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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외교라는 적폐의 피해자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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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홍 조회 5,525회 2018-06-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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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연합뉴스

 

롤러코스터

 

4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남북 간, 북미 간에 수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522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틀 뒤인 524일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그 와중에 미국에선 다시 리비아식 비핵화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북한에서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트럼프는 지금은 적절치 않다며 곧바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526, 문재인과 김정은이 다시 판문점에서 긴급하게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61일 남북 고위급회담 진행과 함께 북한 김영철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와 면담을 진행했다. 이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예정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려는 듯하다.

 

화기애애한 장면에서 맹렬하게 서로를 쏘아붙이는 장면으로, 다시 훈훈하기 그지없는 장면으로 요란하게 화면이 바뀔 때마다 어떤 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어떤 이들은 거봐라를 외치며 대결 분위기를 부추기려 애썼다. 갑작스레 2차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에도 어떤 이들은 역시 문재인이라고 칭송한 반면, 어떤 이들은 쇼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렇게 반응은 상반됐지만, 여기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일부 언론에선 도보다리 산책을 남북 정상회담의 명장면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거기에서 문재인과 김정은이 무엇을 의논했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526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우리는 개최 사실조차 몰랐다. 어떤 협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우리는 그저 사태 전개를 구경하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한마디씩 말을 보탤 수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게 비밀이었다.

 

잠깐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런 모습은 아주 이상한 게 아닌가. 많은 이들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남북 대치상태를 빌미로 노동자운동을 억누르던 정치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남북경협이 전면화하면 북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 노동자들의 고용조건과 노동조건도 요동칠 것이다. 이로부터 그간 표면화되지 않았던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등장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삶의 조건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이런 사태 전개에 어떤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조금의 영향력이라도 미칠 수 있는가? 아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교에 관한 정보공개라도 제대로 되는가? 오직 지배계급과 그들의 대표자들만이, 그들이 독점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밀어붙인다. 중요한 외교문서들은 몇 십 년이 지난 후에야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것을 저들은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촛불항쟁의 힘을 발판 삼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민주적일 거라고 사람들은 기대했다. 정부 자신이 거듭 적폐청산을 외쳐 왔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목소리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나머지 스스로 자신의 시야를 가릴 정도가 돼버렸다.

 

그러나 저들의 외교게임에 노동자의 운명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면, 장밋빛 환상을 걷어내고 우리의 민주적 권리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한다. 우리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결정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는 민주주의란, 적어도 노동자들에겐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는 대통령의 얼굴이 누구에서 누구로 바뀌는가와 무관하다. 이른바 자원외교를 벌이며 혈세를 낭비한 이명박, 돈 몇 푼에 불가역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해버린 박근혜의 뒤를 이어 문재인이 들어섰지만, 그들 모두는 비밀외교라는 지배계급 공통의 유구한 역사를 공유한다. 비밀외교라는 적폐의 피해자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이었다.

 

또 다른 피해를 막으려면 노동자가 더 이상 구경꾼 처지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정부를 향해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비밀외교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 비밀외교의 커튼이 걷히면, 지배자들 사이의 추악한 거래와 함께 문재인 정부 또한 오직 자본가계급만을 대변한다는 점이 선명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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