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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출생 강요하는 구조적 성차별에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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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121회 2022-09-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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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다시 한번 세계 최저 출산율기록을 깼다. 그러자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관련 기사를 냈다. 블룸버그통신, BBC방송 등은 한국 정치인들이 저출생 대책으로 쏟아부은 수십억 달러는 효과가 없었다. 이들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한 사회의 인구 규모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이보다 출산율이 떨어질 때를 저출산이라 한다. 지난 82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에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집계한 합계출산율이 0.81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로 기록을 갱신하는 한국이 저출산 상태에 진입한 지는 벌써 30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노동자민중은 어떻게 공동체를 이어가야 할까? ‘저출생 재난에 맞서 우리에게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이들

 

노동자 대투쟁을 경과한 1987년부터 1997년까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5~1.7명을 기록했다. 이후 IMF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1.3명 이하로 계속 떨어졌고, 세계금융위기가 도래한 2018년부터는 1명 미만이라는 초저출산 상황이 되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에서 8년째 꼴찌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 198개국의 합계출산율 집계에서는 3년째 꼴찌다.

 

정부도 2000년대 초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저출생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2005년 합계출산율이 1.1명으로 나타난 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236조가 넘는 돈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부터 0세와 1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 원, 35만 원을 지급하는 한시적 부모급여와 인구감소지역 89곳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50% 이하 가정에서 조부모나 친척에게 아이를 맡기면 최대 1년간 월 30만 원을 주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정부 저출생 대책의 골자는 아이를 낳으면 현금성 수당을 주는 것이다.

 

수당을 조금 받는다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나? 저출생은 사회의 총체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작년 중·고교생 한 명의 교육비만 830만 원이 들었다. 부모가 물려준 돈이 없는 상태로 성인이 되면 대개 빚으로 배우고 빚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좁은 취업문, 낮은 임금, 고용불안, 그나마 내려갔다는 평균 전셋값(서울 기준)67,788만 원에 이르는 엄청난 주거비, 계속 오르는 물가와 의료비, 온갖 차별과 갑질 등 노동자와 청년은 하루하루 살아가도 버겁다. 게다가 구조적 성차별까지. 현실이 이러니 노동자와 청년은 정부의 헛발질에 속이 탄다.

 

저출생이 강요된 구조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탱하는 노동권과 생존권 보장을 철저히 외면한다. 자본의 입맛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에 치중한다. 자본은 노동자를 쥐어짜 이윤을 만회하기에 바쁘다. 육아휴직만 해도 정규직도 원하는 대로 쓸 수 없고 비정규직은 해고를 각오하고 쓰는 수준이다. 외신도 이를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기업이 출산 부모에게 휴가를 장려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한다고 경고하지만, 한국인들은 휴가를 쓸 여유가 없다고 말하거나 휴가를 쓰고 나면 응징에 직면할까 두려워한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동안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부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WIL)가 작년 127일 발표한 ‘2022년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하위 50%의 평균 소득이 연간 1,232만 원으로 전체 소득의 16%를 차지했다. 반면 상위 10%는 평균 17,850만 원을 벌어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IL‘1990년 이후 한국 상위 10%의 소득 비율이 35%에서 46%로 상승했고, 하위 50%21%에서 16%로 하락하며 불평등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부의 측면에선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58%, 하위 50%6%를 차지했다. 하위 간 격차가 52배나 벌어졌다.

 

이러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민중은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체감하며 산다. 여성에게는 이중 삼중의 굴레가 덧씌워진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장애인, 성소수자, 질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5인 미만 작은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일용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미조직노동자가 겪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노동자민중이 저출생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구조적 차별과 구조적 성차별사회에서 고통받고 출산을 포기 당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성차별과 저출생

 

특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적 고용구조는 출산을 꺼리는 직접적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성별분업도 강요된다. 육아가사돌봄노동 등 앞에는 독박이란 표현이 붙는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또 끝도 없는 일이 이어진다. 온갖 성차별과 가부장적 문화가 출산뿐 아니라 여성의 일생을 괴롭힌다. 책임져야 하는 국가와 자본은 사라지고 노동자 가족과 여성 개개인에게 책임이 부과되고 있다.

 

우선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를 보면 이 격차가 계산되기 시작한 1992년 이래 현재까지 30년간 OECD에서 그 격차가 가장 컸다. 2021년 그나마 줄어든 성별 임금격차가 31.5%(OECD 평균 11.7%). 그러니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성별임금 격차가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임금격차는 직장 내 다양한 성차별, 젠더 기반 괴롭힘의 심각성도 내포한다.

 

또한 한국의 여성노동자는 20대에 취업한 후 30대에 퇴사하고 중장년기에 다시 취업하는 M자형 고용의 경력단절 경로를 보인다. 25세부터 39세 사이 여성이 일을 중간에 그만두는 비율은 한국이 OECD에서 가장 높다. ·가정 양립을 얘기하지만 실제 여성노동자는 일하면서 출산과 육아, 가사를 이어가기 힘들어 선택의 기로에 선다는 것이다.

 

정부의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2016년 조사 결과에 비해 전반적으로 남녀 모두에게서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고정관념이 완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가사·돌봄 부담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한다고 답한 비율은 68.9%로 여전히 높다. 맞벌이라 할지라도 아내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하는 경우가 60% 이상이었다. 시간으로 보면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남자 54분으로 OECD 평균 138분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여자 187분으로 남성보다 3.5배가량 더 일한다.(통계청, 2019) 여성은 여전히 독박 육아, 독박 가사, 독박 돌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니 출산파업을 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다. 저출생은 구조적 성차별의 다른 이름이다.

 

성차별, 앞으로 300년 더?

 

눈여겨볼 보고서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얼마 전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한 연구보고서다. 이곳에서 OECD 국가별로 (1)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 그리고 (2) 남성의 가사노동·양육 분담률과 합계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분석에서는 1980년에 비해 2000년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국가에서 합계출산율이 높았다. 두 번째 분석을 보면, 남성 가사노동·양육 분담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게 나왔다. 따라서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출산율을 높이는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즉 성차별적 사회 구조와 가부장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은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보고서는 지난 97일 유엔의 발표다. 유엔은 올해 말까지 약 38,300만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하루 1.9달러(2,600) 미만으로 빈곤하게 살아가야 한다‘(코로나19 대확산과 기후변화 등) 현재의 여러 위기가 성격차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계가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선 약 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성이 직장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는 데 140’, ‘성차별적 법을 없애는 데 286년이 소요된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속도대로 차별을 없애 갈 경우 무려 300년이라니.

 

가부장제는 자본가계급이 노동자를 그들 밑에 세우는 것처럼 남성을 여성 위에 세워 중요한 일을 하는 남성, 덜 중요한 일을 여성으로 서열을 매긴다.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재생산노동을 등한시한다.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깨뜨리고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노동자민중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불평등과 성차별로 저출생 재난까지 드리워진 잿빛 미래를 바꿔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위해 싸우는가?

 

이 사회는 출산과 양육,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여성에게 강요하고, 민간자본 시장을 확장해 개별 가족에게 내맡긴다. 수많은 노동자민중에게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재생산한다. 재생산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기에 급급한 채 구조적 성차별, 여성 혐오를 강화한다. 필사적으로 이윤 만회를 위해 법·제도 개악, 노동자계급 분열책, 무노조·노조 탄압, 노동조건 악화 등으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도를 높이고 있다. 자본은 좋은 일자리에 여성보다 남성노동자를 채용하려 하고, 여성노동자에게는 같은 일을 해도 낮은 임금을 주거나 나쁜 일자리를 강요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장애인을 서열화하고,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를 서열화해 단결이 아닌 분열, 희생양 삼기를 강요한다. 현장 사업장에 만연한 성차별은 이렇듯 자본과 정부로부터 빚어졌지만, 다른 한편 노동자 투쟁이 이를 없애지 못해서 고착화한 차별이기도 하다.

 

평등을 추구하는 노동운동. 노동자가 현장에서도 자본의 차별에 맞서 단결 투쟁하지 않으면 구조적 성차별을 규탄하는 구호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노동자의 투쟁은 노동권과 민주적 권리 확대와 함께 모든 차별 철폐,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총체적 책임 강화, 재생산노동 사회화를 위한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노조 운동은 성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투쟁 방향을 찾아가면 어떨까.

 

실마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남성노동자가 주축인 민주노조 운동 역사가 30. 민주노조 운동은 사회와 노동현장의 성차별을 없애는 투쟁에 나서고 있는가?’, ‘혹여 여성원하청 여성노동자에 관한 문제는 여성 간부가 할 일이라고 구분하지는 않는가?’, ‘성희롱 예방 수준이 아닌 성평등을 제기하며 일과 가정에서 토론과 실천을 이어가고 있는가?’,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일자리 창출, 노동조건 완화, 성차별 해소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등 필수적인 재생산노동의 사회화를 자신의 투쟁으로 삼고 있는가?’

 

위의 질문들은 분리될 수 없고, 선후를 나눌 수 없었던 투쟁 과제를 확인시켜준다. 가부장적 문화와 성차별적 태도를 되돌아보고 바꾸는 조직적, 개별적 노력의 필요성도 일깨워준다.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야 하듯 남성과 여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계급단결의 관점이 필요하다. 노동자운동 안에 성차별과 남성 중심의 권위적 행태가 없는지부터 시작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여성노동자가 겪는 어려움, 고통을 알기 위해 직접 대화하고, 조사와 학습 등을 통해 인식의 수준을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여성 차별을 없애기 위한 채용 평등, 노동강도 완화, 임금과 각종 노동조건 개선, 차별적 문화나 차별 제도 근절, 출산과 가족 돌봄에 대한 사업주 책임 강화 등 투쟁 과제를 찾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 노동자와 여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을 확장할 때 구조적 차별-성차별의 사회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여성차별과 억압을 철폐하는 투쟁에 노동자 운동이 선두에 선다면? 모성보호를 강화하고 각종 여성차별 제도와 가부장적 문화를 근절해간다면? 재생산노동 사회화를 통해 공공의 좋은 일자리를 성차별 없이 늘린다면? 장애인과 아동,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허물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면? 그리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에 가깝게 대폭 인상한다면? 임금인상을 물가 인상률에 연계하고, 쉴 권리를 보장한다면?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한다면? 노동자민중은 단결로 힘을 키우고, 강요당한 저출생이 아니라 자유의사에 따라 자녀가 있는 삶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상 가족주의에도 맞설 필요가 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거나 비혼 출산(혼외자) 불이익, 입양 제한 등 노동자민중의 가족 관계를 자본의 법과 이데올로기로 제한하는 혐오와 차별을 없애야 한다.

 

노동자 운동이 이렇게 싸울 때 여성운동, 사회적 약자의 다양한 운동과 어깨를 나란히 걸고 사회적 투쟁의 중심에서 더 강한 힘으로 체제에 저항할 수 있다. 사업장과 가정, 사회에서 성차별 해소를 위해 분투하자. 그것이 저출생에 대한 노동자민중이 해답을 찾기 위한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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