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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혼자서는 못해도 함께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들어요” - SK브로드밴드 여성 조합원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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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6,233회 2018-08-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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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행진 중 방송차에 올라 당당하게 발언하는 여성 조합원(사진_노해투)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화는 사기”라고 외치며 투쟁하는 가운데, 지난달 20일에는 서울에서 여성 조합원 총파업 일정이 진행됐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전국에서 여성 동지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투쟁 의지를 다지는 소중한 자리였다. 지부 전체의 투쟁 상황과 과제를 공유하는 것과 아울러, 노동조합 내 성평등위원회 건설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모아졌다. 어떤 문제의식이 자라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은평지회 신순남, 반수연 동지, 마포지회 지명혜 동지, 평택지회 홍신애, 김민지 동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이하 이름만 표기)

 


7월 20일 여성 조합원 총파업을 앞두고 여러 고민이 있었을 텐데요. 무엇을 해결하고 싶었습니까?

 

“1기 때부터 노동조합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게, 여성 조합원들이 모여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계속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길 희망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자리가 마련돼서 정말 기뻤습니다. 노동조합 투쟁을 하는데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고, 다 같이 모여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해결책도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신순남)

 

“서로 다른 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회 때 스치듯 얼굴을 보는 것 외엔 뭉친 적이 없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상급자 눈치 보며 사무실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 내근 동지들, 똑같은 현장기사 업무를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동지들, 소통 창구가 없어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던 소수직군 동지들을 보며 나 혼자만 싸우는 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 치열하게 투쟁하며 견뎌내고 있구나 위로받고 싶었어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그런 자리에서 모두가 위로받기를 원했고요.”(김민지)

 

“20일 여성 조합원 총파업을 앞두고 계획이나 기대보다도 걱정이 컸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혹여 반응이 부정적이지는 않을까 등등. 그래도 전국적으로 여성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얼마나 많은 동지들이 모일 수 있을지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맘이 컸습니다.”(홍신애)

 

그 날 일정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처음 만나는 동지들이 많아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금세 친해지면서, 역시 같은 곳을 보고 가는 동지라는 생각에 든든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직군의 어려운 현장문제를 들어보며 아직도 해결할 게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상대적으로 내근 직군은 처음 노조가 생길 때부터 참여해서 여기까지 걸어왔기에 바뀐 부분이 많다는 걸 상기하며 새삼 뿌듯했어요. 그리고 직군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직군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지명혜)

 

“여성 동지들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컴프’ 직군(현장 업무 스케줄을 조율하는 내근직)이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깨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직군에서 여성 동지들이 일하고 있구나 새삼 깨달았고, 다들 열심히 그리고 힘겹게 자기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더라고요. 각자 노조에 가입하게 된 사연을 들을 때에는 정말 재밌는 사연, 슬픈 사연, 화나는 사연 각양각색이었고, 우리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함께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직군과의 보이지 않던 마음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 거 같아요.”(홍신애)

 

“솔직히 여성 조합원 전체가 다 모일 거라곤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광주에서도, 울산에서도, 양산에서도 새벽부터 차를 타고 출발해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습니다. 저희는 주로 내근인데, 현장기사로 일하는 여성 동지들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고객 집에 방문해서 생기는 어려운 일들, 대부분 남성인 현장기사분들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고,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데도 하루 쉬는 보건휴가도 없다든지 이런 건 너무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뭔가 직책을 맡아서 하는 건 여전히 자신 없지만, 이런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반수연)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요.

 

“시간이 부족했어요. 기획하면서 여러 주제로 분임토론을 준비했는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가버렸어요. 그리고 여성 조합원들이 많이 모이진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부족했던 얘기를 더 하고 싶은데 이런 자리를 언제 또 갖게 될 수 있을까, 2차 모임이 기획된다면 그 날 모였던 동지들이 더 많은 동지들을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홍신애)

 

“이런 일정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지명혜)

 

“지금 서린빌딩을 중심으로 농성장이 유지되고 있잖아요. 남성 동지들이 하는 것처럼 우리도 1박 하면서 노숙농성도 하고, 여성 동지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그렇게 일정을 세우진 못했는데, 그게 가장 아쉬웠어요.”(신순남)

 

올해 투쟁하면서 노동조합 내에 성평등위원회 건설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나왔는데,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십니까?

 

“올해 투쟁의 중요한 목표이기도 한데, 남성은 많이 받고 여성은 적게 받고 이런 게 아니라 성별이나 직군 구분 없이 기본급을 동일하게 적용하자, 이런 데서부터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업무가 다르고 그래서 위험수당 등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건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도 투쟁으로 쟁취해야죠. 하지만 적어도 기본급은 똑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여성 동지들 스스로 나는 여자니까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많은 동지들이 노숙농성도 하고 있는데 나는 여자니까, 라고 하면서 안 하려고 하면 안 돼요. 같은 생각으로 함께 행동해야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도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거예요. 이거 안 하고 저거 안 하고 그러면서 대우는 똑같이 해달라고 하면 설득력도 없을 거라고 봐요.”(신순남)

 

“다른 동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함께 주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 그리고 건강한 방향으로 유지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추진위원으로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함께 고민하는 다른 동지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나 혼자서는 잘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한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다른 동지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는데 좋은 시작이 되도록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홍신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성 평등이라는 개념이 참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당연한 권리를 우리가 ‘쟁취’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웃긴 말 같고요. 성 평등이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먼저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재교육을 통해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성평등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김민지)

 

그런 활동이 자리 잡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전체에 바라는 게 있다면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단적인 사건들을 보고 편견을 가지기보다, 성별에 관계없이 인간이기에 누구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건 동지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안에서의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이끌어낼 수도 없기에 꼭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김민지)

 

“쟁대위에서 성평등위원회 추진에 관한 보고와 논의가 있었는데, 우려하는 남성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남성혐오가 아닌지, 쟁의 기간에 이런 사업이 거론되는 게 좀 부담스럽고 예산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오히려 이 문제로 갈등이 생기는 건 아닌지 등 무척 혼란스러워 하는 동지가 많았습니다. 충분한 설명으로 설득하고 이해하고 같이 해결해야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지명혜)

 

“성평등위원회 제안을 좀 더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쟁대위 회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 답답하기도 하고 정말 우리 안에서도 인식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색안경 끼고 보거나 걱정을 앞세우기보다도, 함께 싸우고 함께 가는 동지로서 응원과 격려를, 직접 나서서 함께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적극성을 기대하고 싶습니다.”(홍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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