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현장

모범답안은 없다, 그러나 함께 실천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아갈 것이다

페이지 정보

오지환현대차 아산공장 노동자 조회 5,794회 2018-07-06 14:42

본문

 

f0721edf3cab7d91042bef570ffb4a30_1530855692_0368.jpg
궂은 날씨를 뚫고 투쟁의지를 다지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노동자들과, 한달음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간 민주노총 위원장. 지금껏 문재인 정부에게 뒤통수 맞은 걸로는 부족한가.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구조조정 저지, 계급적 연대 실현을 위한 전국 노동자 토론회 준비모임 참가 후기]


6월 23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에서 전국 노동자 토론회 준비모임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구조조정 저지! 계급적 연대 실현!”을 기치로 한 제안서의 취지에 동의하는 노조, 현장조직, 단체, 개인이 참여했다. 주요하게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현중 등 대공장 현장조직 활동가들과 전북, 대구, 구미, 부산 활동가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세종호텔노조, 판매연대노조 등 투쟁사업장, 현대차 비정규직, 경주 부품사 노동자들, 노해투, 변혁당, 대구민중행동, 울산노동자배움터 등 약 40여 명의 동지들이 함께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민주적, 전투적, 계급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모여 운동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과 전망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많은 동지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준비모임에 참여한 동지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고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투사들의 치열한 실천과 진지한 고민, 모색을 전하고자 한다. 더불어 7월 14일 예정된 현장 활동가 토론회에 독자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토론회 명칭은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계급적 연대 실현! 현장 활동가 토론회”로 정해졌다.) 

 

만만치 않은 상황

 

준비모임은 ‘현대차공동행동’ 최병승 동지의 사회로 시작됐다. 사회자는 토론회를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등장 이후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를 포섭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한편으로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고 구조조정이 자행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각개격파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경우 한 공장이 폐쇄됐는데도 투쟁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이후 투쟁 확대가 아니라 사회적 타협 흐름이 강해졌다. 노동자들의 연대 고리가 약화되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를 강화하는 게 출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 현장조직 차원의 정책모임에서 한국지엠, 금호타이어 동지들을 초청해서 구조조정 상황을 듣게 된 게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답답한 현실을 보면서 우리만이 아니라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눴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각 사업장 현황을 공유했다. 대표적인 구조조정 사업장인 현중은 최근 희망퇴직에도 불구하고 해양사업부 폐쇄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지엠 또한 부평 2공장 1교대 전환 시도 또는 1, 2공장 통합 추진 및 AS부문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마디로 구조조정이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지금 당장은 구조조정 칼날에서 비껴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기아차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현대차 전주공장 중형트럭부에서는 물량감소로 인한 300여 명의 정규직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해고가 여전히 추진되고 있고, 기아차에서는 집행부가 버젓이 외주화에 합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대공장이 주로 구조조정이 화두였다면, 지역과 현장 상황 보고에서는 노조관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임성열(민주노총 대구본부) 동지는 “민주노조운동이 망가진 건 민주노총 중앙과 산별에 만연한 관료주의, 교섭 중심, 투쟁회피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배태선(구미) 동지는 지역에서 아사히 사내하청 동지들이 모범적으로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데 “설사 이들이 금속노조로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제대로 조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내부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운동이 망가져서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바로잡아야할지 고민하고 있고, 이 자리에서 답을 찾았으면 한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절망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시기

 

지역과 현장 상황을 공유한 뒤, 현 정세에서 현장 활동가 토론회가 가지는 의미와 목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현대차공동행동 김봉길 동지가 운을 뗐다. “이런 현실에서 각개약진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정책모임에서 공통적인 의견도 내 밥그릇 챙기는 투쟁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투쟁전선을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사회적 합의주의에 매몰되면서 실제 투쟁은 방기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부터 목소리를 내고 바꿔내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 어떻게 대응하고 함께 힘을 만들지 토론 속에서 모아갔으면 좋겠다.” 

 

이어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제기했다. 민주노총과 산별, 대공장에 두텁게 포진한 노조관료주의라는 장벽 때문에 운동의 전진이 어렵다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실 운동은 단순히 절망적인 게 아니라 희망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대단히 모순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울산노동자배움터 양준석 동지는 “지난 노동절을 기준으로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이 11만 명 늘어났다. 기존에 조직된 부위도 포함돼 있지만 절반 정도는 미조직 노동자가 가입하고 있다. 모비스 등 금속노조도 조합원이 확대되고 있다. 제가 생각할 때 최악의 위기는 쌍용차투쟁 패배 이후 몇 년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은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대중적으로는 운동이 확대되고 있는데 활동가들의 이념, 지향이 문제다”라고 짚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오세일 동지도 대중의 잠재력과 활동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중노조가 과거 어용노조 시절을 극복한 원동력은 조합원들의 의지와 열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노조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하며 조합원의 열망을 앗아갔다. 여기에는 민주파 활동가들의 책임도 크다. 활동가들이 현장을 조직하고 집행부를 압박해 들어가면 대중은 여전히 투쟁에 나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디딤돌을 딛고

 

4시간을 넘긴 치열한 토론은 7월 14일 현장 활동가 토론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토론회 일정과 사회자를 확정했지만, 토론주제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나와 완전히 정리되진 못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자리에 모인 활동가들의 정치적, 실천적 경험의 차이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저마다 다른 점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럼에도 각자 활동하고 있는 공간에서 민주노조의 원칙을 사수하고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서로가 확인한 것은 이후 더 큰 규모로 전투적, 계급적 활동가들이 결집할 수 있는 소중한 디딤돌이 될 거라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정세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6.30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는 정부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인 8만여 명이 운집했다. ‘사기 치지 마라, 문재인 정부’라는 구호가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하반기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물론 지도부의 상태를 고려하면 다분히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중의 저변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투쟁에 나서려는 변화의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모순과 긴장 속에 올 하반기를 지나 내년이 되면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역동적으로 정세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회를 활동가들이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붙잡고 현실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구체적인 실천방향에 대해 그 누구도 모범답안 같은 걸 제시할 순 없다. 투사들의 치열한 실천과 토론, 모색이 종합되면서 정답에 다가설 것이다. 7월 14일 현장 활동가 토론회가 그런 장이 되리라 믿으며, 다시 한 번 여러 동지들의 참여를 당부드린다.

 

f0721edf3cab7d91042bef570ffb4a30_1530855726_2676.jpg
 

 

 

<가자! 노동해방>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검색창에서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을 검색해 채널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노동해방투쟁연대’)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노동해방투쟁연대

텔레그램 채널 가자! 노동해방 또는 t.me/nht2018

유튜브 채널 노해투

이메일 nohaetu@jinbo.net

■ 출력해서 보실 분은 상단에 첨부한 PDF 파일을 누르세요.

■ 기사가 도움이 됐나요?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온라인 정치신문 <가자! 노동해방>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058-254774 이청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목록

게시물 검색
로그인
노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