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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I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정신을 폐기한 김희근과 노동자투쟁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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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한국지엠비정규직지회 조회 821회 2022-05-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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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십 년 간 불법파견 철폐 투쟁을 전개하며 원청과의 직접교섭 쟁취를 외쳐왔다. 오랜 시간 이를 무시해오던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금속노조에 교섭공문을 보내 사내하도급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협의를 진행하자고 했다. 이러한 한국지엠의 행보 자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인 점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국지엠도 이번 교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을 연기하고 싶어 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지엠은 교섭 시작과 동시에 법원에 참고서면을 제출했는데, 요지는 협의 중이니 판결을 연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또 카허 카젬 사장의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화해 분위기 조성이 필요했다.

 

예상대로 한국지엠 불법파견 교섭은 시늉뿐이었고, 곧바로 노동조합에 기만적인 발탁채용안을 들이밀었다. 1차 업체와 2차 업체를 분리하고, 1차 업체도 직접공정과 간접공정으로 나눴다. 동시에 현장조합원과 해고자조합원을 분리했다. 오로지 해고자가 아닌, 1차 업체 직접공정에서 일하는 현장노동자에 한해 모든 소송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정규직 채용을 받아주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자본의 갈라치기에 모두가 분노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본의 안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외쳐지기 시작했다. 김희근(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전 지회장 출신)과 이에 동조하는 조노동자투쟁 창원이었다.

 

자가당착에 빠진 그들

 

그런데 당시 발탁채용안이 노노갈등을 조장하는 안이라고 규정했던 건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 331일 발행된 노동자투쟁 한국지엠 창원공장 현장신문 53호에 따르면 발탁채용은 문제들도 많았다, “이는 결국 현장 안에서 노동자들끼리의 더 큰 분열과 갈등을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기존 입장을 빠르게 폐기하고 발탁채용을 받자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집행부의 투쟁 전술 때문에 이번 교섭 자체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들은 해고자들의 힘든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조합원들이 치열하게 싸워온 결과인데 우리가 못 받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심지어 해고자 복직 요구도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가 아니라며 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그들은 비정규직 불법파견 투쟁의 핵심적 기조인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요구를 빠르게 폐기했다. 발탁채용이 우리 투쟁의 결과가 아니냐며 자족하는 그들에게 해고자들의 힘든 처지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그들은 해고자의 처지를 운운하면서 해고자 복직 요구를 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자본이 비정규직지회를 갈라치고 길들이기 위해 얼마든지 정규직 발탁채용을 갖고 장난질 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응한 논리였다. 그들 눈에 발탁채용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운동에서 벗어나 대공장 정규직 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들은 발탁채용안 자체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인 범죄 축소 시도란 점도 묵인했다. 한국지엠에 대한 노동부의 1,719명 불법파견 시정명령과 카젬 사장에 대한 검찰의 형사 기소가 드러내듯, 자본과 한패가 되어 움직여온 보수적인 기관들조차 태도를 바꿀 정도로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착취는 심각했다.

 

그만큼 한국지엠의 이번 채용안은 만행에 가까웠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지엠 자본은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260명이란 말도 안 되는 발탁채용안을 들고 왔다. 기만적인 범죄 축소안이었다. 그런데 그들, 김희근과 노동자투쟁은 이런 점도 묵인하며 오로지 발탁채용을 투쟁의 성과로 포장했다. 그러면서 비조합원들에게 그 성과를 넘겨줄 수 없다며 변명을 쏟아냈다.

 

이러한 그들의 입장은 결국 반조직적 행동으로 나타났다. 김희근은 한국지엠 최종 부사장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해고자들이, 발탁채용을 거부한 현장조합원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밀어붙였다. 쟁대위 집행부가 단호히 거절한 사측의 제안을 독단적으로 받아안고 사측의 전화를 받은 바로 다음 날 오후 8시에 해고자 20여 명을 모아 자신을 포함한 발탁채용 명단을 사측에 밀어 넣었다. 노동조합의 단결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현장과 해고자를 분열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벌였다. 해고를 각오하고 투쟁하겠다는 가장 전투적인 현장조합원들의 가슴에 노동운동 활동가라 자임해온 그가 비수를 꽂아 넣은 것이다.

 

자본의 지배개입을 철저하게 배척함으로써 오로지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운영하도록 만드는 것, 민주노조와 어용노조를 구분하는 출발점은 바로 이 자주성에 있다. 그런데 김희근은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 자주성을 무시한 행동을 벌였다.

 

이후의 행보 역시 심각했다. 집행부는 이러한 행동을 반조직적 행위로 규정하여 징계위 참석을 두 차례 통보했으나, 그는 한국지엠 정규직 채용 면접에 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소명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찬 활동가가 아직도 민주노조를 입에 올리고 있는 게 너무도 충격적이다.

 

후퇴와 변질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비판해야 전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희근과 노동자투쟁에 동조하며 원칙만 얘기할 게 아니라 타협도 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는 흐름이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오히려 한국지엠에 맞선 노동자들의 단결 투쟁을 방해할 뿐이다. 필요한 건 이러한 사건이 어떤 맥락 속에서 벌어졌는지 규정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언제든 이번과 같은 갈라치기 발탁채용안을 또다시 해고자들에게 던져 분열을 조장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노협 운동의 특징이었던 자주민주투쟁연대변혁에 대한 지향은 지금에 와서 껍데기만 남게 돼버렸다. 지도부들의 배신적 후퇴와 변질은 투쟁을 계속된 패배로 이끌었고, 쌓이고 쌓여 1987년 노동자대투쟁 아래 발전되어 온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기풍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어느 사업장을 돌아보더라도 원칙을 제대로 사수하며 투쟁을 이어가는 노조를 보기 힘든 게 작금의 현실이다. , 그럼 이제 이러한 현실 진단 앞에 우리는 납작 엎드려야 할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현실 타협의 태도를 취해야 할까?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신을 기준으로 이번 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투쟁에서 벌어진 발탁채용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민주노조의 원칙과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운동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평가와 비판, 성찰 없이 우리 운동이 발전할 리 만무하다. 이 사건에 대한 동지들의 가감 없는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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