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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상담 일기 (1) I 출산휴가도 육아휴직도 다른 나라 얘기인 건설 일용직 여성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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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734회 2022-06-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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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조 조합원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5%에 불과하다. 조직 노동자 운동이 사회적 헤게모니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장 열악한 밑바닥 노동자들의 이해를 앞장서 대변하고 전 계급적 단결을 실현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신들만의 협소한 이해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내걸고 투쟁함으로써, 노동자운동은 새로운 사회를 운영할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게 된다. 조직 노동자들이 자본의 가혹한 착취에 시달리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인식하는 것은 전 계급적 실천을 만들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상담을 진행하는 김요한 동지가 2주마다 노동상담 일기를 <가자! 노동해방> 온라인신문에 연재하기로 했다.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갈라치려는 자본에 맞서, 조직 노동자 운동이 계급 단결의 깃발을 높이 치켜세우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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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자기 일자리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는 그 문제가 심각한 정도에 반비례해 대다수가 무감각해진 사회적 재앙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도 누군가의 생산적 노동 없이는 누군가를 부양할 수도 돌볼 수도 없다. 유소년(0~14) 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수를 노령화지수라고 한다. 2022년 한국의 노령화지수는 152.0인데, 노령화지수 전망치는 2036년에 315.9, 2060년에는 546.1명에 이른다. 

 

이윤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노동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자본이 미래를 걱정하며 아우성친 지는 오래됐다. 자본은 저출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보수적 가족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여성을 출산 도구로 호명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또 저들 나름대로는 상당한 돈도 쏟아부었는데, 지난 116년 간 2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백약이 무효했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2021년 신생아 수는 26만여 명에 불과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저출생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노동자들이 자기 일자리에서 미래를 꿈꿀 수 없을 때, (출산 육아의 의사가 있더라도)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공무원공공기관 근무자 비율이 높은 세종시는 2021년 합계출산율이 1.28명을 기록해 전국 평균 0.81명보다 58%나 높다. (통계청 분류 공공 행정, 국방·사회보장 행정분야 종사자(137만여 명)의 전체 인구 대비 비율은 2.66%이지만, 세종시는 7.99%에 이른다.)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해도, 공무원공공기관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에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임신육아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이 기초적인 임신육아 지원 제도조차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은 40대 초반의 건설 일용직 여성 노동자다. 이 노동자는 목수로, 건설 업무경력은 14개월이다. 현재 건설 현장에서는 5월부터 한 달가량 근무해왔는데 다른 현장과 마찬가지로 하루 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해왔다. 물론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단 하루 만에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형식이 각종 노동법을 적용할 때는 엄청난 제약이 된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임신 7), 적지 않은 나이인지라 노동법에서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궁금했다고 한다. 정말 암담하게도 아무런 제도도 적용될 수 없었다. 어떤 제도라 하더라도 상시적 고용상태를 전제로 한다. 대표적으로 임신 전후 90일이 부여되는 유급 출산휴가(근기법 제74조제1), 쥐꼬리만한 수준이지만 어쨌든 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남녀고평법 제19) 등은 이 노동자에게 있으나 마나 한 제도다.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일 때 가능한 12시간의 노동시간 단축(근기법 제74조제7), 하루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변경하는 것(74조제9), 임신 기간에 꼭 필요한 임산부 정기건강진단 시간의 유급 부여(74조의2) 역시 무의미하다.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에서 법상 권리를 요구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즉각적인 해고일 뿐이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일용 근로계약 고용형태는 자본가 정부도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인 불안정 일용직 고용형태는 규제하지 않은 채, 실업급여퇴직금에 관해서만 제도적 보완 장치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이 노동자도 고용보험에는 일용직 형태로 줄곧 가입해왔지만,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임신출산 기간에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전혀 없었다.

 

이런데도 감히 여성의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지껄이는 저들에게 들려줄 말은 하나뿐이다. 그 입 닥치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노동법 제도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어디서 감히 이기심과 개인주의 운운인가.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법을 전면 적용하고,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각종 불안정 고용형태를 철폐하는 것이 노동자운동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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