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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번역 I 풀뿌리 노동조합주의: 아마존 노조인준투표 승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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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준석 조회 8,228회 2022-04-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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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편집자 주 미국 뉴욕 주 스태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아마존의 JFK8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41일 노조결성 인준투표를 가결시켰다. 역사상 처음으로 아마존에 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관련 기사 : 미국 아마존 물류창고 가운데 첫 노조 결성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 물류창고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다!’) <레프트보이스>는 이 승리의 원인이 민주당과 연계된 관료적 조직화 전략 대신 현장노동자들 속에서의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조직화 방식을 택한 데 있다고 평가한다. 1년 전 거대노조가 관료적 방식으로 시도했던 베세머 물류창고의 노조조직화 실패 사례와 비교하면, 스태튼 아일랜드 물류센터 노조 결성이 갖는 의미를 좀 더 선명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아마존 노조 조직화에 대한 생각: 무엇도 현장 노동자들을 대신할 순 없다')

  

원문 기사

Grassroots Unionism: Lessons from the Victory at Amazon

 

타티아나 코차렐리제임스 데니스 호프 I 202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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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의 우주여행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그가 우주에 올라가 있는 동안, 우리는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크리스 스몰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아마존 노동조합’(Amazon Labor Union, ALU)은 정말로 다윗 대 골리앗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저 그런 평범한 노동자들의 집단이 세계 2위 부자와 맞서 싸워 이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고용주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기업인 아마존은 150만여 노동자들의 등을 후려쳐 기록적인 수익을 올려왔다. 그 노동자들의 다수는 저임금으로 인간기계 취급을 받으며 위험하고 열악한 물류창고에서 일한다. 2021년 아마존은 336억 달러(42조 원)라는 놀라운 액수의 이윤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물류창고 노동자들에게는 여전히 생활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한다. 한편 아마존은 지난해에만 430만 달러(54억 원) 이상을 반노조 변호사들에게 지불하면서 배세머(앨러배머 주)와 스태튼 아일랜드(뉴욕 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의 물류창고에서 진행되는 노조 조직화 흐름을 압살하려고 했다. 이제 강제잔업 중단과 임금 인상 등 노조가 제기하는 요구들은 노동자들을 고도로 착취해 거둬들인 이윤을 상당 수준 침해하게 될 것이다.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노동조합은 살아남아 풀뿌리 조직화 캠페인을 벌였다. 두 명의 변호사로부터 무료 변론 지원을 받았으며, 노동자들과 지역사회 지지자들의 모금으로 10만 달러(12천만 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결국 미국 내 아마존 작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인준을 획득해 냈다. 아마존노조의 조직가들은 전통적인 하향식 노조조직화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밑바닥 현장노동자들이 주도한 그들의 조직화 캠페인은 제프 베조스를 패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금을 갖고 있지만 관료화되고 경직된 대규모 노조들에게도 교훈을 남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20203월 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막 시작되고 있을 때, (이제 아마존노조 위원장이 된) 크리스 스몰스와 데릭 팔머는 스태튼 아일랜드 JFK8 물류창고에서 50여 명이 참가한 작업거부를 주도했다. 그들의 요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더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시행하라는 것이었다. 사측은 이런 기본 요구들을 묵살했을 뿐만 아니라 스몰스를 해고함으로써 다른 노동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로 활용했다. 스몰스를 해고한 명분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위반이었는데, 정작 스몰스는 확진 판정을 받은 적도 없었다.

 

스몰스와 팔머, 그리고 다른 노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을 투쟁을 지속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20204월에 폭로된 유출된 메모에 따르면, CEO 제프 베조스를 비롯한 아마존 경영진은 이제 막 시작된 노조조직화 시도를 좌절시킬 방법을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스몰스를 비방하는 것이었다. 아마존 법무팀은 인종차별적 함의로 가득한 표현들을 사용하며 스몰스를 똑똑하지도 않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줄도 모른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스몰스가 지도부란 점을 강조하면 홍보 전투에서 쉽게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명백히 상대를 과소평가했다. 노동자들의 조직화 능력 또한 과소평가했다.

 

스몰스를 비롯한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다른 많은 노동자운동들이 그랬던 것처럼, 작업장 안과 밖 모두에 탁자를 설치하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정규적으로 말을 건네는 것으로 그들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낮은 초입 임금부터 견딜 수 없는 노동조건까지, 아마존에는 조직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많은 불만들이 있었다. JFK8 물류창고 노동자 브리마 실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사측은 오로지 노동자들이 이 건물에 들어와 있는 동안 어떻게 그들의 시간을 활용하고 통제할 것인가만 신경 쓴다. 인간적이지가 않다. 솔직히 이건 진짜 플랜테이션(고강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열대 단일작물 농장 – 옮긴이)이다.” <마더보드>라는 인터넷 언론은 JFK8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가 뉴욕시에서 방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차에서 잠을 자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샤워를 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다.

 

아마존노조는 이러한 노동조건이 만들어 낸 노동자들의 분노를 활용해 조합원 수를 늘려나갔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자, 탁자가 천막으로 커졌다. 조직가들은 커피, 음식, 스낵, 음료 등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가져가 동료 노동자들에게 주기 시작했다. 아마존 노동자들은 다양하다. 그들은 모든 지역에서 오는데, 뉴욕 시를 가로질러 오기도 하고, 인근 뉴저지 주에서 오기도 한다. 또한 여러 세대가 걸쳐 있다. 이주민들이 많은데, 일부 노동자들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마존노조는 이 다양한 노동자들을 공동의 목표로 단결시켜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조직가였던 안젤리카 말도나도가 <자코뱅>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아프리카 음식을 천막으로 가져오는 것은 더 많은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들을 끌어당겼다. 라이베리아 출신인 실라는 왓츠앱에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대화방을 만들어, 그들이 노조조직화 캠페인에 더 많이 연결될 수 있게 했다. 현장 조직가들의 대오가 불어났다. 그들은 훨씬 더 많은 조직가들을 충원해 냈다. 그들은 학습모임을 만들었고, 노조 티셔츠를 나눠줘 물류창고 안에서 입게 했다. 마침내 노동조합 인준투표 신청을 위한 서명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노조조직화 전략과 다르게, 아마존노조는 처음부터 공개적이고 대중적이었다. 조직가들은 물류창고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었고, 바깥에는 천막을 설치해 놓았다. 아마존노조는 인준투표 신청 전까지 모든 노동자를 설득하려고 기다리지 않았다. (이직률이 매우 높고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조직가들을 노리고 있는 이런 작업장에서 그렇게 접근했다면, 결코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필요한 최소 수치를 넘어서자마자 모집한 서명카드를 제출하며 인준투표를 신청했다. 사측이 많은 서명카드에 대해 시비를 걸어왔지만, 노동자들은 확실한 서명카드를 넉넉히 추가 확보했다. 결국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는 인준투표 실시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동자들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방해했다. 베세머 물류창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반노조 전단지를 살포했고, 반노조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의무적인 회의를 소집해 반대표를 찍으라고 설득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마존은 반노조 활동에 수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심지어 사측은 물류창고 조직화 캠페인을 염탐하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 노동자들을 살해하고 테러했던) 악명 높은 반노조 핑커튼 탐정사무소를 고용하는 지경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의무적인 회의는 역효과를 낳았다. 노동자들은 (회의 석상에서 옮긴이) 아마존의 거짓말을 규탄함으로써 다른 노동자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경영진들의 노력에 맞설 수 있었다. 역효과를 낳은 아마존의 또 다른 노조파괴 전략은 2월 노동자들에게 줄 음식을 싸 들고 왔다는 이유로 스몰스와 다른 노동자 두 명을 체포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반노조 입장이던 노동자들까지 격분했다. 브레트 다니엘스라는 JFK8 물류창고 노동자의 말에 따르면, 반노조 입장이면서 점심시간에 서명카드를 모으지 못하게 했던 한 관리자마저 체포 사건 이후에 조직화 캠페인에 가담하게 됐다. 그 관리자는 저런 일이 일어나도록 우리가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몰스와 팔머의 지도력은 노조가 승리를 거두는 데서 확실히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100여 명의 현장 조직가들이 물류창고 안에서 해고당할 위험을 감수하며 해냈던 일들, 이를테면 회의 때 목소리를 높이고, 일대일로 다른 노동자들을 만나고, 왓츠앱 대화방을 만들고, 더 많은 노동자들을 끌어들일 전략을 짰던 것들 역시 승리를 위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조 관료들에게 안긴 일격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노동학 교수인 존 로간에 따르면, “아마존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며, 부와 정교함, 노동조합 근절 노력이라는 점에서 가장 무서운 반노조 기업이다. 아마존노조 또한 모든 전통적인 조직화 방법론을 뒤집어버린 것 같다. 그들은 거대 노조나 경험 많은 조직가들 없이 그것을 해냈다.”

 

우리는 더 나아가고 싶다. JFK8 물류창고에서의 노조 승리는 전국단위 노조들의 관료적 지도부들에게 안긴 일격이다. 지난 수년 동안, 소매·도매·백화점노조(RWDSU)와 국제서비스노조(SEIU)를 비롯한 대규모 노조들은 새로운 불안정 노동자층을 조직하려고 수백만 달러를 퍼부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계속 실패했다.

 

보기를 들어, RWDSU는 지금까지 앨러배마 주 베세머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조직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RWDSU는 그곳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캠페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하향식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에 크게 의존하고 현장 조직가들 대신 노조 직원들을 활용했다. <레프트보이스> 차원에서 베세머에서의 조직화 캠페인을 취재해서 보도하려고 갔을 때, 우리는 버니 샌더스와 함께 하는 행사에 참석했었는데, 그곳에는 15명도 안 되는 노동자들만이 있었다. 사람들이 물류창고 밖에서 노조를 지지하는 선전 활동을 했지만,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그곳에는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화 방식은 우연도 전술적 오류도 아니다. 계속되는 제국주의 위기의 시대에 노동조합과 그 지도자들은 자본주의의 도구가 되었다. 그들이 대표하는 노동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적 이해관계를 갖게 된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진정한 전투성을 거의 포기했다. 대신 그들은 자본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얻으려는 희망을 갖고, 노동조합을 민주당의 선거 부속물로 만들기 위해 일해 왔다. 노동자들의 힘은 투쟁이 아니라 투표함에 있다면서 적대 계급에게 투표하라고 말함으로써, 그들은 노동자들을 수동화시켜 왔다. 민주당에 대한 이러한 복종은 왜 미국의 노동조합들이 민주당-공화당 양당체제가 퍼부은 신자유주의 공세에 분쇄 당했는지 또한 왜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는데도 노조조직률이 수십 년 동안 계속 하락해 왔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들이 RWDSU 같은 거대 노조들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거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거대한 노동자조직들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노조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조직들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은 조직에 대한 통제권을 관료들로부터 빼앗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기존 노조 지도부들을 패퇴시키고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통제해 낼 때만 노동조합을 자본가들과 국가에 맞선 계급투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민주당이라는 막다른 골목

 

민주당원들은 자신들이 노동자들의 친구인 척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자들의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고용주들의 노조인준투표 관여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옮긴이) ‘조직화 권리 보호법안’(PRO Act)이나 (노동자 과반수 서명시 노조인준투표 없이 사측에게 교섭의무 발생 등의 내용을 담은 옮긴이) ‘노동자 자유선택 법안’(Employee Free Choice Act) 등의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늘 이러한 사소한 약속들조차 일관되게 이행하지 않는다. 아마존노조의 경우 민주당 선거기구가 실제로 노조 반대편에서 활용됐다. (미국의 경제금융 전문 TV 채널인 옮긴이) CN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마존 사측은 스태튼 아일랜드 물류창고에서 노조 조직화 운동에 맞서기 위해 영향력 있는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를 고용했다.

 

심지어 뉴욕시 출신의 진보파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같은 인물조차, 자신을 지지하는 신세대 유권자들이 노조와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이고 억압에 반대하는 성향인데도, 아마존노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스몰스가 설명했듯이, AOC는 애초 스태튼 아일랜드를 방문해 노조를 지지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일정을 취소했고 그 뒤로도 방문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AOC는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활용해 다른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 아마존노조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AOC는 자신을 비판하는 이와 트윗을 교환하면서, 일정에 충돌이 있었고 물류창고는 자신의 선거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동자들로부터 일련의 트윗이 쏟아져 AOC를 포위했는데, 그 가운데는 스몰스도 있었다. 스몰스는 AOC가 니나 터너 같은 민주당원을 위해서는 정규적으로 선거구 밖으로 여행을 해왔다는 점과 AOC 선거구 유권자 상당수가 JFK8 물류창고에서 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AOC가 동시에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부자에게 세금을구호를 새긴 10만 달러(12천만 원)짜리 드레스를 입고 (최고 부자들과 연예인들로 가득한 - 옮긴이) ‘멧 갈라’(Met Gala) 패션쇼에 참석할 시간은 만들면서도, 근래에 가장 중요한 노동사건 가운데 하나는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AOC 또한 그저 또 하나의 기성 정치인일 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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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C와 스몰스가 주고받은 트위터 메시지


진실은 AOC와 민주당이 급진적인 노동자 집단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주당이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아마존노조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베세머에서 물류창고 조직화 캠페인에 민주당이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베세머에서는 RWDSU가 노조 지지 배너에 민주당 정치인 스테이시 아브람스의 사진을 붙일 정도로 친민주당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

 

아마존노조의 승리 이후, 당연하게도 대통령 조 바이든을 포함하여 노동조합에 대한 지지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지지는 미국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바이든의 공격을 잘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연막작전일 뿐이다. 예를 들어, 바이든의 새 예산은 군대, 경찰, 출입국관리소에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 선거운동 때 제시했던 사회적 약속들은 빈약했던 수준마저 파기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아마존노조에 대한 민주당의 지지는 노동자의 힘을 낚아채서 민주당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라는 점을 정확히 봐야 한다.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계기

 

그런데 아마존노조의 성공을 진공 속에서 보아서는 안 된다. 모든 역사적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대담한 전략을 가진 몇몇 용감한 개인들 때문에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아마존노조는 엄청난 위기와 계급투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위에서 건설됐다. 그 한복판에는 팬데믹과 경찰폭력에 맞선 대중봉기가 있었으며, 이는 급진화된 완전히 새로운 노동자 세대를 만들어냈다. 팬데믹과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봉기는 전체 노동자계급 속에 깊이 새겨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련의 파업 물결이 스트라이크토버라는 이름 아래 펼쳐졌다. 광부, 보건의료 노동자, 목수, 교향악단 노동자 등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팬데믹 봉쇄 기간에 목숨을 걸고 경제가 굴러가도록 지켜낸 필수노동자들의 반란이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팬데믹에서 이익을 본 자들이 거둔 막대한 이윤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팬데믹 기간 3조 달러(37백조 원)에서 5조 달러(62백조 원)70% 증가했다. 한편,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로 인해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에 있는 불평등에 대해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자신의 힘에 대해 점점 더 인식하게 됐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군대, 경찰, 출입국관리소 예산을 늘리는 대신 사회 지출에 대한 미약한 약속조차 거둬들이면서 노동자들은 어려운 전투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면에 서 있는 것은 대부분 젊은 노동자들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화 운동의 많은 지도자들이 20대 초반이다. 그들은 노동조합을 뜻하는 ‘U세대라는 별명을 좋아한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에 동의하는 미국인 비율이 1965년 이후 최고치인 68%를 기록했다. 18~34세 사이에서는 77%까지 상승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줌 세대를 합친 이 젊은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노조를 건설하려 하고 있고, 지난 몇 달 동안에는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 옮긴이) 콘데 나스트, (구글의 지주회사 옮긴이) 알파벳, 뉴욕타임스에서 노조를 건설해 냈다.

 

이 세대는 일생에 한 번겪을 법한 경제후퇴를 두 번이나 경험했고, 세계적인 팬데믹과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운동 또한 경험했다. 이 세대는 또한 성소수자와 흑인을 비롯한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으며, 그것을 노동자운동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미디어 웹사이트 옮긴이) 이사벨의 노동자들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위해 파업에 들어갔고, 미니애폴리스 교사들은 유색인 교사들의 고용과 규모 유지를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으며, 디즈니 노동자들은 성소수자 억압 법안에 반대하여 작업거부에 나섰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 물결 속에서 일부는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다른 일부는 파업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스몰스나 스타벅스 노동자들 같은 밑바닥 현장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요구하는 풀뿌리 노동조합주의가 급격히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바로 여기서부터 전통적인 하향식 노동조합주의에 도전하는 새로운 지도자들과 새로운 현장노동자들이 출현할 것이다.

 

나아갈 길

 

아마존노조가 직면한 당면 투쟁은 첫 번째 단체협약을 잘 쟁취해 내기 위한 투쟁이 될 것이다. 아마존노조는 최저임금 30달러, 30분 유급휴식 2, 유급휴가 확대, 강제잔업 금지 등을 내걸고 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5월부터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틀림없이 아마존은 노조반대 흐름을 다수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최악의 단체협약을 제시함으로써 조직화에 나선 노동자들을 벌주려고 시도할 것이다. 아마존노조가 여기서 앞으로 나아갈 길은 그들이 노조인준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한 그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밀실교섭이나 변호사를 통해 좋은 단체협약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기업노조(business union)의 논리와는 반대로, 아마존노조의 승리는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핵심임을 보여준다. 좋은 첫 번째 단체협약은 교섭 테이블에 앉은 몇 사람의 변호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파업에 나설 태세가 돼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힘을 갖고 쟁취할 수 있다.

 

또한 아마존노조에 쏟아진 엄청난 지지는 물류창고 바깥의 다른 노동자들과 연결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서로를 지지하며 집단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스태튼 아일랜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의 경험은 전형적인 노동조합주의 모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제 첫 번째 단체교섭으로 나아가면서, 노동자들은 어떤 노동자도 참석할 수 있는 공개 교섭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또한 평조합원 기구들을 활용해 투쟁의 다음 단계를 토론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투쟁과 파업에 나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을 위한 요새

 

아마존노조는 이미 100개가 넘는 다른 아마존 작업장 노동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와 월마트, 화물운송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로부터도 연락을 받고 있다. 아마존노조는 노동자계급을 위한 요새가 될 잠재력, 노조조직화 흐름을 가속시키는 데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물류창고 작업자를 넘어 옮긴이) 운전기사 같은 다른 부문 노동자들까지 포괄하는 포괄적 단체협약을 쟁취하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존노조가 다른 노조들과 어떤 관계를 수립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아마존노조는 하향식 기업노조의 활동 부재를 깨부수는 수단이 되어 행동과 계급투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아마존노조는 다른 모든 노조들에게 그들의 거대한 자원을 아마존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쟁취나 뉴욕시의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투쟁에 투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아마존노조가 자본가정당들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민주당이 노조 편이 아니라 노조파괴자들의 편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다른 노조들은 자금을 대고 조합원들을 동원해서 민주당을 지지한다. 자본가정당들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이 새로운 노조에게 사활적인 문제다. 아마존 노동자들의 힘은 작업장 조직화에 있으며, “U세대의 지원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분명하게 확인됐다. 많은 민주당원들이 이 신생 노조에 접근해서 그 힘을 포섭해 내려고 하는 지금, 노동자들은 민주당이 사회운동들의 공동묘지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으로부터의 독립이 정치로부터의 기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아마존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과 피억압 민중에게 퍼붓는 공격에 맞서 조직화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아마존 노동자들과 그 공동체들, 이주민들, 흑인 노동자들, 성 소수자 노동자들 등을 위한 진정한 투쟁의 수단으로서 노동조합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아마존노조의 잠재력

 

크리스 스몰스와 데릭 팔머 같은 이들이 운동의 유기적 지도자로 떠오른 아마존노조는 풀뿌리 노동조합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사례일 것이다. 그리고 자본가들은 이미 100개 이상의 아마존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도 노조를 건설하려고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노조와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의 미래는 크게 열려 있다. 만일 다수의 아마존 작업장들이 노조를 건설해 내고 임금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미국 노동자계급 전체의 기준을 상향시킬 것이다. 만일 다수의 아마존 물류창고들에서 노조가 건설되고 계급투쟁에서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물류산업 노동자들은 만일 생산을 중단한다면 자본가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할 수 있는 거대한 지렛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노조의 조직가들과 JFK8 물류창고 노동자들은 미국 노동자들과 자본 사이의 길고 어려운 전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냈다. 이제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얻고 새로운 힘을 건설할 이 기회를 붙잡는 것은 모든 노동자들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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