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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하후상박 쟁의행위, 다가온 행동의 시간 - 진짜 필요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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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5,651회 2018-07-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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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보다 양보와 산별 형식으로 대공장의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려던 2018년 금속노조의 ‘하후상박 연대임금’ 기조는 쟁의행위를 앞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애초 금속노조의 기업 간 임금격차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자본과 정부를 향한 투쟁 없이 사회적 합의주의로 양보교섭을 하려던 시도는 자본과 정부에 어떤 압력도 가하지 못한 채 투쟁시기로 내몰렸다.

 

우리는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라는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의 올해 기조에 대해 3차례에 걸쳐 다뤘다. 총론적 시선에 이어 1차 부품사 노동자의 시선, 사내외하청 노동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정부와 자본의 다단계 착취구조에서 발생하는 임금격차는 자본가계급을 향한 실질적 투쟁이어야 하며, 조직 노동자가 미조직 조직화에 나서는 실천적 연대, 정치총파업의 필요성이 대공장 정규직, 1차 부품사, 2·3차 사내외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제기됐다. 

 

그리고 다시 묻고자 한다. 금속노조 사업장들이 쟁의행위에 시동을 걸고 총파업을 준비하는 지금, 어떻게 해왔고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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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_금속노조(6월 25일 전국 지회장 결의대회) 

 

노조 쟁의일정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의 교섭은 어떠한 진전도 없이 결렬됐다. 금속사용자협의회나 현대차 자본은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정책에 발맞췄다. 이에 금속노조는 7월 4일부터 실시한 소속 사업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79.69%의 찬성으로 7월 9일 이후 93,000명 규모의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현대차지부도 7월 2일 투표자 대비 73.87%의 가결로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다. 

 

6월 30일 광화문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2018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촛불항쟁 이후 최대인원이 모였다. 이 날 모인 총 8만여 민주노총 조합원 중 금속노조는 8천 명. 집회 참여자 대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7월 3일 금속노조 현대기아차그룹사 지부, 지회 대표자들은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는 사회양극화 해소 금속노조 요구 받아라”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금속노조 중앙쟁의대책위 차원의 총파업과 전 조합원 상경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7월 13일 1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러한 일정처럼 ‘하후상박, 중소·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하는 대공장 노동자의 투쟁, 계급적 연대투쟁’이 시작된 것인가?

 

단호한 정부와 자본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선(先)양보로 대공장 노조의 고립을 면하려는 사이, 정부와 자본은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갔다. 자본가계급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라는 노동운동 포위의 덫을 놓은 채, 문재인 정권 주도로 휴일노동 중복할증 폐지에 이어 대다수 노동자 임금의 기준치인 최저임금을 발목 잡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했다. 비정규직 제로가 아닌 정규직 제로 일자리에, 주요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을 묵인하거나 밀어붙이고, 성과연봉제의 변형인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려 한다. 연봉 4천만 원 광주형 일자리 추진으로 완성차,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삭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속노조 중앙교섭에는 재벌 자본이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금속사용자협의회는 최저임금 7,880원을 제시했다.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는 교섭 막판에 금속 사업장이 모두 참여하면 그 때 가서 보자는 입장을 냈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 자본은 임금인상 불가, 하후상박 연대임금 불가,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불가 등의 입장을 제시했다. 현대차 자본은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는 중층 교섭구조에 따른 2중 파업구조이며, 외국자본도 미참여할 것이므로 절대 불가함을 천명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업체 임률보장 등 노동자들의 ‘사회양극화 해소 특별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적정단가를 준다’, 1·2차 업체 임률이나 납품단가에 개입하는 것은 ‘불공정거래’라며 선을 그었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계획에 이어 ‘광주형 일자리’ 투자를 발표했고 해고자 복직 불가, 8+8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강도 강화와 추가노동시간 확보, 주52시간 시행에 필요한 인원충원 거부와 외주화, 각 공장별 신차협상에 관한 외주화와 노동강도 강화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현대차 부품을 만들고 서열하는 현대글로비스 하청사에선 보란 듯이 성과급, 상여금 임금체불을 발생시키고, ‘수백 명의 여유인원’을 운운한다.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하락시키는 정부와 자본의 팀플레이에 맞서 금속노조는 실질적 사용주인 정부와 대자본을 향한 전선을 형성하지 못했다. 그동안 기업별로 발생하는 구체적 임금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개별교섭에 집중했다. 흩어진 전선에서 파업의 슬로건을 모았다. “현대차 자본의 3불 가이드라인 분쇄!” “재벌, 노동, 사법 적폐 청산!” “산별교섭, 금속산업노사공동위원회 쟁취!”

 

그동안 현장은

 

현대차 공장을 중심으로 볼 때, 그동안 현장 노동자들은 지부 집행부에게서 정부와 자본에 맞선 투쟁태세를 찾지 못했다. ‘하후상박’에 관한 교육, 파업, 선전, 간담회 등 여러 일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대화와 양보로 민주노조의 고립을 타개하자는 전략은 애초 주적이 누구인지, 어떤 투쟁이 필요한지 명확히 세우지 못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한 ‘불법정치파업’을 감행하고도 조합주의 수준의 관심과 자신감조차 현장에 주지 못했다. 

 

간부 활동가 층조차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현장 조합원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하후상박을 ‘공허하다’고 평가한다. 한편에선 “작년까지 우리 사업장만 봤는데, 갑자기 전체 노동자를 생각하라니 말은 좋은데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명분 따로 현실 따로 접근했다. 다른 한편 비판도 있었지만, 투쟁 없는 노선에 대한 비판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현장 노동자들은 갈수록 강해지는 자본의 공세와 고용불안심리 조성에 답답함만 느낀 채 내 코가 석 자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현대차지부는 최저임금법 산입범위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의 5.28 총파업에 참여했다. 지부장의 말 그대로 “하후상박을 걸고 최저임금 개악에 대공장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는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성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과 활동가 대부분은 “우리가 민주노총 소속의 큰 사업장이고,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방어를 위해 싸우는 게 맞으니 상급단체 지침에 따른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대공장 조직 노동자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냉철한 인식은 부족했다. 

 

자본이 “공정거래법 위반, 불법은 안 돼”, “4년째 공정거래위원회 표창을 받았는데” 운운하며 단칼에 베어버린 ‘납품단가 후려치기’ 고수 입장에도 노동조합은 공분을 조직하지 못했고, 조직되지도 않았다. ‘협력업체 동반성장’이라는 자본의 거짓말을 현대차지부가 노조 방송차를 이끌고 부품사가 밀집한 공단을 누비며 외치는 ‘함께 노조하자, 임금개악 막자, 임금 같이 올리자’ 캠페인으로 날려버리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주의만큼 무너진 정신

 

게다가 2018년 단체교섭 시작부터 현대차지부 내에선 ‘하후상박’보다 ‘노사 술자리’가 이슈였다.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과 조직실이 상견례를 빌미로 회사의 노사협력팀과 술자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제대로 징계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집행부를 향한 불신이 자라났다.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은 민주노조의 정신으로 평가와 혁신을 하기보다 비방을 통해 자기 세력을 다지는 관료적, 조합주의적 행보로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같은 노동자로서 더 어려운 노동자들과 함께 하자는 연대임금의 민주노조 정신을 찾을 수 없었다. 사측과 술자리를 하고도 내부 권력으로 징계를 피해가고, 자신의 담합행위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핏대를 세우는 ‘내로남불’과 ‘연대임금’은 공존할 수 없었다. 실망한 조합원들은 이렇게 내뱉었다. “꼬라지 저래 쪽 팔려서, 부품사 임금을 뭘 같이 하노?” 

 

그래서인지 2018년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은 집행 1년차로 보기엔 높지 않았다. 걷어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상과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같이 작동하며, 올해 파업찬성률은 전대 집행부 1년차에 비해 11% 정도 낮았다. 금속노조 전체 쟁의행위찬반투표 결과도 현대차지부의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 승인 이후에도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는 반대와 행패를 지속했고, 지부의 규율은 발동하지 않았다. 기아차지부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정배치 어려움을 근거로 사실상 신규채용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민주노조 정신이 망가진 일들이 이어지면서 부품사나 다른 금속노조 노동자들에게도 현대차지부가 앞장서는 ‘하후상박 연대임금’은 공허했고, 불신을 키웠다. 다단계 착취구조 맨 꼭대기에 있는 현대차 자본과 맞서는 투쟁이 절실한 상황에서 대공장의 책임 있는 쇄신과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기대

 

그러나 현대차지부가 쟁의행위를 준비하면서, 자본가계급의 공세와 대공장의 사회적 고립을 공장 안팎에서 체감하는 노동자들은 하루빨리 민주노조의 책임 있는 ‘미조직 조직화’와 ‘계급적 단결투쟁’을 원한다. 그리고 정부와 자본, 조합주의 노조운동, 외면하는 현장 등 넘어야 하는 많은 벽 앞에서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내외하청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도 현대차 노조가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걸었는데, 원청 자본이 날뛰니 싸울 거다. 현대차가 싸워야 우리도 힘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지부가 공단을 규모 있게 행진하면 정말 좋겠다. 미조직 조직화 선전전을 지부가 하면 하청 노동자들한텐 진짜 힘이 될 거다.”

  

기존의 조직 노동자운동은 밀리고 있지만, 촛불항쟁 이후 약 8만 명의 노동자가 민주노총에 새롭게 가입했다. 새내기 금속 노동자들은 대공장이 가진 투쟁의 힘에 주목하며 단결투쟁을 기대하고 있다. 

 

행동과제

 

정세는 문재인 정부와 자본의 노동운동 포위전략, 특히 대공장 고립전략을 뚫고 전진하지 않으면 결국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월 13일 파업이 예고됐지만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대공장운동이 구체적이고 단호한 현장 조직화와 투쟁전술, 대공장과 금속노조 투쟁을 결합한 파업전술, 미조직 조직화 실행전술로 현장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선 “산업별 임금체계 논의 자리에 회사가 나오면 파업할 이유가 없다”는 헛된 기대를 찾는다. 

 

연대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자본을 향한 투쟁이 필수다. 이는 현대기아차지부가 선봉에 서서 강고한 단결투쟁 전선에 임하는 것에 좌우된다. 대공장 사업장이 앞장서서 민주노조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기조인 만큼 협상장에서 대화로 임금을 올려줄 자본가를 더는 기대하지 말고,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실제로 쟁취할 수 있는 총력투쟁에 집중하자. 

 

현대차 작업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만 봐도 화가 난다는 부품사 하청 노동자들에게 이제는 직접 찾아가자. 7월 13일 금속노조 1차 총파업을 계기로 이후 투쟁은 철저히 사내외하청 노동조합과의 소통과 공동투쟁으로, 미조직 조직화를 위한 만남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단사별 파업집회를 열사광장, 민주광장에서 공단 거리를 휘젓는 행진으로 펼쳐내자. 이것이 진짜 시작이다. 

 

조합주의 관성에 찌든 다수 세력들이 다양한 논리로 사업장 울타리를 강조할 것이다.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고립 면피용 명분으로 삼아 자기 임금을 올리는 협상카드로 쓰려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미 자본가계급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적정임금이 연봉 4천만 원임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2천만 원 : 적정임금 4천만 원 : 대공장의 임금격차 해소 = 임금삭감’으로 노조를 향한 임금삭감 공세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이를 어떻게 넘어서고 ‘상향평준화’를 위해 지금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과감하게 부딪히자. 현대차지부를 중심으로 구상했던 원하청 노조 교차파업, 계열사 시기집중 공동투쟁 실현을 현장에서부터 요구하고, 함께 조직하자. 

 

선진 노동자들이 임투 선전물에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선 계급적 목소리를 담아내자. 원청 자본을 포위하며 실질적 임금투쟁을 조직하려면 부품사, 사내외하청 노동자들을 향해야 함을 꾸준히 제시하자. 신규노조나 더 어려운 여건의 투쟁사업장 상황을 소통하고 알리며, 규모 있는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공단 조직화를 위한 작더라도 앞선 행동에 나서자. 계급적 연대의 물꼬를 트고 현대차지부를 중심으로 미조직 조직화 대행진의 물결을 만들어가자. 계급적 공동투쟁이 당장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계급적 목소리를 내고 울림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연대, 연대임금을 만들어가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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