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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돌멩이가 만난 사람들 (1) I 근로기준법 밖에서 일하는 식당노동자 서진경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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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민스튜디오 알 미디어 활동가 조회 1,002회 2022-06-1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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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양동민 동지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알을 통해 다양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스튜디오 알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인터뷰 후일담의 형식으로 앞으로 몇 차례 지면에 옮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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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알 영상 보기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조리노동자 이야기 | 가짜3.3 노동자 인터뷰 시리즈#1


  

근로기준법 바깥에 사는 노동자들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연장근로까지 합해도 주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그게 한국의 근로기준법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행방불명된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주712시간씩 일하고, 연장근로수당도 연차휴가도 없이 일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국가가 공인해준 차별지대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 연차휴가를 주지 않아도 되며 언제든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이렇게 탐나는 치외법권을 만들어 두니, 그곳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자본가들도 앞다퉈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하려 애를 쓴다. 그래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난무한다. 3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대사장이 법상으로는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작은 사장이 되어 근로기준법의 온갖 책무를 피해 간다.

 

5인 미만 사업장 위장과 함께 차별지대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노동자를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로 위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고용자 수를 축소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할 수 있고, 납부해야 하는 4대 보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이 보장하는 각종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가짜 3.3%’ 같은 꼼수가 아주 은밀하게 이뤄져서 알아채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주 노골적으로 이뤄진다. 피해노동자의 법률 투쟁 과정에서 얼마나 허술하게 이런 위장이 이뤄졌는지 수많은 증거가 드러난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서 수십 명이 같은 업무 단톡을 쓰고, ‘근로계약서라면서 버젓이 그 위에 ‘3.3% 원천징수라고 써놓는다.

 

조금만 조사해보면 다 들통나는 허접한 꼼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가짜 3.3이 넘쳐난다. 그리고 노동부는 이런 사업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지대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가 자유로우니 뭘 하려 하면 일단 해고해버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애초에 해고가 자유롭기 때문에 부당해고를 법으로 다툴 수도 없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도 법률 투쟁을 하려면 일단 여기가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별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은 그렇게 노동조합이란 선택지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채, 근로기준법 바깥에서 살아간다.

 

그런 노동자 중 한 명인 서진경 님을 어느 지방의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서진경 님은 권리찾기유니온과 함께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공동고발에 참여한 당사자였다.

 

서진경 님은 20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는 아울렛 안의 식당에서 일했다. 사장은 아울렛 전체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서진경 님이 일한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등록돼 있었다.

 

서진경 님은 아침 4시에 출근해 혼자서 120여 명 분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아침 식사는 그 주방에서 서진경 님 혼자서 담당했다. 점심이 돼야 다른 근무자가 왔고, 함께 400인 분의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저녁에도 100여 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퇴근시간인 4시까지 끝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그럴 때면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고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치고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사장이 자기 손님들과 함께 저녁 회식을 하는 날에는 더 늦게까지 남아서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그런 날엔 관리자가 와서 오늘은 삼겹살이다”, “뭐다하며 요리를 지정해줬고, 서진경 님은 사장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더욱 늦게 남아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아무런 추가 수당도, 연장근로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식재료를 옮기고, 들고, 들이붓는 일을 매일 하다 보니 어깨의 인대가 상했다. 인터뷰 날에도 서진경 님은 오른쪽 손목에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더 이상 망가지는 몸을 두고 볼 수 없어 퇴사를 고민하며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권리찾기유니온을 알게 돼 연락했다고 한다.

 

서진경 님은 소송을 통해 동료와 함께 받지 못했던 몇백만 원의 연장수당과 연차수당 등을 받아냈다. 그러나 여러 명의 동료와 함께 권리구제 소송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서진경 님이 같이 일한 사람들 중엔 조선족 출신이 많았는데, 조선족 노동자들은 불안한 지위로 인해 소송에 나서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한 이유에 대해 기자가 묻자, 서진경 님이 일했던 사업장의 회사관계자는 일하시는 분들의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사정을 고려해 주었다? 조선족 노동자들의 사정을 고려해준 게아니라 이용했다는 게 똑바른 설명일 것이다.

 

새 일터도 가짜 3.3

 

서진경 님은 다시 새 일을 구했다. 새 일은 식품공장에서 샐러드를 만드는 일이었다. 하루에 3천 개에서 6천 개의 샐러드 상품을 만들었다. 3명이 그 많은 샐러드를 다 만든다고 했다. 지금도 새벽 5시에 출근해서 그날의 업무량에 따라 10~12시간 동안 일한다. “아줌마들이 일하는 곳은 다 기본이 12시간이에요.” 서진경 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새로 일을 구할 땐 좀 더 괜찮은 직장을 찾고 싶었지만, 중년 여성에게 반듯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작은 식당들은 3.3 위장 사업소득세는커녕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일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좀 큰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으면 젊은 사람을 원했다.

 

새 일터인 식품공장에서도 3.3%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었다. 그게 잘못된 걸 알아도, 당장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공장은 365일 쉬지 않고 샐러드를 납품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쉬는 날도 쉴 수 없었다. 계약대로라면 일주일에 하루는 휴무이지만, 휴무날에도 사람이 없어 똑같이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그렇게 휴무날에 일해도 추가수당은 없었다.

 

식당에서 일할 땐 손님들과 대화를 할 일이 있었지만, 지금 일하는 식품공장에선 오로지 일하는 3명만이 기계와 함께 샐러드를 만든다. 그래서 이전에 일하던 곳보다 적적하다고 했다.

 

차별지대를 없애자

 

서진경 님이 가짜 5인 미만 공동고발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지금 일터의 대표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차하면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만히 넘어가면 안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한다. 서진경 님은 거기까지도 성공이라고 말했다.

 

서진경 님은 자기 이름을 걸고 공동고발을 해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밝혀내고, 한 짓에 비하면 비록 솜방망이 처벌일지라도 업주가 처벌받도록 만들었다.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할 수 있는 충분한 일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진경 님은 새 일터에서 개인사업자, 휴일수당도 없이 휴일에도 출근해 매일 12시간씩 일한다. 개인사업자 위장 시도를 엄벌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차별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 이제 서진경 님의 용기에 조직 노동자 운동이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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