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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번역] 떠오르는 아르헨티나 혁명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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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42,430회 2018-08-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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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만여 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그 정도 규모의 집회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혁명적 대안을 추구하는 좌파단체들의 집회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르헨티나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집회가 이렇게 개최된 건 거의 30여 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여기 소개하는 후안 크루즈 페레, 마리셀라 트레빈의 글은 ‘좌파노동자전선’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연대운동이 어떤 배경과 맥락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출처: http://www.leftvoice.org/The-Rise-of-the-Revolutionary-Left-in-Argen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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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틀란타 경기장엔 어둠이 깔렸고, “인터내셔널가”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트로츠키주의 좌파노동자전선 집회에 모인 2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일어서서 주먹을 높이 치켜들고, 한목소리로 국제 노동자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거기엔 최근 “더 이상 죽이지 마라”(#NiUnaMenos)란 슬로건 아래 성폭력에 맞서 전국적인 저항에 참여해 온 여성들이 있었고, 해고와 임금삭감에 맞서 싸우거나 노동자 통제 아래 회생한 공장을 운영해 온 노동자들이 있었고,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교사들이 있었다. 이 행사는 단지 선거 캠페인을 지지하는 취지라든지, 특정한 정치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서가 아니라, 혁명적인 정치 대안 건설을 향한 의식적인 한 걸음으로서 개최됐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불과 며칠 뒤, 그리고 “핑크 타이드”(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여러 나라에서 온건 개량주의 세력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조성된 개량 분위기)가 꺾인 뒤 브라질에서 “의회 쿠데타”(우익세력이 노동자당 출신의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낚아챈 사건), 아르헨티나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의 당선 등 남미에서 우익이 약진하는 상황에서, 이 집회는 자본주의에 맞선 세력의 힘을 보여 준 대규모 시위였다. 이들은 노동자의 힘과 자주적 조직화를 진전시켰다. 이런 성취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갈림길에 선 노동자계급

 

2001년 경제위기가 폭발해 당시 대통령 데 라 루아가 몰락했고, 광범한 저항이 일어났다. 이에 영향 받으며 아르헨티나는 키르치네르의 집권 아래 십 년 이상 탈신자유주의 시기를 겪었다. 이 정책들은 공공지출 확대를 포함했고, 만연한 사회적 불안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럼에도 이는 노동자계급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해법을 제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수십억 달러의 세금이 외채를 갚는 데, 그리고 정부관료가 운영하는 민간기업에 보조금으로 지불됐다.

 

이 흐름은 2015년 말 우익정당 PRO(공화주의제안당)에게 권력을 안겨 준 총선을 거치며 중단됐다. PRO의 선거 캠페인은 부패를 멈춰 변화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바탕으로 했다. 오늘날 마크리 대통령의 지휘 아래, 정부는 아마도 근래 어떤 정부보다도 노골적으로 국내외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다. 새 정부가 올해 실시한 첫 번째 정책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와 빈민과 노동자계급의 생활수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교통요금과 공과금이 급격하게 인상됐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대량해고가 잇따랐다. 동시에 정부는 수백만 달러를 벌처펀드(투기금융자본의 일종)에 지불했고 새로운 외채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이런 정책 앞에서,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가 이끄는 페론주의 정당(승리를 위한 전선)은 집권당에 맞선 강한 대응을 조직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들이 장악한 지자체에서 그들 스스로 긴축정책을 집행하기까지 했다. 의회에서 이들은 PRO가 발의한 끔찍한 법안들을 경쟁하는 다른 자본가정당들과 함께 지지해 왔다. 이런 시나리오 아래에서,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관점에서 노동자계급의 독립성을 추구해 온 좌파노동자전선만이,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의 시야 속에 이 긴축정책에 맞설 유일한 실질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독립적인 노동자운동을 위한 투쟁

 

1940년대부터, 포퓰리즘을 지향하는 페론주의 자본가정당은 아르헨티나의 노동조합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이었다. 이는 특히 이들이 오랜 기간 정부자원을 독점적으로 이용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키르치네르 시기에 페론주의 정당이 다시 힘을 얻었긴 했지만,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도 지난 15년 동안 노동자계급의 많은 부문에서 탄력을 받았다. 2001년의 경제위기 이후로 몇몇 공장과 작업장들이 (노동자에게) 접수됐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노동자의 통제 하에 있으며, 민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재편하고 노조관료와 싸우기 위한 노동자위원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극심한 임금 삭감과 해고를 마주하고 있고, 저항에 대한 법적 처벌이 늘어나고 있기에, 노조를 되살려 노동자들의 통제 아래로 돌려놓는 투쟁이 점점 더 시급해졌다. 노동자계급에게 가해진 최근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CTA(아르헨티나노동자센터)가 고립된 시위와 파업만을 조직하는 동안, CGT(노동총동맹.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노조연맹)는 단 한 번의 파업도 선언하지 않았다. CTA가 조직화에 실패한 것은 마크리에 반대한다면서 키르치네르의 정책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 정책은 결국 계급 화해 전략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좌파노동자전선은 이 연맹들의 전국 지도부가 정부의 긴축정책에 맞서 적극적 총파업을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고, (상층에만 기대는 대신) 정부의 반노동자 정책을 뒤엎기 위한 진보적 행동계획의 일부로서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을 움직였다.

 

노조관료에 대항한 투쟁은 좌파노동자전선이 아르헨티나 전역의 작업장에 있는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자신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실천적인 방법이다. 인쇄공장 ‘마디그라프’나 세라믹 타일기업 ‘사논’ 같은 몇몇 대표적인 투쟁들은 공장 담벼락을 뛰어넘었고, 투쟁과 저항의 등불이 됐다. 이 두 기업 모두 노동자의 통제 하에 있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을 지향한다.

 

혁명적 정치 대안을 건설하기

 

좌파노동자전선의 이례적인 특징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혁명적 정치와 융합시키는 능력이다. 이 연합은 PTS(사회주의노동자당), PO(노동자당), IS(사회주의좌파), 이렇게 세 개의 트로츠키주의 정치세력으로 이뤄졌다. 이들 세 조직은 사회주의 노동자정부를 세우는 반자본주의 투쟁에서 계급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강령 아래 단결했다. 좌파노동자전선은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혁명좌파와 노동자계급 사이의 연결고리를 복구하기 위한 시도를 해 왔고, 자본가정당들에 굴복하는 중도좌파적 대안들을 거부했다. 그리고 제국주의 열강과 갈등이 있었어도 결국 자본주의 소유관계를 지켜줬던 남미의 “민족적”이거나 “진보적”인 정부들과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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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좌파노동자전선은 선거에서도 점진적으로 성공을 거둬 왔고, 작년 대선에서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3.27%의 득표를 했다. 또한 좌파노동자전선은 4명의 국회의원과, 수십 명의 시의회 의원을 확보했다. 

 

좌파노동자전선 국회의원 중 한 명인 미리암 브레그만은 11월 19일 대규모 행진에서 발언했다. 그녀는 지난 몇 주간 아르헨티나 여성운동이 펼친 강력한 행동을 포함해 최근 전 세계에서 떠오른 여성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깃발 아래 성폭력에 맞선 행진과 작업중단이 있었고, 지난 10월 전국여성대회가 있었다. 브레그만은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낙태를 합법화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정부 법안들을 요구했다. 그녀는 모든 작업장에서 여성위원회를 만들고, 11월 25일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의 날과 게이 프라이드 시위에서 대규모 행진을 조직해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요일 아틀란타 경기장의 또 다른 발언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노조 지도자인 클라우디오 델레카르보나라였다. 그는 노조관료주의에 맞서 싸우고 이를 정부로부터 독립한 민주적인 노동자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의 지도부로서 자신의 역할에 관해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혁명적 사회주의 지도부로 발언하기 위해 왔다. 노조는 그 자체만으로 목표가 될 수 없다. 노조는 자본가들과 그들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마무리 발언은 전 좌파노동자전선 대선후보였던 니콜라스 델 카뇨가 맡았다. 그는 정치 대안으로서 연합을 강화하기 위해, 혁명적 강령을 기반으로 다른 정치세력들을 좌파노동자전선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델 카뇨는 미국에서 트럼프의 성장을 비난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의 투쟁은 아르헨티나 자본주의를 끝장내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제국주의를 끝장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위기에 대한 사회주의적 해결책을 위하여

 

현재의 국제적인 경제위기 상황 앞에서, 세계 여러 곳의 전통적인 당들은 노동자계급이 마주한 문제에 어떤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공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유럽의 낡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자유시장 옹호자들은 증가하는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남미에서 탈신자유주의 정부들은 현재 쇠퇴하는 중이다. “핑크 타이드”의 전성기 동안 실행했던 포퓰리즘 정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극우파의 부상과 나란히, 저항운동들이 다양한 형태를 취해 왔다. 미국에서 샌더스를 지지하는 광범한 운동 같은, 자본가정당에 묶여 있는 운동은 그들의 한계를 드러내 왔다. 사람들의 요구를 부르주아 정치구조에 종속시키는 한, 노동자계급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유럽의 시리자나 포데모스 같은 개량주의 정당들은 단시간에 권력을 잡기 위한 거래로서 그들의 강령까지 타협할 수 있다는 의향을 보여줬다. 이와 달리, 아르헨티나에서 힘을 얻고 있는 혁명좌파는 노동자권력을 향해 명확하게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정치강령을 제안하고, 사회주의를 위한 기나긴 투쟁에서 당당하게 나아가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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