 감소한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7만 2,000명 늘어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 2,000명 줄어들었다.

 

만일 자영업자 감소의 주된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때문이라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주로 감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는 반대로 나타났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즉 더 취약한 자영업자가 대거 감소한 것은 소득 하락에 따른 판매 부진과 임대료·카드수수료 부담 등이 자영업자 감소의 주된 이유임을 말해준다.

  

 (단위:천)

 12/07

13/07 

14/07 

15/07 

16/07 

17/07 

18/07 

 전체 취업자

25,378 

25,681 

26,280 

26,538 

26,765 

27,078 

27,083 

 (증감)

445 

303 

599 

258 

227 

313 

5 

 비임금근로자

7,250 

7,116 

7,117 

6,947 

6,874 

6,906 

6,871 

 (증감)

194 

-134 

-170 

-73 

32 

-35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1,585 

1,543 

1,596 

1,613 

1,595 

1,587 

1,659 

 (증감)

64 

-42 

53 

17 

-18 

-8 

72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4,320 

4,253 

4,204 

4,099 

4,095 

4,144 

4,042 

 (증감)

109 

-67 

-49 

-105 

-4 

49 

-102 

 무급가족 종사자

1,345 

1,319 

1,317 

1,234 

1,184 

1,175 

1,169 

 (증감)

21 

-26 

-2 

-83 

-50 

-9 

-6 


⑤ 소득격차 확대

 

통계청은 2분기 가계소득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위 20% 가구’(5분위)의 가계소득이 전년 대비 10.3% 늘어난 반면 ‘하위 20% 가구’(1분위)는 7.6%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무엇보다 ‘하위 20% 가구’의 취업자 수가 1분기에 8%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 18%나 감소한 때문이다. 결국 1분위와 5분위의 소득격차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2분기 실질소득 변화

 시점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5분위/1분위 

2012

2분기

1,320,328 

2,722,537 

3,719,488 

4,880,118 

7,751,938 

5.87

100.0% 

100.0% 

100.0% 

100.0% 

100.0% 

2013

2분기

1,319,911 

2,779,934 

3,773,313 

4,932,859 

7,846,380 

5.94

100.0% 

102.1% 

101.4% 

101.1% 

101.2% 

2014

2분기

1,363,843 

2,788,928 

3,811,117 

5,014,472 

7,905,059 

5.80

103.3% 

102.4% 

102.5% 

102.8% 

102.0% 

2015

2분기

1,487,073 

2,869,337 

3,880,977 

5,043,640 

8,080,072 

5.43

112.6% 

105.4% 

104.3% 

103.4% 

104.2% 

2016

2분기

1,385,619 

2,808,925 

3,898,035 

5,121,325 

8,149,070 

5.88

104.9% 

103.2% 

104.8% 

104.9% 

105.1% 

2017

2분기

1,396,708 

2,785,897 

3,843,192 

5,055,183 

8,066,835 

5.78

105.8% 

102.3% 

103.3% 

103.6% 

104.1% 

2018

2분기

1,270,414 

2,685,009 

3,780,097 

5,220,214 

8,759,118 

6.89

96.2% 

98.6% 

101.6% 

107.0% 

113.0% 

 

그런데 명목소득을 기준으로 한 통계청의 가계소득 통계를 물가상승분을 감안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전환하면, 위 표와 같이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눈에 들어온다. 1분위부터 3분위까지 하위 60%가 지난해보다 2분기 실질소득이 감소했다. 1분위부터 2분위까지 하위 40%는 2분기 실질소득이 2012년보다도 아래로 내려갔다.

 

이와 같이 하위 20%부터 60%까지 실질소득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고용이 축소된 영향도 얼마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우리가 확인한 사실을 놓고 보면, 조선·자동차·철강·전자 등 제조업 위기의 지속·심화가 가장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임시직·일용직 등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 해고와 자영업자에 대한 재벌들의 과도한 수탈 등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나?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명백히 실패하고 있다. 소득도 끌어올리지 못했고, 성장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실패하고 있을까? 아니,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① 소득을 늘리기에는 너무나 소심한 정책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해서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메커니즘을 기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케인스주의 방법론에 입각한 정책이다. 이 방법론의 출발점은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너무나 소심해서 (하위 60%의 실질소득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는 통계 결과가 보여주듯이) 가난한 노동자의 소득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26일 장하성 정책실장을 앞세운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가계 생계비를 줄여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하는 3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말하는(비판하는) 분들은 그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거꾸로 청와대에 묻고 싶다. 사람들이 왜 그러겠는가?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사람들에게 인식될 만한 변화를 가져온 게 전혀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청와대 스스로 중요한 진실을 폭로한 셈이다.

 

그런데 그 최저임금 인상마저 실상이 어떠한가? 1,000원 남짓 올린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은 가난한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조차도 부담지기 싫어서 노동자의 고용을 줄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려 할 때,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떤 규제나 처벌도 시도하지 않았다. 영세한 하청자본의 부담을 원청 자본이 책임지게 하려는 어떤 조치도 시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를 거의 날려버렸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소심한 공약조차 포기해 버렸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소심한지 보여주는 한 가지 좋은 사례가 있다. 2018년부터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42%로 높아졌다. 이것을 ‘소득주도 성장론’이 모델로 삼고 있는 케인스주의가 미국에서 전면적으로 실행되던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적용됐던 최고 94%의 소득세 최고세율과 한 번 비교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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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단위: %)

 

 

물론 또 하나의 자본가정부일 뿐인 문재인 정부가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이윤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자본가정부로서도 너무나 소심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소심함이 단순히 개인적 성격으로부터 오는 문제는 아니다. 과거 케인스주의 전성기 때 그런 정도의 소득세율을 자본가들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렇게라도 노동자계급을 달래지 않으면 아예 혁명으로 뒤집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② 소득을 늘린다 해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 소심함 때문에 소득증대라는 출발점부터 실패하고 있긴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론’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도저히 먹히지 않을 지경까지 자본주의의 위기 상태가 이르렀다는 점이다.

 

과거에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높던 상황에서는 케인스주의 방법론에 입각한 소득증대가 소비증가로, 나아가 투자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를 회복시키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케인스주의는 그것이 자본가정부의 정책인 이상, 자본의 소유권을 정면으로 침해할 수는 없다는 근본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는 특히 늘어난 수요 이상으로 생산이 늘어남으로써 과잉이 더 큰 규모로 형성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문제로 나타났다. 그래서 1970년대에 새로운 대규모 경제위기가 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몰락하며 신자유주의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자본주의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기술혁신이 이윤율 저하로 귀결되는 경향’이 장기적으로 관철된 결과다. 지난 30년 이상 신자유주의·세계화·금융화 등 자본의 이윤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온갖 수단이 총동원됐는데도,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문학적인 구제금융·경기부양·양적완화·초저금리 등 온갖 조치가 총동원됐는데도 체제 전반의 이윤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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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는 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증가한다고 해서 쉽사리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하면, 어떤 산업도 만족할 만한 이윤율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케인스주의 방법론이 도저히 먹히지 않는 지경으로 자본주의 체제 전반이 이르러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경제는, 세계적인 교역량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에다가, 가계부채와 고령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라는, 즉 수출과 내수의 동시 부진이라는 총체적 난관에 직면했다. 그 결과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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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닥을 기는 체제 전반의 이윤율이라는 근본 문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수많은 모순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현실은, ‘소득증대’라는 단순한 해법으로는 ‘성장’이라는 결과에 결코 도달할 수 없게 한다. 아니 이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을 이어온 세계 대불황은, 자본주의적 성장이라는 목표 자체가 엄청난 규모의 대량 가치파괴를 전제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드러내 주고 있다.

 

고용위기와 소득격차 확대,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실패했다면서 기존의 신자유주의 방법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자본주의적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자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성장의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자본의 이윤율을 최대한 높이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며, 이를 위해 재벌 대기업에게 더욱 전면적인 자유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대한 비판은 8월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 얘기를 옮겨놓는 것으로 대신해도 될 거 같다.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이 다 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투자 중심 성장정책만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없고 양극화 고통을 가져온 과거 방식을 되풀이할 수 없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에 앞장선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재벌에게 인터넷은행을 안겨주려는 은산분리 완화는? 소득주도 성장과 한 쌍이라는 이른바 ‘혁신성장’의 규제 완화는? 말로는 신자유주의 방법론을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재벌 대기업에게 쥐꼬리만큼의 부담도 안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실체 아닌가?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의 차이란 그들의 현란한 말싸움에서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사소한 것임을 우리는 수없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소심하기 그지없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이미 실패하고 있고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노동자의 대안은 무엇인가? 고용위기와 소득격차 확대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노동자의 대안은 한마디로 ‘자본주의적 성장과 무관한 노동자·민중의 소득 보장’이어야 한다. 본래 자본주의적 성장 그 자체는 노동자 삶의 진정한 변화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본주의적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오늘날에는, 자본이 그에 따른 이윤율 하락을 노동자 삶의 하락을 통해 필사적으로 만회하려 한다. 오늘날에는 자본주의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한, 노동자 삶의 하락이 필연코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적 성장과 무관한 노동자·민중의 소득 보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와 관련해서 오석태 한국소시에테제네랄증권 이코노미스트가 21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지금처럼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이것(소득)만 높이자는 것은 결국 계급투쟁하자는 얘기”라고 단언했다. 그의 의도는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중요한 진실을 누설하고 말았다.

 

그렇다. 지금처럼 자본주의적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대에 노동자·민중의 소득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은 ‘계급투쟁’이다. 어떤 계급투쟁인가? 노동자·민중의 소득 보장을 위해 필요한 만큼 거침없이 자본의 이윤과 소유권을 침해해 들어가는 계급투쟁이다. 극소수 재벌이 움켜쥔 막대한 부를, 사회 전체의 부로 전환해서 사회 전체를 위해 사용하면서 경제를 재조직하는 계급투쟁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고 소수 자본가들만이 결정권을 갖는 자본주의적 투자를, 노동자·민중의 삶과 사회적 필요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고 사회 전체가 결정권을 갖는 민주주의적 투자로 대체하는 계급투쟁이다.

 

그와 같은 계급투쟁을 전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건설되고 유지되는 노동자정부다. 아직 노동자정부가 없다고 해서 우리의 계급투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해 절실한 당면 요구들을 내걸고 싸우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계급투쟁은 얼마든지 시작될 수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철회하라!

▲최저임금 1만원을 즉각 실현하라!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책임지도록 노동법을 전면 개정하라!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90%로 인상하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 재벌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90%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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