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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뷰 I 미니애폴리스 교사파업, 한국의 교사 노동자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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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김요한 조회 2,379회 2022-04-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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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가자! 노동해방> 온라인신문은 <레프트보이스>의 기사 ‘미니애폴리스 교사파업 – 더 열악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노동자투쟁의 가능성을 보여주다!’를 지난달 번역해 게재한 바 있다. 백인 교사들이 주축인 미니애폴리스 교사노조가 대부분 유색인종으로 구성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파업투쟁을 벌였다는 사실은 우리 노동자운동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미국 교사노동자들이 보여준 소중한 노동자연대의식을 주제로, 전교조 조합원 김동수 동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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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애폴리스 교사파업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들었다. 한국으로 치면 전교조 조합원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해 투쟁했다는 것이니 그럴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쟁의권이 없는 등 한국 교사들의 법적 권리가 미니애폴리스 교사들과 많이 다르긴 하다. 이는 차치하고 현재 한국 교사들이 미니애폴리스 교사들과 같은 노동자연대의식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질문처럼 미니애폴리스 교사들의 상황과 한국 교육노동의 상황이 많이 다르기에 바로 비교하긴 어려울 것이다. 쟁의권은 물론이고, 사회에서 교사로서 누리고 있는 처우 및 노동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도록 비슷한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학교가 비정규직의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다는 점이다. 다양하고도 각기 다른 형태로 노동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봉사직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교사들이 이런 다양한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운동이 가능할 것인가? 솔직히 굉장히 어려울 거란 생각이다. 특히 중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교원들과 교육공무직들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인터넷 포탈 뉴스에서 교원이나 교육공무직 관련 기사가 작성되면 그 밑에 서로 댓글로 감정 싸움하고 갈등을 빚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인천국제공항,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부문의 젊은 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특권의식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젊은 교사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어떤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일단 시험 통과하고 얘기해라’,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며 내세웠던 이야기를 정교사들이 기간제 교원들에게 그대로 한다. 학교에서 업무 분장을 할 때도 정교사들은 어려운 업무를 기피하고, 이를 기간제 교원들에게 떠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문제의 근원을 따지자면 교육 현장에 늘어나는 막중한 업무량이다. 이걸 누가 담당할지를 두고 정교사와 기간제 교원이, 교원과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업무 떠넘기기를 하며 갈등이 생기는 거다. ‘노동자는 하나다’, ‘교육 노동자 정원을 늘리자’, 이런 얘기는 너무 멀고, 정작 현실에서는 자기 업무를 상대에게 ‘토스’하는 사람, 짜증 나는 사람 헐뜯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젊은 교사들의 대부분은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나 노동자운동에 대해 가지는 느낌이나 생각이 어떤 것인지 여과 없이 들려줬으면 한다. 전교조가 젊은 교사들 사이에서 왜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 구에 재직 중인 교사가 60명인데, 전교조는 6명이고 이 중 2~30대 조합원은 하나도 없다. 전체 교사 중에서 전교조 자체의 조직률이 높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젊은 조합원들은 정말 드물다. 보건 교사들이 그나마 젊은 층이고, 2~30대 정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전교조는 교원노동조합으로서 인식되기보단 시민운동 단체로서 인식되는 것 같다. 조합원들도 자신이 내는 조합비를 시민단체 회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사회적 투쟁은 전교조 본부나 지부가 하는 것이고, 정작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갈등에는 노동조합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눈을 감는 상황이 허다하다. 전교조 내에서 교육현장의 구체적 현안을 두고 투쟁을 조직하는 사람도 드물다.


교육현장에서의 구체적 투쟁이 없으니 젊은 교사들은 딱히 전교조에 가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다양한 투쟁이 벌어지고 활동이 활발한 곳은 젊은 교사도 많이 가입한다. 이를테면 학교 관리자의 비민주적 행태에 대해 투쟁을 하는 곳은 그나마 낫다.


최근 임용되는 교사들의 노동조건은 예전보다 훨씬 못하다 들었다. 특히 퇴직 후 연금이 대폭 삭감되었다고 들었는데, 교사들의 대략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듣고 싶다. 노동조건의 후퇴에 맞서 교사들이 스스로를 노동자로서 인식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은 없나?


요즘 임용되는 교사들이 퇴직 후 받게 되는 연금은 월 200만 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연금 축소 등 노동조건의 후퇴가 교사들의 일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은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축소한다고 하니 업무 과중도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도 잡무에 시달리는 젊은 교사들은 수업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교사라는 직종 자체가 다른 직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비해 여러 면에서 나은 것도 사실이다.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상당히 후퇴한 조건에서, 전교조가 연금 개악에 맞선 투쟁 등 자기 직종의 이해를 걸고 투쟁을 전개하면 사회적 여론이 부정적일 것이라 본다. 


한편 젊은 교사들은 일은 자신들이 다 하는데 나이 든 교사들이 업무는 떠넘긴 채 월급만 많이 받아 간다고 여기기도 한다. 요즘 보수언론이 공공부문 MZ세대 노동자들은 직무급제, 성과연봉제를 원한다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는데, 이 얘기가 교육현장을 기반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전교조의 탄생 자체가 8~90년대 대중적 노동자투쟁의 물결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현재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에 있고, 지식인적 성향을 띠는 교사들의 변혁 운동을 다시 대중화하자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교육노동자 운동의 변혁성을 되살리자면, 아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본다. 농담으로 윤석열 정부의 전면적 공격이 필요하단 얘기까지 할 정도다. 우선은 교육현장 곳곳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반대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운동부터 시작돼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기형적 교육 과정과 입시 교육으로의 파행을 막기 위한 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당면해서 고교학점제를 반대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입시경쟁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다양한 교과목을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외부 인력을 들여오면서 교사의 처우를 불안정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결합시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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