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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상담 일기 (4) I “올해부터 연차휴가가 생겼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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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672회 2022-07-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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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앞둔 시기다. 웬만한 조직노동자들이라면 법정 연차휴가로 여름휴가를 가는 경우는 드물다. 여름휴가는 단체협약으로 별도로 보장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휴가는커녕 법정 연차휴가도 남의 나라 얘기인 노동자들이 허다했다. 연차휴가 제도 자체가 미적용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얘기가 아니다. 연차휴가 제도가 명백히 적용되는데도 그동안 연차휴가가 남의 나라 얘기인 노동자들이 엄청 많았다. 2010년대 이후 급격히 확산된 공휴일 유급휴가 대체 꼼수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에는 법상 유급휴일이 매주 1일씩 부여되는 유급 주휴일(보통 일요일)과 노동절, 딱 두 개밖에 없었다. 소위 빨간 날이라고 부르는 공휴일, 그러니까 11일 신정, 설 연휴, 31,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 성탄절 등은 모두 법상 유급휴일이 아니었다. 이런 공휴일들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인데, 이는 말 그대로 관공서의 휴일일 뿐이어서 민간 기업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노조가 있는 사업장, 다시 말해 공공부문대기업 사업장에는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해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공휴일에 쉰 것을 연차휴가에서 까는 꼼수가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다. 즉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연차휴가일을 자신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공휴일을 연차휴가일로 미리 지정해두는 식이다. 공휴일 숫자가 연 15일 정도 되기 때문에, 미조직노동자의 상당수는 남들 다 쉬는 공휴일에 쉬었을 뿐인데 연차휴가가 모두 사라지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를 지적할 때 우선 임금 격차를 지적하지만, 이처럼 쉴 권리도 노동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노조가 있는 공공부문대기업 노동자들은 단체협약에 따라 별도로 보장된 여름휴가, 경조휴가, 유급병가 등을 우선 소진하고, 연차휴가는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다음 해에 수백만 원의 연차수당을 받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미조직노동자들 상당수는 공휴일이 연차휴가로 대체되고, 정말 휴가를 써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결근 처리되며 월급이 깎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휴일 연차휴가 대체 꼼수가 불가능해진 건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때문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법정 유급휴일로 지정했는데, 휴가는 휴일에는 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공휴일 연차휴가 대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역시 시행 시기였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해당 조항은 상시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는 202011일부터, 상시 30명 이상 사업장에는 202111일부터,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에는 202211일부터 시행되었다. 솔직히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공휴일 유급휴일 제도 시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미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으로 공휴일은 다 유급휴일로 보장되고, 연차휴가 외에 별도의 휴가 제도까지 존재하는데 말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이 정말 절실했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 미조직 노동자들만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났을 뿐이다.

 

올해 드디어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됐다. 연초부터 끊임없이 받는 상담 전화가 올해 연차휴가 제도가 생겼다면서요?”라는 문의다. 이들에게는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정비된 연차휴가 제도가 올해 처음 생긴 제도인 것이다. 노동자들 사이에 벌어진 격차를 새삼스레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끝이 아니다. 최근 공휴일을 무급휴무일로 지정함으로써 공휴일 유급휴일 제도의 시행을 비껴가는 꼼수가 또다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815일 광복절을 원래부터 일하지 않는 날, 즉 무급휴무일로 지정해두면, 815일 쉰 것에 대해 유급 처리를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정하 씨(가명) 역시 이런 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30명이 조금 못 되는 재가요양센터에서 일하는 김정하 씨는 올해부터 공휴일에 일하면 휴일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가요양센터에서는 휴일수당을 아끼기 위해 관공서 공휴일을 모두 무급휴무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근로계약 갱신을 강요했다. 이제는 개정 근로기준법 때문에 오히려 월급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자본가의 얕은 꼼수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자들, 아예 처음부터 연차휴가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이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우리 노동자운동에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조직노동자 운동이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변해 선두에서 싸울 때만 자본과의 전면전을 시작할 역사적 자격을 획득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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