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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하대 여성살해(페미사이드) 사건과 공범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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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예주 조회 852회 2022-07-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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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캠퍼스에서 지난 715일 스무 살 여성이 성폭행 당해 숨진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함께 술을 마신 같은 학교 남성이었다. 새벽 시간, 남성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학교 건물로 데려가 성폭행했고, 건물 밖으로 추락한 여성을 방치한 채 여성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집으로 달아났다. 가해자는 성폭행 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 경찰은 22일 준강간치사와 카메라 촬영 혐의로 가해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살인죄는 뺐다. 

 

같이 술을 먹고 취한 사람을 안전하게 집에 가도록 돕는 대신, 물리적 힘을 행사해 성폭행한 건 잔혹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 잔혹함은 여성을 죽였다. 여성살해(페미사이드)가 또다시 일어난 것이다. 입시경쟁을 뚫고 코로나19 팬데믹에 시작한 대학 생활. 첫 여름방학 학교 앞에서 술을 마신 게 성폭력 살해를 당할 이유란 말인가? 여성이라서 말인가?

 

교육부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 안전한 학교 조성을 위한 방안을 매년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육부가 밝힌 대응조치는 성폭력 예방교육, CCTV 추가 설치, 야간순찰 강화 등이다. 이러한 방안이 과연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고 성범죄를 없앨 수 있을까?

 

개인의 문제라는 주장

 

이번 여성살해 사건에 특히 10, 20대 젊은 세대와 또래 자녀를 둔 부모 세대가 분노와 아픔을 적극 표현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많은 사람이 피해자를 추모했고 도대체 여성에게 안전한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민주당 박지현은 이번 페미사이드를 사회적 죽음이라며 정치인, 대통령, 법원, 언론 등 모두가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수없이 여성 폭력, 여성 살해 소식을 접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연한 이 말 자체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숱한 성폭력과 2차 가해의 온상이었던 민주당에서 나오는 얘기를 들으며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발끈하며 이 정도의 당연한 얘기조차 부정하려 했다. 국민의힘 대변인 신주호는 이건 또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개인의 문제라 했다. 대변인 박민영은 기다렸다는 듯 범인 찾기에 급급한 극단이라고 했고, 허은아 의원은 한 대학생의 비극을 자기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보수 부르주아 정치인들에게는 여성살해가 단지 나쁜 개인의 범행이고 일탈인가? 언제까지 여성억압 공범체계를 은폐하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 개인적 사건으로 시선을 돌리라고 할 건가.

 

공범체계

 

언론은 이번 살해 사건에서도 선정적·성차별적 표현을 남발했다. ‘옷 벗겨진 채’, ‘여대생이란 표현을 제목과 본문에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보도윤리조차 지키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점검한 결과 15일 당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선정적이고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한 언론사만 100개가 넘는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인하대 여학생의 SNS가 궁금하다’, ‘왜 새벽까지 술을 마셨느냐’, ‘옷차림이 문제 아니냐2차 가해가 이어졌다. 포털이나 온라인 운영업체들은 2차 가해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 한 종합편성채널 언론은 사건 원인 중 하나로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문화를 들기도 했다. 2차 가해는 형사처벌 대상이고, 정부는 여성을 중심으로 대중적 미투운동이 펼쳐진 후 20211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살해사건에 2차 가해 처벌 소식은 없다.

 

사람들은 피해자는 죽었다. 어차피 법원에서도 가해자 말만 들을 거 아니냐”, “여론 잠잠해지면 또 판결은 몇 년 안 때리겠지라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성폭력에 대해 법이 정한 형은 제한적이고 형량도 솜방망이라 할 정도인데 사법부는 그마저도 깎아준다. 2021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체 성범죄자 피고인 중 70.9%진지한 반성으로 감형받았다. ‘(n)번방공범들의 판결문에도 반성문 제출이 유리한 양형(‘진지한 반성’) 이유로 적혔고, 이를 토대로 공범들은 평균 징역 3.2에 불과한 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의 기부, 후원, 봉사, 장기 기증 서약, 각종 재학·재직 증명서, 성적표, 상장 등은 물론 약혼과 혼인,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마저도 사법부에게는 감형 사유였다.

 

지난 75일에도 한 여성이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기사가 보도됐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1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1.4일마다 1명의 여성이 아는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당한다. 현실에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은폐된 여성 폭력이 넘쳐나고 온라인에서도 여성 폭력은 비일비재하다. 여성살해로 구분되지 않은 죽음도 많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 은폐·왜곡하는 자들이야말로 공범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치는 사건·사고여서는 안 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보수세력은 개인의 잘못을 엄벌하라는 목소리를 낸다. 그렇다고 공범체계를 지적하지만 거기서 자신이 정치적 우위를 차지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민주당 같은 세력도 우리에겐 대안이 아니다. 여성살해가 더 이상 지나치는 사건 사고여서는 안 된다. 절박한 여성 노동자민중의 삶의 문제이며 생존의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세계 곳곳의 외침을 상기해보자. 여러 나라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노동자민중이 대중적 시위와 파업을 벌이며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사법부(정부)가 공범이다라고 외쳤다. 그런 투쟁의 힘으로 공범체계에 맞서 조금씩 법과 제도를 바꾸었다. 한국에서도 대중적 운동이 벌어지면서 조금씩 변화가 만들어졌다.

 

사람 위에 선 자본가들과 위정자들이 강요하는 온갖 차별, 특히 노동착취를 근간으로 뻗어 나온 각종 차별과 불평등의 체계는 가족, 기업, 정치, 사회에 여성차별을 더욱 강요하고 여성폭력과 여성살해로 이어지는 고리를 단단히 체결할 뿐이다. 체제의 차별과 불평등에 분노한다면 사업장과 가정에서, 거리에서 더는 한 명도 잃지 않기 위해 여성 억압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한 대중투쟁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자. 진지하게 탐구하며 단결로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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