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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 -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무엇이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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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3,784회 2022-03-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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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그 사회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선거는 누구를 지지해서 표를 던지기보다는 누구의 당선을 꼭 막기 위해서 표를 던진 선거였다. 그만큼 대중이 지지할 수 있는 후보와 정당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걸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기존 주류 자본가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기대감이 점차 허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세력이 부재해서, 허약해지고 있음에도 자본가 정당이란 유령들이 여전히 무대 전면에서 배회하고 있다.

 

다음으로 언론은 이번 선거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은 20대 유권자들의 표심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5년 전 19대 대통령 선거와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던 세대는 바로 20대다. 최근 네 번에 걸친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20대가 이번에는 대규모로 이반했고, 그것은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가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대의 표심은 여성 유권자와 남성 유권자로 확연히 나뉘었다. 20대 남성은 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 반면 20대 여성들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여성문제가 그 중심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이런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요동치는 20

 

기존 정치구조가 급격히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면, 봄을 알리는 제비처럼 가장 먼저 그것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게 젊은 청년층이다. 20대 젊은 청년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현 정부, 그리고 이 정부를 지탱하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반감이다. 이 반감의 기원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는 20대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뒤 이 정부가 보여주었던 모습은 청년층의 기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고, 기껏해야 껌값밖에 안 되는 보조금으로 생색내기에 급급했다. 젊은 청년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되는 최저임금 인상 공약도 흐지부지되었다.

 

또한 위선적인 모습은 젊은 층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페미니즘 정부를 표방했지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성추행 추문으로 얼룩졌다. 그들이 말해왔던 공정성과도 전혀 거리가 먼, 내로남불 식의 위선과 변명은 조국 사태 등에서 역겨움을 불러왔다.

 

다른 무엇보다 자본가계급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이 젊은 청년들의 삶과 미래를 잿빛으로 얼룩지게 했다. 정부가 투입한 막대한 유동성은 자본가들을 지원하는 데 대부분 투입되었다. 부동산 가격을 비롯해 자산 가격이 폭등해 주거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코로나 기간 부의 불평등은 빠르게 확대되었다.

 

주거비 폭등과 자산 격차 확대, 그리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부족 앞에서 청년층의 위기감과 절망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것은 자산 가격 폭등에 편승해 상황을 타개하려는 헛된 욕망을 부추겼다. 주식 투자 붐이 일어났다. 주식가격은 폭등했지만 그것은 금융사들과 부유한 투기꾼들의 배만 불렸고, 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손실만 입었다.

 

결국 20대는 대대적으로 민주당 정부로부터 등을 돌렸다. 이 대대적인 이반으로부터 단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세력은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의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분노를 잉태한 모든 요인은 다른 누구보다도 국민의힘을 겨낭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무한대의 경쟁 등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노선은 민주당 정부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젊은 층을 공격하는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비리, 투기 세력에 대한 비호, 민간자본 주도의 주택 정책에 따른 주거비 폭등 등도 젊은 층의 분노와 절망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신주 받들 듯 모시고 있는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부동산·주식 투기 보호 등의 조치는 불평등을 더욱 격화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정치적 불안정성

 

그 결과는 무엇일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로부터 실망한 20대의 청년들은 자본가 두 당으로부터 급격히 이반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들의 분노와 저항 의지를 온전하게 담을 수 있는, 올바른 정책과 실천으로 무장한 대안적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은 분명하다. 한국 정치는 앞으로 거세게 요동칠 것이며, 기존의 정치구조가 급격히 흔들리는 전환점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청년들은 완전히 새로운 정치세력을 향해 나아가려 할 것이고,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맞선 직접적인 저항의 필요성을 배워갈 것이다.

 

이것은 모든 자본주의 나라에서 공히 관찰되어왔던 일이다. 수십 년간 정치의 전면에서 대중을 쥐락펴락했던 주요 정당들이 급격히 몰락하고 새로운 정당들이 부상하는 일이 최근 계속 일어났다.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나 포르투갈의 포데모스 정부의 탄생은 그걸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급기야 2019년에 이르러서는 프랑스, 칠레, 홍콩 등 세계 도처에서 급진적 투쟁이 분출했다. 누적된 자본주의 위기와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 앞에 노동자투쟁이 도처에서 급진적인 방식으로 터져 나왔다. 프랑스, 칠레, 홍콩 등에서 자본주의 정치구조 자체를 거부하고, 대중의 직접적인 투쟁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의 심화에 따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대중의 처지가 이런 직접적 저항의 근원적 배경이었다. 나아가서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갇혀 누가 우리를 지배할 것인가를 두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투쟁으로 일어나 정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대중적 결의를 반영했다.

 

한국의 상황은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정치구조의 급격한 변화 양상에 비한다면 상당히 늦었다. 그럼에도 방향은 같다. 20대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존 자본주의 정치구조로부터의 이탈 행렬은 한국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적 측면에서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거센 도전과 변화의 물결과 마주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성의 확대는 새로운 정치 흐름이 부상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역사적 과정이다. 특히 이것이 20대처럼 가장 젊은 층에 의해 주도된다면 그 폭발성과 역동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진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분열, 자본주의 체제 발악의 산물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그냥 잠자코 위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든 나라의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오히려 온갖 장치들을 필사적으로 동원해 이러한 불안정성을 잠재우려 하거나, 최소한 이 불안정성이 새로운 급진적 정치세력들과 직접적인 대중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발악한다.

 

그러한 사례는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 이대녀로의 분열 책동으로 표출되었다. 국민의힘은 20대 청년들의 분노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하에 흡수하기 위해서 여성문제 이슈를 꺼내들었다. 여성가족부 해체를 비롯해, 국민의힘은 20대 남성들과 20대 여성들을 분열시키는 여러 쟁점을 꺼내들면서 20대 남성들을 자기 영향력 하에 끌어당기기 위해 애썼다. 정부에 입각한 여성주의 단체 상층 지도자들의 관료화, 정부와의 유착을 통한 특권 누리기 등 민주당 정부의 모습은 그런 시도가 먹히는 풍부한 재료를 제공했다.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의 이러한 선거전략은 그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챙기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급격히 이반하는 20대 청년들 중 일부라도 붙잡아두기 위해서 페미니즘 정책을 꺼내들면서 20대 여성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민주당이 배출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20대의 대대적인 이반을 경험해온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성별 분열 정책을 역으로 활용해 20대 여성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20대의 분열을 통한 정치적 이권 챙기기 전략 덕분에 국민의힘이 이득을 본 것만큼이나 민주당 또한 여기서 이득을 챙겼다. 만약 그러한 프레임이 잡히지 않았다면, 20대 여성들의 표조차 얻지 못한 민주당은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더욱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것만큼이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여성 쟁점을 영악하게 활용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기존 정치구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는 20대 청년들을 자기 영향력 하에 묶어두는 정치적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자본주의 정당의 지배 전략이자 그들이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바로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대립하게 만들어 그 정치적 잠재력을 매장하고, 부르주아 정치구조 하에 가둬서 자본가 정당들 내에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그러한 계급분열 전략은 주로 인종 문제를 통해 추구되었다. 흑인을 비롯해 유색인종 노동자들을 백인 노동자들과 대립시켜 노동자계급의 독립적 정치를 마비시키고 민주당과 공화당 두 자본가 정당의 지배를 안정화하는 미국 자본가계급의 전략을 떠올리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분할 통치 전략이 주로 지역주의 정치를 통해 이뤄져왔다. 문제는 이 지역주의 정치가 갈수록 약발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 초반 청년층에게는 이 지역주의 정치가 너무나 식상해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 자본가 정당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젊은 층을 자본주의 정치구조에 포섭하고 그 전투적 잠재력을 거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열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여성주의 쟁점을 통해 20대 여성과 남성을 분열시킨 것이다.

 

확대되는 불안정성 앞에 놓인 한국 자본주의 정치구조의 절실한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이 여성주의 쟁점은 결코 단시간 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젊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 두 자본가 정당으로 포섭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다. 물론 20~30대를 분열시키고 획득하기 위한 자본주의 정책은 여성주의 쟁점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다양한 갈라치기가 시도될 것이다.

 

어떤 정치적 전망이 있는가?

 

자본주의 정치세력들에 맞서 20~30대의 젊은 청년들의 저항 의지와 변화 열망을 온전히 받아 안고, 그들을 세력화해서 새로운 노동자 정치를 세워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분할 전략을 계급단결전략으로 분쇄하는 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계급적 단결은 혁명 정치를 비롯해 모든 노동자 정치가 움터 나올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전제 조건이다. 분열돼 서로 대립하는 노동자들은 결코 자본가계급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그들의 정치적 노리개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20대를 분열시키는 여성 쟁점을 보자. 노동자계급 여성과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모든 억압과 차별에 맞서, 나아가서 여성들을 위험과 차별 상태로 내모는 모든 것에 맞서 남성 노동자 민중이 앞장서서 투쟁하는 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것은 여성과 남성을 대립시키면서, 남성들을 구제불가능한 차별주의자로 바라보는 모든 시선을 제거할 것이다. 그 가운데 남성을 여성의 적으로 접근하는 모든 분리주의 페미니즘의 싹이 도려질 것이다. 역으로 모든 사회주의 여성 투사들, 여성 노동자 투사들이 남성은 적이 아니다! 자본주의 차별 정책에 맞서 여성과 남성은 하나로 단결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깃발 아래 분리주의 페미니스트들에 맞서 맨 앞에서 투쟁해야 한다.

 

이처럼 여성 차별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선 단결된 투쟁을 발전시켜 나갈 때 바로 이 건강한 토대 위에서 자본주의 정치의 분열 책동을 분쇄하는 새로운 노동자 민중의 독립적 정치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20대의 분노와 저항 의지가 여성과 남성으로 분할되지 않고 하나로 융합할 때 바로 거기서 자본가 양당 정치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이 과정을 바로 노동자운동이 주도해야 하고, 사회주의운동은 최선두에서 그 운동을 안내하고 가장 투철한 단결 투사들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비단 여성주의 쟁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를 아우르는 노동자계급 단결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자본주의 정치의 분할 책동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독립적 정치를 세워내는 가장 관건적인 일이다. 노동자계급은 단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로 단결하는 속에서만 자본주의 정치를 극복하는 노동자계급 정치의 새로운 전망이 시작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노동자계급 정치의 끝은 아니다. 하나로 단결해 자신을 정치적으로 조직한 노동자계급은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만 해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여기서 사회주의 혁명 정치를 채택하느냐의 여부는 단결한 노동자운동이 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아니면 전망을 상실하면서 재차 자본주의 궤도 내로 갇히게 될 것인지를 결정짓는 사활적인 요소가 된다.

 

하지만 그러한 최종 단계로 전진하기 위해서라도 일차 전제 조건은 바로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다. 단결하지 않는다면 어떤 독립적 정치 전망도 나올 수 없고, 노동자해방으로 나아갈 자격과 권리 또한 획득할 수 없다. “다른 노동자의 고통과 착취, 차별을 방치하는 어떤 노동자도 스스로를 해방시킬 자격을 가질 수 없다!”

  

20대 대선 결과는 결국 우리 노동자들에게 절대 회피해서는 안 되는 다음의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고 있다. “노동자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열기 위해서, 고통받는 20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 위해서 노동운동은 단호하게 계급적 단결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조합주의에 사로잡혀 분열된 나머지 이 모든 가능성을 다시 매장시키면서 자본가 정당들의 지배 체제를 묵인할 것인가?” 이러한 계급단결 투쟁 속에서 형성되는 에너지와 자신감, 활동가 대오를 통해서, 자본주의 선거 공간까지도 노동자 정치의 진출 무대로 바꿔낼 수 있는 위력적인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이 닦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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