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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상담 일기 (1) I 요양보호사 – 우리의 노후를 함께할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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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395회 2022-10-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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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고령화시대를 맞아 갈수록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져 가는 노동자들이 있다. 치매를 앓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이 그들이다. 우리의 노후 역시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없이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요양보호사 노동의 대가는 대부분 공적 보험체계인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된다.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 요양보호사 직종은 크게 둘로 구분된다. 하나는 흔히 요양원이란 부르는 노인요양시설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시설 요양보호사들이다. 다른 하나는 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해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보호사다. 시설 요양보호사건 재가 요양보호사건 최저임금을 받는 건 마찬가지지만, 무엇보다 노동시간에서 큰 차이가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연중무휴 24시간 체제로 운영돼야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요양보호사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짜 휴게시간이다. 예컨대 야간조 요양보호사들은 보통 저녁 18시부터 다음날 09시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15시간의 노동을 15, 6일을 반복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다. 야간수당이 지급돼야 하는 22시부터 05시까지를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으로 꾸며놓으면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야 맞교대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월급이 200만 원 안팎에 머무르는 이유다.

 

반면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터무니없는 단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방문요양서비스의 1회 제공시간은 13시간이다. 3시간의 요양서비스로는 노인들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요양원에 입소 가능한 노인장기요양등급 1~2등급(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거나 스스로 이동할 없는 경우)의 노인들도, 시설 입소 대신 방문요양서비스를 선택하면 고작 14시간의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노인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집이 아니라 요양원에서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가 요양보호사들이 노인 한 명에게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받게 되는 임금은 월 7~80만 원 수준에 그친다. 생계를 위해서는 두 명 이상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래봤자 월 150만 원의 벌이도 쉽지 않다. 또 어느 이용인의 가정에서 다른 가정으로 방문하는 이동시간은 모두 무급 처리된다.

 

그러나 시설이건 재가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 첫째,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돌봄노동을 전담하다시피 한다는 점이 그렇다. 2020년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59.6세에 이르며 절대 다수(95%)가 여성이다. 정부와 자본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십분 활용하여 돌봄노동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질 낮고 값싼 노동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치매 노인의 똥오줌 수발을 드는 일은 웬만한 사명감 없이는 엄두도 못 낼 일인데도 말이다.

 

둘째, 공적 재원(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비용이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존재 이유가 없는 자본가들이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위에 기생(寄生)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재가 요양서비스의 경우, 요양보호사를 고작 서른 명 안팎 고용한 장기요양보호기관이 동네마다 난립해있다. (동네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재가센터 간판이 그것이다.) 장기요양보호기관의 운영자들은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벌어들이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급여를 미지급할 리도 없거니와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퇴직금, 시간 외 수당, 연차수당 등은 갖가지 협잡으로 떼먹히기 일쑤이며, 이 역시 고스란히 기관 운영자들의 주요 수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들은 보통의 자본가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도산의 위험에서도 완전히 안전하다. 그러나 경영자로서 책임 의식은 털끝만치도 없다.

 

예컨대 재가 요양보호사들이 일터에서 빈번한 이용인의 성희롱을 호소하는 경우, 자본가들은 도리어 요양보호사의 고용을 위협하며 사건을 무마하기 일쑤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보다 이윤 창출을 위한 고객유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요양보호사가 조금이라도 권리를 주장할라치면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계약해지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20만 명에 육박하는데 현직 일자리 숫자는 41만 개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니, 자본가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우리가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말할 때,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모든 사회복지사업에 대해서도 국유화, 즉 노동자 산업통제를 이야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일은 돌봄노동자들이 다하고, 돈은 공적 재원에서 충당되는데, 대체 사회복지업의 자본가들은 그 존재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민간업체의 난립이 가져온 폐해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공공부문이 직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정책 홍보만 요란했을 뿐, 실질은 민간기관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특히 민간기관에서 잔뼈가 굵었던 관리자들은 예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이어 나갔다. 김영신(가명) 씨는 모 지자체 사회서비스원 관리자의 엉터리 기관 운영을 비판하고 노조 활동을 했다 해고된 사람이다. 해당 관리자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설치해야 하는 시설 운영위원회의 성원인 종사자대표를 노동자들 몰래 자신이 지명하고 이를 숨겼던 사람이다. 김영신 씨가 이런 비민주적 운영 행태에 이의를 제기하자 알량한 평가권을 휘둘러 김영신 씨를 해고했던 것이다.

 

그나마 무늬뿐이던 사회서비스원이 현 정부 들어서는 아예 존폐의 기로에 놓이는 모습이다. 사회서비스원은 관련 법령에 따라 광역 지자체별로 설립되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미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의 통폐합을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놓고 사회복지사업을 다시 민간 자본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구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라는 미명 아래 다양한 공급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단다. 결국 공공 돌봄체계를 조각조각 토막 내 민간 자본가들의 먹잇감으로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은커녕 공적 돌봄서비스를 축소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심지어 돌봄노동을 다시 가정의 영역으로 되돌리겠다는 반동적 발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하겠다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사회화된 공적 돌봄체계 대신, 다시 가정이 출산, 육아, 노인돌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물론 가정에서 대부분의 돌봄 책임은 여성들에게 전가될 것이고, 이는 다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집무실과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는 서울, 세종 동시 민주노총 돌봄노동자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돌봄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돌봄노동을 민간 자본에 위탁하려는 데 항의하며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우리 모두는 돌봄을 받았고, 삶의 막바지에는 또다시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돌봄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의 투쟁이 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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