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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재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자본의 법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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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우 조회 2,040회 22-05-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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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2년 넘게 지속됐던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주식시장에서는 호텔주가 강세를 보였다. 호텔마다 국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각종 행사 준비에 바빴고, 실제 예약도 늘어났다.

 

작년 11월 위드코로나를 시행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시 위드코로나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호텔마다 영업 재개를 준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세종호텔은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세종호텔은 202111, 15명의 노동자에게 1210일 자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자에는 육아휴직 중인 노동자, 정년퇴직이 몇 개월 남지 않은 노동자,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계약직 노동자가 포함돼 있었다.

 

세종호텔은 거의 10여 년 간 임금을 동결했고,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해마다 임금이 20%, 30% 삭감되는 노동자들이 허다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희망퇴직으로 수십 명이 쫓겨나서 정리해고 통보 당시 세종호텔의 직접고용 노동자들은 이미 4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세종호텔은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다른 호텔이 영업 재개를 준비할 때 오히려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고,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정리해고 대상자 15명의 연봉을 합쳐봐야 1년에 5억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 세종호텔 정리해고의 진짜 목적이었을까?

 

왜 세종호텔만 정리해고?

 

서울지노위에서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사건을 다루면서 공익위원들은 세종호텔이 호텔업계에서 정리해고까지 간 1호 사례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았을 텐데 왜 세종호텔에서만 정리해고가 벌어졌을까?

 

20215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79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가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이를 희망퇴직으로 변경했다. 호텔신라는 2020년 말 희망퇴직으로 20% 인원을 감축했다. 서울가든호텔은 202011월 희망퇴직으로 180명의 인력을 20명으로 줄였다. 힐튼서울호텔은 부동산 개발을 위해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제주칼호텔도 매각을 위해 문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희망퇴직이 시행된 것은 물론이다. 세종호텔 역시 정리해고 전에 수 차례의 희망퇴직이 있었다.

 

이처럼 호텔업계 전반에서는 정리해고까지 가기 전에 외주화, 무급휴직, 권고사직, 희망퇴직으로 인적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잘려 나간 것은 물론이다. 노조가 없는 곳, 노동자들이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에서는 정리해고가 벌어지더라도 노동자들이 법적 구제신청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경사노위 관광산업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 20209월 각 호텔의 평균 종사자 인원은 52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9월 대비 24.6%가 감소했다. 4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2년 동안 숙박업 종사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최대 17천 명이 줄었다.

 

이처럼 세종호텔과 마찬가지로 호텔업계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거나 훨씬 더 많은 이윤을 보장하는 부동산 개발로 옮겨갔다. 세종호텔이 호텔업계 정리해고 1호가 됐던 것은 민주노조를 뿌리 뽑고자 했던 세종호텔 자본의 목표 때문이었고, 거기에 저항한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민주노조 없는, 정규직 없는 호텔을 만들었다. 자본 마음대로 이윤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래서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세종대학교 재단 대양학원의 전 이사장 주명건이 사익을 최대치로 추구하는 것, 이것이 정리해고의 핵심 목적이었다. 그래서 세종호텔은 정리해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시기 이 지키고자 한 것

 

서울지노위는 328일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하다고 판정했다. 그 전에 112일 서울중앙지법 50민사부가 먼저 세종호텔의 정리해고는 적법하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법률적으로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라는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 이전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고, 현금 흐름도 양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어려움을 회사가 도산할 정도의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고 볼 수 없다. 세종호텔은 2,000억이 넘는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매각 시늉만 했을 뿐 실질적인 해고 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 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해 업무와 직접 연관도 없는 외국어 구술시험을 요구하고 재산세 납부 내역을 요구하더니 민주노조 조합원들만 콕 집어 정리해고했다. 정리해고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협의체를 운영하며 과반 노조인 세종호텔지부가 참여하지도 않은 곳에서 정리해고 기준과 대상을 결정했다. 이처럼 정리해고 요건이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서울지노위와 서울중앙지법은 세종호텔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했다. 자본주의 법률은 재난 시기 노동자의 생존이 아니라 자본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이윤을 목표로 한 자본가들의 착취 시스템을 건드리기는커녕 노동자들을 희생시켜서 자본이 생존하는 것에 합법성을 부여했다.

 

물론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10여 년 간 사측과의 법적 다툼에서 거의 이겨본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에서 법이 노동자들의 편이 아닐뿐더러, 세종호텔 사측이 어용노조를 동원해서 노사합의 형식을 취했고, 정리해고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주명건이 정치권과 법조계에 다양한 인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명건의 사돈은 사법농단의 핵심이었던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이고, 아들이 판사 출신이다. 사위 두 명은 현직 판사다.

 

정부의 역할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고 국가의 일자리 보호정책의 중요성이 커졌다. 호텔관광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어 정부로부터 휴업급여의 9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노동자가 직접 신청할 수가 없고, 회사가 정부 지원을 받고 나서 노동자를 해고해도 정부가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부실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였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차이는 분명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 비해 일자리를 지키는 데서 5~10배 가량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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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는 재난 시기 기업의 해고를 규제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사회적 재난 시기에 모든 해고를 금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고,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세종호텔도 처음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었다. 그러나 추가 신청이 가능함에도 알바를 채용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추진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역시도 자본주의 법률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동일한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한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과 함께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공동투쟁의 길을 하나씩 모색해가고 있다.

 

호텔 정상화는 정리해고 철회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세종호텔도 객실 예약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이 주요한 고객층이었던 세종호텔은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객실 영업을 위해서라도 식음료사업부를 운영해야 하고, 인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호텔을 이용해본 사람들은 조식도 나오지 않는 호텔을 누가 가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정리해고의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동전의 양면이듯이, 세종호텔은 필요한 인원을 외주화, 비정규직으로 채우려 할 것이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의 착취와 희생을 통해 코로나19 시기를 통과했듯이, 세종호텔뿐만 아니라 다른 자본가들도 일상 회복에서 착취시스템을 더 강하게 짜려고 할 것이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정리해고의 명분은 더 이상 없다. 저출생, 인구절벽을 맞닥뜨린 나라에서 육아휴직 중인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반사회적 기업, 세종호텔의 노조 탄압을 중단시키자. 비정규직 확대를 막고,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해고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의 힘을 결집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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