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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에 대한 근본 질문: 사법권이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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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5,555회 2018-06-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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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을 부정하며 단지 ‘덕담’을 나눴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주간경향> 1281호에 실린 기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거래 사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과욕’이 부른 참사”로 규정했다. 과연 재판거래나 사법부 비리가 단지 양승태나 임종헌 등 개인의 과욕과 폭주 때문일까? 그래서 단지 관련 당사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기만 하면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대법원 비리만 해도 새로운 게 아니다. 대법원은 200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심리 때도 특정 대법관을 배제하려 했다. 또 전 대법관 신영철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관련사건 담당판사들에게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압력을 넣었다. 그러나 신영철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사법부가 자본가들과 얼마나 결탁해 있는지, 노동자대중의 절박한 생존의 문제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드러내주는 사건은 차고 넘쳤다. 이명박근혜 정부 때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구속된 노동자가 1,052명으로 역대 최다였던 반면, 그 5년 동안 구속된 자본가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도 법원은 삼성 노조파괴로 청구된 삼성전자서비스 사장 박상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상범을 비롯해 삼성 간부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단 한 명만이 구속됐다.

 

사법부 관료들은 중립과 정의를 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노동자를 처벌하고 자본가의 이익을 수호한다. 그들은 돈과 인맥 등 수천 가닥의 끈으로 자본가들과 연결돼 있다. 삼성 법무팀에서 나온 후 삼성 비자금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에서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을 고백했다. 그는 ‘대법관이 설마 삼성이 보낸 굴비를 받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예상은 뒤집혔다. 물론 김용철 변호사는 ‘고작’ 150만 원짜리였기 때문에 그 대법관이 대가성 뇌물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대가성을 위해서는 더 큰 뇌물을 줬을 거라는 얘기다.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 통제불능의 권력을 휘두른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헌법 101조). 그런데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법관들은 대중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헌법 103조)는 법이 있지만 그들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헌법과 법률조차 무시한다. 법에 따라 판결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법 자체가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지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장들의 재산, 소유권, 노동자에 대한 착취권과 통제권을 보호하는 온갖 조항이 자본주의 법의 뿌리다. 노동자의 노동을 공짜로 갈취해서 쌓아올린 것이 이윤이지만, 자본주의 법에서 이것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사유재산이다.

 

무엇보다 법관들은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재판거래로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그들의 판결은 KTX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쌍용차, 콜트콜텍, 전교조, 철도노조 등의 투쟁을 짓밟았다. 통상임금 판결은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조작사건은 정치적 자유를 가로막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직도 410개의 문건 중 180여 개 문건만 공개했다. (특별조사단이 약 3만 5천여 건의 문건 중 410개의 문건만 대법원 비리와 연관된 문건으로 분류했는데, 이것도 믿기 어렵다.) 그들은 사생활보호와 업무비밀을 이유로 일부만을 공개했고, 그것도 원본이 아니라 발췌 형식이다. 양승태는 해당 문건들이 판결 선고 뒤 사후적으로 작성된 거라 주장하는데, 그렇게 떳떳하다면 문건 전체의 원본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는 저들이 수백만 대중의 생존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 무언가가 감춰져 있음을 암시한다.

 

범죄자들이 이렇게 범행을 감추고 뻔뻔스럽게 부인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누구도 자신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그들의 지위는 특별하게 보장되고 있다. 설사 기소되더라도 현행 법률 아래에선 재판거래에 대한 직접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이 없는 한 협의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자기 패거리를 동원해 대충 무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출되지도 않고, 통제되지도 않는 판사들이 사법권을 독점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들이 전문적인 법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들은 평범한 보통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에 대해서는 조금도 모른다. 그들은 대중과 분리된 채 수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간다. 그런 자들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의 실체는 무엇인가? 억압과 착취를 합리화할 수 있는 온갖 법률조항일 뿐이다. 그런데 왜 그들이 노동자들의 생살여탈권을 독점해야 하는가?

 

근본 대안을 꿈꾸자

 

저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란, 노동자 민중이 아니라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 부르주아 국가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국가를 좌우하는 것이다. 사법권의 영역에서는 소수 판사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판사, 검사, 경찰 등 고위 관료들은 선출되거나 소환되지 않는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선거로 선출되는 국회의원, 시장들도 있지만 노동자들이 이들을 소환 등의 방법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사실상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란 노동자대중이 국가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없게끔 작동한다.

 

노동자들이 공장과 같은 작업장 단위로 대표자를 선발하고 통제하면서, 이 노동자 민중의 대표자들이 국가를 직접 운영하는 노동자정부라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기만을 끊어낼 수 있다. 노동현장 단위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시스템이라면 일상적으로 검증된 훌륭한 동료를 정치적 대표로 뽑을 수 있고, 그들에게 국가를 관리할 역할을 맡길 수 있다. 그들이 전체 노동자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상의하면서 경제, 행정, 교육 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다.

 

사법 분야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민중의 대표자기구에서 선출되는 배심원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노동자 민중 대표자들은 전문성을 이유로 대중의 접근을 차단하고 수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자본주의 재판제도와는 달리 누구나 쉽게 재판에 참여할 수 있고,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는 대중적이고 효율적인 재판제도를 만들 수 있다.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는 법과 행동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야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노동자정부를 건설하기 위한 능동적 주체로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자고 주장한다. <중앙일보>는 “‘재판농단’과 같은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재판불복으로 이어진다”며 지배자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를 자백했다(“사법 불신만 키운 14개월의 ‘판사 블랙리스트’ 소동”, 2018년 5월 28일). 현행 법률이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을 보장해주고 있는데, 만약 노동자들이 사법부의 권위를 따르지 않고 자본가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재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과 인맥으로 자본가들과 칭칭 얽혀 있는 사법부가 자본가들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상황에서 ‘법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현재의 법은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지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법 자체에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법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오직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만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확대할 수 있고, 그 결과로만 자본가들에게 철저하게 유리한 지금의 법도 바꿔 나갈 수 있다.

 

추악한 재판거래가 밝혀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재판거래와 연관된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양승태를 비롯한 재판거래 및 비리 관련자 모두에 대한 구속처벌, 재판거래 원상회복, 재판결과 폐기 역시 노동자들이 더 크게 뭉쳐 싸워야 가능하다. 법원의 자정능력을 믿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5일 재판거래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정조사가 검토될 수도 있지만, 그간의 수많은 국정조사에서 볼 수 있었듯이 ‘그들의 링’에 불과한 국회는 시간만 질질 끌며 대충 마무리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재판거래와 사법부 비리에 맞선 투쟁은 단지 박근혜 정부 적폐에 맞선 투쟁에 그칠 수 없다. 그 적폐를 해결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해결은커녕 적폐를 계승하려 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선 투쟁이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뭉쳐 싸우기만 한다면 이 투쟁의 전진은 보장돼 있다. 그 누구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 추악한 거래와 비리를 감히 옹호할 수 없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직접 관련돼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만 보지 말자. 함께 뭉쳐 함께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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