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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I 전쟁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파업 - 유럽은 ‘불만의 여름’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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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준석 조회 2,213회 2022-07-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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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 Inflation, and Strikes: A Summer of Discontent in Europe?

Europa: guerra, inflación y huelgas obreras

 

호세피나 마르티네스   I  2022625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가 폭등하자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파업이 유럽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투쟁의 활성화는 유럽 노동자계급의 분위기 변화를 보여준다. (이 글은 625일 스페인의 혁명적 인터넷언론 <일간좌파>에 처음 실렸다. -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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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불만의 여름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대륙의 뜨거운 가을을 예견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건 성급할 수 있지만, 유럽 여러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파업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5월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평균 8.8%에 이르렀다(영국과 스페인 같은 나라들은 더 높았다).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이 1.5% 아래에 있었던 만큼,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하락시키는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분석가들은 이미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결합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여러 나라 정부들이 정치적 불안정에 빠져들고 전통적인 정당들에 대한 불만이 광범하게 확산된 상황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총선은 높은 기권율과 함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과 장뤽 멜랑숑을 중심으로 한 중도좌파연합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대통령으로 재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고, 그의 5년 임기는 이제 거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이 총리직에서 물러난 영국 정부 또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운송, 철강, 항만, 공공서비스 같은 핵심 부문과 다양한 불안정노동 부문에서 파업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나라들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최근의 파업들은 몇 달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될 때 각국 정부들이 강제하려고 시도했던 국가적 단결분위기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노동자투쟁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에서의 불만의 여름

 

6월 영국에서는 전국철도해운노동조합(RMT) 소속 철도노동자 5만여 명이 3일 동안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 파업은 런던 지하철노동자 1만여 명의 24시간 파업과 결합하면서, 철도망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 최대 규모의 대중교통 파업이었다.

 

영국 언론에서는 불만의 여름이라는 표현이 널리 확산됐다. 이는 1978년에서 79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물가폭등·실업·불황의 한복판에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파업 물결이 영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것을 지칭하는 불만의 겨울에 빗댄 표현이다. 지금 상황이 그때만큼 첨예하지는 않다. 하지만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59.1%에 이르러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란은행은 몇 달 뒤 인플레이션이 11%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범한 인플레이션에 덧붙여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옮긴이)에 따른 충격이 있다. 예를 들어, 식량 가격이 최근 2년 동안 6% 상승했다. 그 때문에 많은 분석가들은 1970년대의 유령이 영국을 배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정부 또한 파업 노동자들에 맞서 반노조 논리를 구축하기 위해 1970년대를 불러내고 있다. 재무장관 시몬 클라크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두자릿수 임금인상이 나타난다면 1970년대처럼 임금-물가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며 이는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노동자투쟁의 부활은 운송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교사들, 우편노동자들, 국가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간호사들도 파업을 고려하고 있다.

 

운송 파업은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RMT노조 지도자 믹 린치는 TV 인터뷰가 입소문을 타면서 소셜 미디어에서 노동계 스타가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임금인상이 물가인상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큰 부를 축적했으며, 특히 운송부문의 경우 팬데믹 기간 정부로부터 5억 파운드 이상을 지원받았는데 이윤이 줄어드는 걸 결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몇 주 전에 갈등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심지어 총파업을 거론했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총파업을 받아들일 것이다.” 영국에서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은 유일한 총파업이었던 1926년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생산수단을 국유화하려는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받는 린치는, 슈퍼 부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긁어 모으는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임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 분배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게 자신의 의도라고 밝혔다.

 

생계비 위기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노동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합원 46만 명의 교사노조(NASUWT)51만 명의 전국교육노조(NEU)는 파업 결행 가능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NASUWT의 사무총장 패트릭 로치에 따르면, “교사들은 국가 전체가 겪고 있는 생계비 위기뿐 아니라 12년간의 실질임금 삭감으로도 고통받고 있다.” 그는 또한 많은 교사들이 생계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둘 이상의 직업을 갖거나 푸드뱅크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18, 두 노조는 다른 노조들과 함께 영국 최대 노총 TUC가 런던에서 개최한 집회에 참여했다. 그들은 임금인상, 0시간 계약제(사전 예고 없이 해고가 자유롭게 가능한 노동계약 방식 옮긴이) 철폐, 직장 내 인종차별 철폐, 학교 커리큘럼의 탈식민화,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증세를 요구했다. 시위대의 구호 중에는 사회복지가 아니라 전쟁예산을 삭감하라같은 전쟁 관련 구호도 있었지만, 이 중요한 문제가 노동조합 요구 속에 들어있지는 않았다. 노조들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법인세를 제안하는 환경단체 등 사회운동의 지지를 받아왔다.

 

존슨 정부는 대처 스타일의 행동과 수사로 대응하고 있는데, 특히 운송 노동자들을 나머지 노동자들 및 중산층과 대립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은 존슨이 런던 시장으로 있을 때 이미 써먹은 방법인데, 그는 지하철 노동자들이 이틀간 파업을 벌였을 때 특권을 가진지하철 노동자들이 나머지 사람들의 출근을 가로막음으로써 자신의 특별한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은 노동조합이 제시한 임금 요구는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파업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들로 대체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두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보수당 정부는 존슨에 대한 불신임으로 큰 위기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정부는 파업노동자들에 맞선 반노조 입장을 갖고 존슨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 그러나 잇따른 위기들과 내각 구성원들의 잇따른 사임으로 존슨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파업과 노동자들의 불만은 노동당의 분열을 드러내 왔다. 노동당 지도자 키어 스타머는 파업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노동조합들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노동당 지도부는 만일 노동당 의원들이 파업 시위에 동참한다면 징계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임금이 아니라 물가를 억제하라”: 공공부문과 전략부문에서의 파업들

 

인플레이션 영향에 맞선 파업은 이번 주 벨기에에서도 발생했다. 620일 여러 노조가 함께 참여한 공공부문 총파업이 일어났다. 5월 물가상승률은 8.97%로 역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업은 특히 교통, 공교육, 공항에서 강하게 전개됐다(브뤼셀 공항은 모든 비행편을 취소해야 했다). “임금이 아니라 물가를 억제하라는 슬로건이 수도에서 중심 시위를 주도했다. 벨기에는 총파업의 중요한 전통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와 함께 최근 몇 년 동안 파업 일수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김 빼기 파업을 전개하고 나서 노동자들의 불만을 억제하며 정부·사측과 협상하는 노조관료들의 오랜 전통 또한 갖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최근 몇 주 동안 가장 파업이 많이 일어난 부문 가운데 하나는 철도와 공항을 포함한 운송 부문이다. 유럽의 많은 공항이 노동분쟁과 직원 부족 때문에 지연을 겪고 있다. 항공편이 결항되고 탑승 대기열이 길어지는 가운데, 항공관제사, 조종사, 청소노동자들이 여러 지점에서 파업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여행·관광 부문에는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가장 많은 직원을 해고한 부문 가운데 하나였던 이 부문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직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625~26일 벨기에,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에 취항하는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 노동자들의 파업이 있었다. 파업은 브뤼셀항공, 영국항공, 이지젯, 볼로테아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독일에서는 항만·철강·병원 같은 일부 전략부문에서 대규모 노동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이 부문들에서 네 개의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다.

 

623일 목요일, 독일 최대 항구들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12천 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24시간 동맹파업이 벌어졌다. 노동조합들은 14% 임금인상(즉 인플레이션 이상)을 요구했고, 파업은 함부르크, 엠덴, 브레머하펜, 브레멘, 브레이크, 빌헬름스하펜 항만에 영향을 미쳤다. 파업 당일 함부르크에서 4천 명 이상의 항만노동자들이 경찰에 에워싸인 가운데 행진했다. 항만사용자협회는 공급망 위기와 컨테이너 운송 차질 속에서 벌어진 이번 파업은 완전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항만노동자들이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다. 몇 주 전 노동조합들은 교섭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몇 시간짜리 경고파업을 거론했지만, 파업이 실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 부문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약 70%로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강력한 파업은 철강부문에서 일어났다. 강력한 독일 금속노조(IG Mettal)6% 임금인상에 합의했는데, 인플레이션보다 아래이긴 하지만 이 부문에서 30년 만에 가장 큰 성과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회서비스·조경부문 파업은 쓰라린 결과를 낳았다. 인플레이션보다 낮은 임금인상 때문에 평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노조관료들은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할 대규모 총회 개최를 거부하면서 운동을 해체하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 대학병원들에서 팬데믹 기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의료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 인력 충원,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을 지난 7주 동안 전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계급투쟁이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계속해서 정치 무대의 일부를 차지해 왔는데, 최근에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1985년 이후 처음으로 5.2%에 이르렀다. 프랑스은행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임금교섭 타결 수준이 연평균 1% 정도였는데, 2022년에는 2.5~3.5%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금이 인플레이션에 뒤처지고 있는데, 특히 전기·가스 요금, 음식, 서비스 등에서 물가상승이 감지되고 있다.

 

노동총동맹(CGT) 대의원이자 <연속혁명> 편집국원인 개탄 그라시아는 최근 기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임금의 불일치가 점점 더 중요한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구매력 문제는 지난 몇 달 동안 프랑스에서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분노가 고조되고 있으며, 임금파업의 유행은 그 표현 가운데 하나다.” 그라시아는 이 파업들이 부분적이고 짧게 진행되지만 오랜 시간 노동조합 활동이 없던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노동자의 각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카트론, 르로이 메를랑 같은 대형매장들, 다허 같은 항공기제조사들, 50년 동안 파업을 경험하지 않았던 오트가론 주의 작업장들에서 이러한 유형의 파업들이 일어났다.

 

2021년 말, 저널리스트 케디자 제로알리는, 팬데믹 기간 노동을 지속해야 했던 불안정 저임금 부문 노동자들이 이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저임금 파업에 관한 일련의 글을 미디어파트에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파업들은 불안정 저임금 부문에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철도노동자, 파리교통공단(RATP) 노동자, 마리오노(화장품기업) 노동자, 교사, 공항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가장 최근에는 CGT가 토탈에너지 소속 노동자 35천 명의 24시간 파업을 624일 조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상황이 뒤섞여 있다. 520일에는 전체 평조합원 노동조합운동의 총파업이 있었다. 530일에는 교육부문을 중심으로 파업이 있었고, 617일에는 다양한 평조합원 노동조합운동 조직들이 추동한 운송부문 파업이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몇몇 평조합원 노동조합들이 주도하는 운동인데, 그들은 인플레이션에 맞선 투쟁을 전쟁 및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무기 선적 반대투쟁과 결합시키고 있다. 그들의 중심 슬로건은 무기는 내리고 임금은 올려라이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에서는 금속·의료 등의 부문에서 중요한 파업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2021년 말 카디스에서 벌어진 9일 간의 금속파업은 전국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부를 자처하는 사회당-포데모스 연립정부의 경찰이 피켓라인을 진압하는 이미지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확산됐다. 또한 최근에 칸타브리아에서 16일 간의 금속파업이 있었고, 비스케이에서 금속파업이 시작됐다. 인플레이션에 맞선 금속을 비롯한 여러 부문의 파업들이 전국적으로 결집하여 마드리드에서 연합시위를 벌인다면, 2012년 광산파업과 함께 벌어졌던 시위처럼, 전국적인 정치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면서 거대한 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주요 노총 CCOOUGT의 노조관료들은 노사정 협약의 틀 안에 머물며, 그러한 시나리오를 회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에 맞선,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강령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10년 동안 2% 미만으로 유지되었으며, 상당 기간 1.5% 미만, 심지어 0%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추세가 2021년에 시작되어 같은 해 10월에 4.1%, 20221월에 5.1%에 이르렀다. 분석가들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팬데믹 탈출, 공급망 위기, 에너지 위기, 기타 요인 등을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의 영향은 올해 2월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수치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에 맞먹을 정도가 됐다. 사실 지금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1974~77년과 1980~83년에만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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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5년간 유럽​​연합의 인플레이션 상승률

 

뉴스 미디어들은 세계적으로 기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다루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국제전문 기자 옮긴이) 라파엘 포치는 최근 기사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우크라이나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봉쇄보다 훨씬 더 해롭다고 주장했다. 대러시아 제재는 이미 식량·가스·기름·비료 가격을 엄청나게 상승시키고 있는데, 이는 기본 식료품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최빈국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 식량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기아 인구는 올해 276백만 명(전쟁 이전)에서 323백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불안을 확산시키면서 정부에 맞선 새로운 반란을 불러일으킬 것인데, 우리는 그 실례를 최근 스리랑카, 알바니아, 파키스탄, 튀니지에서 보고 있다. 터키도 불안정한 상황인데, 인플레이션이 70%에 이르고 최근 몇 달 동안 식품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부유한 나라들은 최빈국들과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대러시아 제재가 부메랑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재는 기존의 인플레이션 추세를 가속화하면서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하락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들이 큰 희생을 치러야 했던 팬데믹 2년에 덧붙여 타격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팬데믹은 동시에 누가 사회를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인지(사장이 아니라 노동자들임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며, 노동자들은 밖으로 나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이게 됐다.

 

여러 TV 프로그램에서 임금-물가 악순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영국 철도노동조합의 지도자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건 자본가들의 이윤이라고 답하면서 팬데믹 기간 기업들이 받은 보조금을 지적했다. 2020년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차세대 EU’로 이름 붙인 코로나 위기 탈출 지원기금에 합의했는데, 7,500억 유로(1,050조 원)로 전체 회원국을 포괄한다는 계획이었다. 여기에 유럽연합 예산에서 자금이 추가되면서, 지원기금의 총 규모는 2180억 유로(2,825조 원)로 늘어났다. 각국에 할당된 이 자금의 대부분은 대출이나 지원(상환면제) 형태로 대기업들로 갔다. 그런데 이는 팬데믹 기간 이루어진 긴급구제 조치들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테면 각국 정부는 일시적인 해고 기간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라고 보조금을 주고 세금을 면제해줬다. 이렇게 공적 자원을 사적 기업들에게 엄청나게 이전하면서, 유럽 각국의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맞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새로운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파업에 나설 권리, 파업의 중요성, 거대한 부를 축적한 이윤 등 노동문제가 다시 한번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만일 영국의 철도노동자, 독일의 철강노동자, 스페인의 금속노동자가 물가인상분 이상으로 임금인상을 쟁취한다면, 많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투쟁이 확산될 것이다. 생계비 충족을 위한 임금인상 요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재조정 요구를 결합하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를 단결시킬 수 있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정규직과 임시직에서, 전략부문과 불안정부문에서 동일한 요구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사에서 스페인 언론인 안토니 마스터는 인플레이션이 정부를 파괴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일한 탈출구는 투기꾼과 대주주들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한 과감한 재정 정책과 가격 통제다. 그것이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진보적 경로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대주주와 대기업들에 대해 공격적이고 거의 몰수에 가까운 세금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특권집단과 전쟁을 벌이거나 자유주의 도그마를 혁파하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것이다.”

 

식품·연료·에너지 등 필수부문에 대한 가격통제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토론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각국 정부들은 자본의 이윤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전략적인 에너지 부문은 유럽 전역의 요금 인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 가운데 하나인데, 이 에너지 기업들은 재국유화돼서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에 의해 관리돼야 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요금 때문만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토탈사 그랑퓌히 정유공장 노동자들이 팬데믹 한복판에서 보여줬듯이 노동자들은 (기후변화에 맞선 투쟁에서 핵심이라 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진정으로 감당할 의지가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네슬레와 유니레버 같은 식품 거대기업들, 토탈이나 쉘 같은 에너지 기업들은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크고 수익성 좋은 회사들에 속한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2년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열 명의 총자산은 5,9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00억 달러가 늘었다. 다국적 기업들과 슈퍼부자들의 이윤을 겨냥하는 강령만이 노동자들의 가장 긴급한 필요들을 충족시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유럽의 노동자계급은 운송, 항만, 은행, 금속, 통신, 공공서비스, 청소 등등을 마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사회 세력이다. 노동의 종말을 선언한 이들의 예측과는 달리,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노동자계급이 생산과 유통에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가장 취약하고 가장 착취당하는 영역에서 여러 세대의 이주민들을 포괄하고 있다.

 

노조관료들은 이 사회 세력의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한다. 노조관료들은 위로부터의 (노사정) 협정이나 김 빼기 압력파업을 동원하면서 총파업을 회피한다. 임금투쟁의 선두에 서게 된 많은 곳에서 노조관료들은 물가인상분 미만의 임금인상에 합의함으로써 투쟁을 서둘러 진화하려 한다. 노조관료들은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자본과 자본가국가를 위한 최상의 호위대로 기능한다. 스페인의 노총 CCOO의 지도자는 며칠 전 TV에서 (2012년 이후 중단됐던) 총파업을 호소할 거냐는 질문을 받자, ‘(no)’라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총파업은 정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관료들은 사회적 자유주의 및 제도적 좌파정당들과 효과적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노조관료들은 현 임금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리고선 노동자들에게 우파 대신 차악에게 투표해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이 노조 지도자들은 생계비 상승에 맞선 투쟁을 전쟁 및 제국주의적 재무장에 맞선 대중운동의 전망과 결합시키기를 회피한다. 전쟁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가장 뚜렷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도 말이다. 만일 노동조합의 시위와 파업이 거대한 군사예산 지출, 대러시아 제재, 무기 선적, 제국주의적 군국주의 정책 등에 맞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상황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팬데믹을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파업들이 확장될 수 있는가, 중요한 성과들을 획득할 수 있는가, 서로 결합할 수 있는가, 더 광범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채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 던져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관료들이 강요하는 포위망을 깨부수고 (평조합원들의, 총회의, 대표자들의)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 우리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지정학적 모순들이 유럽에서 축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이 새로운 활력이 계속해서 발전한다면, 유럽 대륙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전의 계급투쟁 사이클에서는,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운동이 터져 나왔을 때는, 노동자들이 더 광범한 중간계급과 함께하면서 시민으로 희석된 방식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 노동자들은 피켓시위·파업·봉쇄 같은 더 전투적인 노동자계급 수단들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상황은 불균등하며, 일부 나라들에서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좀 더 분명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계급투쟁이 크게 성장해 왔다. 이제 마크롱 정부는 5년 임기의 거대한 정치적 불안정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위로부터의 위기와 아래로부터의 거대한 불만이 결합하는 상황은 노동자계급이 정치무대에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는 기회들을 틀림없이 열어젖힐 것이다.

 

* 이 기사는 <일간좌파> 국제 네트워크에 함께 하고 있는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활동가들의 내부 보고를 토대로 스페인 활동가가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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