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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노조할 권리’ 요구하는 중국 쟈스커지 노동자들의 투쟁: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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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640회 2018-08-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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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경찰서 앞에 몰려와 항의시위를 벌이는 지지자들.(사진_REUTERS/Sue-Lin Wong)

 

중국 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모든 곳에서 자본가들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자들’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는 중국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록 중국 지배계급이 도처에서 벌어지는 노동자투쟁을 ‘비밀’로 만들어버리기 위해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통제하고, 노동운동가들을 납치 감금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지라도 말이다.

 

“노예 취급을 받았다”고 항의하는 중국 노동자들 

 

올해 7~8월 선전 지방의 용접기계 회사 ‘쟈스커지’(佳士科技, Jasic Technology)에서 벌어진 투쟁도 그런 흐름의 일부다. 용접로봇을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쟈스커지 공장은 선전, 충칭, 청두 등 세 곳에 있는데, 선전 공장에선 대략 천 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저항에 나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노예 취급을 받았다”고 회사를 규탄했다. 임금, 사회보장, 주택기금이 삭감됐고, 노동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근무표가 바뀌기도 했다. 법적 한도를 넘어 야근을 시키고, 몇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일을 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노동운동가와 협력하면서 쟈스커지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노조 건설을 준비했다. 중국 내 공식 노동조합인 전국총공회 지역 지회에 문의해 이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문제없다는 승인까지 받은 노동자들은 7월 초 스스로 노조를 결성하고 지도부를 선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동조합 건설을 주도한 노동자들 7명이 경비대에게 구타당하며 끌려간 뒤, 공장에서 쫓겨났다. 이와 나란히 전국총공회의 지역 지회도 노동자들이 스스로 세운 노조가 ‘불법’이라고 말을 바꿨다. 사측과 공식 노조의 억압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7월 27일 시위 과정에선 해고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지지자들 등 29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게 체포 이유였다. 일부는 풀려났지만, 8월 초까지 여전히 14명이 붙잡혀 있는 상태였다고 알려졌다.

 

경제적 투쟁을 넘어 

 

이들의 요구가 근래 중국 노동자투쟁의 주된 흐름이었던 임금과 고용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투쟁은 주목할 만하다. 쟈스커지 노동자들은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 노동조합을 스스로 세우고 노조 지도부도 스스로 선출하려 했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동원체제로 가파른 자본주의적 성장을 꾀했던 중국 지배계급에게 노동자의 자주적 조직이란 금지 대상이다. 그래서 독립적인 노조를 세우려는 노동자들의 시도는 곧장 정부의 통제에 도전하는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통상적인 파업보다 한층 더 강력한 탄압에 부딪힌다.

 

특히 이번에는 독립적인 노조 건설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지지를 끌어 모으면서 더 중요한 의미를 얻었다.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를 지지하는 16개 대학의 학생들 수천 명이 연서명하면서 체포된 노동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노동자투쟁을 지지하는 양상은 1989년 텐안먼 항쟁 이후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8월 6일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지지자들 50여 명이 경찰서 앞으로 몰려가, 쟈스커지 노동자들을 폭행한 경찰과 폭력배들을 처벌하고 이들의 독립적인 노조 설립을 허용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한 탄압, 완강한 저항 

 

이번 투쟁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쟈스커지 노동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지역에서 조직화 활동을 했던 한 노동운동가는 최근 공안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납치된 뒤 여전히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쟈스커지 투쟁과 관련해서만 이런 납치 사례가 몇 건 더 있다. 이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의 거점도 경찰에게 침탈당했다.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놓으려는 중국 지배계급의 탄압은 강력하다. 

 

하지만 노동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하다. 또 다른 현지 노동운동가인 미지우핑은 이렇게 말했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불법적이고, 사악하고, 겁먹어야 할 일인가?” “누구도 우리 자신의 노조를 만드는 걸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우리의 연대를 깨뜨릴 수 없다.”



환상이 깨져나가는 과정(912일자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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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쟈스커지 공장 노동자투쟁에 대학생들, 청년들의 지지가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호 기사에서 간략하게 소개했다. 여러 대학의 젊은이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탄원서를 썼다. 일부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직접 투쟁에 함께 하기 위해 쟈스커지 노동자 지원단을 만들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마오주의성향의 모임에서 중국 내 노동 현실을 접하고 문제의식을 키워갔다고 한다. 마오주의가 중국의 공식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동했던 만큼,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의 의식에도 모순적인 요소가 남아 있었다.

 

가령 중국은 인민의 국가이며, 혁명 정신을 잃어버린 일부 기업가와 지방 관료들의 부패가 문제이기 때문에, 쟈스커지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잘 설명하면 중앙 정부가 알아서 잘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게 그것이다.

이 환상을 깨주는 역할을 하는 건 다름 아니라 중국 중앙 정부 자신이다.

 

824, 광둥성 후이저우에 마련된 쟈스커지 노동자 지원단거점이 침탈됐다. 그곳에 있던 10여 명의 노동자와 50여 명의 학생들이 폭동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에 체포됐다. 일부는 계속 억류된 상태이고, 풀려난 사람들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석방되지 못한 사람들은 단식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이 연행된 시점에, 베이징에서도 동시에 경찰이 움직였다. 마오주의를 표방하며 쟈스커지 노동자투쟁을 옹호한 몇 개의 웹사이트 운영 사무실이 습격을 받았고, 관련자 8명이 체포됐다. 쟈스커지 노동자투쟁과 이에 대한 탄압이 결코 일부 지방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노동자투쟁에 공감하는 이들의 마오주의 사상과 현실 간의 모순도 심화될 것이다. 이 모순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환상의 거죽을 뚫고 나올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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