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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중대재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완전한 시행을 넘어 노동자 현장 통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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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조회 2,276회 22-05-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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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특징 

 

20211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1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기업활동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법인(法人)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에서 기업 대부분은 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이는 그 자체로 극소수 자본가계급이 거대 기업 조직 내에서 행사하는 독재권을 은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이재용 등 삼성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의 31.9%를 보유한 채, 이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삼성물산이 최대 주주다), 또 삼성전자(삼성생명이 최대 주주다)까지 모두 지배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또한 법인 기업 형태는 중대재해에 실질적 책임이 있는 자본가들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167). 그런데 법인(法人) 자체는 범죄의 행위자가 될 수도 없고 감옥에 가둘 수도 없으므로, 산재 사망사고가 벌어져도 별 권한도 없는 하급 관리자만 총알받이로 처벌될 뿐이다. 법인에 대해서는 양벌규정(173)에 따라 솜방망이 벌금형만 내려진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에서도 법인은 고작 3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인 기업을 대표하며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고,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된 법이다. 즉 중대재해 발생 시 소위 기업 총수의 징역형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전히 전근대적 경영 질서를 못 벗어난 한국의 자본가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갖가지 앓는 소리를 늘어놓는 이유가 이것이다.

 

지난 16일 경총이 고용노동부·법무부 등 6개 부처에 제출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의 핵심도 이것이다. 경총은 “1년 이상 징역형 규정 삭제, 경제벌 부과방식 전환 등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개정에 일정 부분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시행령 개정을 우선적으로 건의한다며 안전이사(CSO) 등을 선임하면 사업 대표(경영책임자)는 면책하는 조항을 신설해 달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한마디로 기업의 최고 자본가만큼은 노동자가 죽든 말든 처벌받지 않게 해달라는 소리다.

 

경총과 윤석열정부의 짝짜꿍

 

물론 경총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중이다. 윤석열은 대선 기간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들었다. “(경영책임자) 구속요건이 약간 애매형사 기소시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뻔하다. 윤석열은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어렵다면 업계 의견을 듣고 개정을 검토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는 등의 헛소리를 숨김없이 늘어놓았다.

 

이어 신정부 출범 직전인 이달 3일 발표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인수위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에 관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확산을 지원하여 산업재해 예방 강화하겠다고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겠다고 직접적으로만 말하지 않았을 뿐 무슨 소리를 늘어놓는 것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윤 획득이 사람 목숨보다 우선인 자본가들에게 대체 무슨 자율을 더 부여한단 말인가?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없던 시절, 1년에 828(2021년 기준)이 기초적인 안전조치도 보장받지 못한 채 떨어져 죽고 끼어 죽어도 자본가는 벌금 몇 푼 내면 끝났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27일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 발생은 끊이지 않는다. 노동건강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2월에 51, 3월에 68, 4월에 7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오로지 이윤 증식에 눈먼 자본에 의해 하루 평균 2~3명이 사회적 살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도 없애자는 저들에게 대체 무슨 양심이 남아 있단 말인가?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어떻게 말살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다.

 

노동자운동의 과제

 

첫째,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 규모별로 사람 목숨을 차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수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2024127일에야 시행된다. 더욱이 노동자 수가 5인 미만인 경우에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 자체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대재해의 대부분은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2021년 산재 사망자 828명 중 5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수는 318(38.4%), 5~49인 사업장 사망자 수는 352(42.5%), 전체 사망자의 80.9%에 이를 정도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업장은 바로 작은 규모의 사업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자본가들은 언제나 노동자의 목숨보다 자본의 지불 능력과 이윤량을 우선으로 놓는다. 지불 능력이 충분하고 이윤량이 충분하다면 형식적으로나마 안전조치를 취해줄 수 있겠지만, 당장 기업이 어려운데 어떻게 노동자 안전까지 책임지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온전하게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라는 요구는 자본의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언제나 예외 없이 실현하라는 요구다.

 

그리고 냉정히 말하자면 이는 자본주의의 작동 질서와 양립할 수 없다. 실제로 자본가들은 비슷한 논리를 경제위기 때도 들이댄다. 당장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정리해고를 안 할 수 있느냐,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비용이 급증했는데 어떻게 임금을 올려주느냐 등등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헛소리를 신성불가침의 원리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노동자들은 단호하게 자본가들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 사회적 필요가 우선이라고 선언해야 하며, 만약 이윤을 좇는 자본가들이 이 사회를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없다면 노동자들이 직접 이 사회를 운영하겠는 뜻을 밝혀야 한다.

 

둘째, 윤석열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막아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적용을 실현한다 해서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노동법의 형성과 집행은 그 자체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 계급투쟁 공간이다. 그러나 노동법이란 기본적으로 자본가들이 체제의 안정적 유지 관리를 위해 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초의 노동법인 공장법의 시행을 목격했던 엥겔스는 <잉글랜드 노동자계급의 처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부르주아는 설사 어느 개개의 법률이 특별히 자신에게 해가 된다 하더라도 전체로서의 입법은 자신의 이익을 지켜 준다는 것, 그리고 일단 확립된 질서의 불가침성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의 가장 강력한 지주라는 것을 알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온전한 형태로 전면 시행된다 하더라도, 자본가들이 몇 가지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시행하면 처벌에서 면책된다는 사실, 또한 그 이전에 소수 자본가들이 이윤 획득을 위해 사회적 생산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독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본가들의 독재 구조 자체를 뒤엎지 못하면 있는 법도 유명무실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아니라 단지 서명이 늘었을 뿐이라는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보라. “다달이 안전교육을 한다고 교육장에 가요. 사인지를 줘요. 한 장에 4시간짜리예요. 6장에 서명하고 자리를 바꿔가면서 사진을 찍어요. 사고 나면 교육했다, 노동자가 잘못한 거다, 이 말 하려는 거겠죠.” (<한겨레21>,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교육 아니라 서명이 늘어’)

 

중대재해처벌법의 완전한 시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단결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과거 민주노조운동이 쟁취하려 했던 현장권력은 바로 이런 아래로부터의 노동자들의 생산 통제를 의미하기도 했다. 위험 작업에 대해 노동자들이 직접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작업중지권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만 모든 산재 사망이 근절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노조가 없는 대부분의 사업장, 예컨대 비정규직 하청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통제를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밑바닥 노동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너무 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조직력과 자원을 갖춘 조직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책임감이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이유다. 조직노동자 운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완전한 시행에서 더 나아가, 노조가 없는 하청 노동자들, 노조를 꿈꾸기조차 힘든 불안정 노동자들과의 전 계급적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 바로 그럴 때에야 노동자계급이 이 사회를 운영할 자격과 역량이 있음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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