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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의 날 지상 대담 - 대선 공간의 여성혐오, 여성 노동자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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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팀 조회 3,684회 2022-03-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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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대담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진아 동지, 남기정 동지, 변주현 동지, 이영미 동지이다.


편집자 주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유력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짜리 공약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공간에서 유달리 두드러지는 여성혐오 정치는 민주당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작년 말 이재명도 유튜브 채널 씨리얼페미니즘 편향 방송이라는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을 받아들여 씨리얼출연을 번복한 바 있다.

 

2022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갈수록 확산되는 여성 차별과 혐오에 맞서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금속노조 KEC지회 김진아 동지,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남기정 동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변주현 동지, 병원 노동자 이영미 동지가 그들이다(이상 성명 가나다 순). 이대남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는 여성혐오의 이유가 무엇일지, 노동자운동이 성차별을 뛰어넘어 폭넓은 단결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의견을 나누었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 노동자로서 체감해온 구조적 성차별이 여럿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윤석열의 망언을 반박하기 위해 제일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면? 

 

= (남기정) 위 발언을 보고 먼저 든 생각은 미투 사건들이었다. 사회 유명 인사들이 가해자가 되어 약자인 여성들을 성적으로 짓밟은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직장 상사, 대학교수, 선배, 그리고 종교단체 내 남성들이 여성들을 가해한 사건들이었다. 피해 여성들은 위로와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2차 가해도 이어졌다. 여성들은 어두운 길에선 CCTV를 확인하며 다녀야 하고, 남녀공용 화장실은 여성 혼자 이용하기 불안하며, 술 취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절대로 잠들지 않아야 한다. 아직도 회식 자리에서는 여성이 술을 따르길 강요하고, 회사에서는 여직원이 타는 커피가 맛있다는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말을 들어야 한다. 또 서비스 직종의 여성 노동자들은 빨간 립스틱과 하이힐을 강요당한다. 윤석열은 자기 주변에서 기사가 운전하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남녀 임금 차별도 없으며, 집안이 좋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런 여성들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 (김진아) 여성 차별은 역사적이다. 윤석열은 그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 없고,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그런 주장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통계가 있지 않나. 검찰 조직만 봐도 고위급에 여성들 비율은 낮다. KECJ1, J2, J3, S4, S55단계 직급이 있는데, 남성과 여성의 직급은 입사 시부터 다르다. 여성은 J1, 남성은 J2로 입사하고, 평균 승급기간도 남성은 5, 여성은 7년이다. 여성의 경우는 J3 직급에서 더 이상 승급이 되지 않는다. 회사에 성희롱 사건이 있었는데, 노동부는 가해자와 가해자 측근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피해자의 주장은 묵살하기도 했다.

 

= (변주현) “여성 노동자로서 체감해온 구조적 성차별이 여럿 있을 것이란 표현은 너무 단정 짓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중공업 현장에도 구조적 성차별은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노동강도로 인한 차별이다.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거나 신체적인 힘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인 힘의 차이가 있다. 누구나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인데, 그러기보다는 성별로 차별한다. 성차별이 옛날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현장에서 일할 때 힘으로 할 수 없으니까 나만의 방법으로 했다. 그리고 힘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끔 노동환경을 바꾸려 노력했다. 그러나 회사는 일을 빨리빨리 하라고 한다. 남자들은 무거운 것을 잘 드니까 한꺼번에 많은 중량물을 들고 가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효율적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작게 나눠서 여러 번 들고 갔다. 그러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관리자가 압박을 주는 거다. 그럴 때 나는 어쩌라고라고 하며 개겼다. 개긴다고 자를 순 없으니까 똘아이 취급하며 놔두더라. 본인 몸 상하면서 일한다고 회사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소모품 취급받는 건데 노동강도 센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렇게 계속되면 노동환경 개선 대신, 신체적인 체력 차이 때문에 차별이 더 발생하게 되는 거다.

 

= (이영미) 남아 선호 사상이 여전했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복을 입어도 월요일엔 꼭 치마를 착용해야 한다는 여자 중학교를 다니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불공평함, 불편함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했다.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꼬리표가 자연스레 따라다녔고, 당연히 삶은 불안정하기 일쑤였다. 파견업체에서 면접을 보는데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면접관이 결혼 여부를 묻는 거다. 결혼했다고 하니 임신 계획에 대해 묻더라. 임신 계획이 없다는 답변에도 왜 그런지, 언제쯤 예정하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묻는 통에 기분이 상했음에도 면접에서 떨어질까봐 웃으며 없다는 말만 반복해야 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긴 머리는 검은색의 머리망을 이용해 올림머리를 해야 하고, 얼굴은 화사해 보이되 진하지 않은 화장을 하라고 한다. 생기있어 보이도록 립스틱은 꼭 바르라고 하고. 일에 치여 머리가 삐져나오고 화장이 지워지면 어김없이 지적을 당한다. 동료들과 우스갯소리로 코로나 덕에 마스크 착용하고 일할 때는 쉴드 마스크까지 착용하니 화장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고 한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외모에 대한 강요와 압박은 여전히 여성에게만 이뤄지지 않나?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결코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여성으로서 불가피하게 감수해야만 하는 것, 이게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윤석열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이번 대선에서 여성혐오의 정치가 만연하고 있다. 이는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편승해 표 득실을 따진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페미니즘 흐름(백래시)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여성혐오 정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 (변주현) 일단 페미니즘은 본래의 뜻과 다르게 왜곡된 부분만 널리 알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 반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대선에서 어떻게든 표를 더 얻으려고 벌인 수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년들 지지는 받아야겠고, 그러려면 관심을 끌어야겠는데 딱히 대안을 내놓을 수는 없으니, 애꿎은 청년들을 이대남’, ‘이대녀하는 식으로 갈라치기 하는 거다. 정치인들이 수작 부리는 건데, 키워드 하나 던져 분란을 일으키고 갈라치기하는 게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는 가장 쉬운 수단이라고 본다. 이런 거에 넘어가면 안 되는데, 사람들이 먹고살기 빠듯하니. 그리고 이 먹고살기 힘든 것도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그런 건데, 쳇바퀴 같은 경우다. 여성혐오 정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참 어렵다.

 

= (이영미)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일어난 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강남역 앞에 모여 외치고 행동했다. 그동안 개인으로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움직이는 경험을 한 중요한 사례라고 본다. 이러한 사회화의 사례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페미니즘이 확산된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가진 자들에 비해 출발선에서부터 차별받는 청년 남성들 역시 짓뭉개고 그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준다. 청년 남성들은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만만한 여성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는 거다. 그것이 여성혐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가 정치세력들은 청년 남성들을 자기의 표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동조하고 있다. 이건희는 죽을 때까지 병실에 누워있으면서도 하루에 20억씩 벌었고,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전 세계 10%의 부자들은 전 세계 자산의 76%를 차지하며 빈부의 격차는 커졌다. 청년 남성들이 겪는 실업과 가난 등 고통의 책임은 결코 저임금과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이 아니라 부와 특권을 쓸어 담고 있는 자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진짜 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면 낼수록 부당한 여성혐오 정치의 기반도 약해질 것이다.

 

= (김진아) 반페미니즘은 일부의 부분적 현상에 대해 확대 프레임을 들이댄 거라 생각한다. 역차별이란 단어로 프레임을 만든 거다. 언론은 이 프레임을 확장하기 위해 수많은 기사를 생산한다. 대중의 약점을 파고드는 행위가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보수언론으로 둘러싸인 구조적 환경이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의식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군대 문제로 남성 청년들의 피해의식을 키우고 젠더 갈등을 유발시키거나,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드는 식이다. 현재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변화시킬 운동이 필요하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실천 활동을 해야 한다. KEC지회의 경우 38 여성의 날 기념 활동을 매년 진행하고 있고, 남녀 임금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 등을 수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다.

 

= (남기정) 반페미니즘의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우리나라의 여성 불평등이 만들어낸 문제라 본다. 과거 우리의 할머니가, 어머니가, 또 주변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겪는 불평등과 박해와 피해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다. 이런 문제에 여성들의 페미니즘 운동이 활성화되자, 남성 우월주의 사상이 여성 혐오로 반응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밤만 되면 이웃집 싸움 소리가 들렸다. 살림을 깨는 소리, 술 먹고 언어폭력을 하는 남편, 가족들의 비명 소리, 날이 밝으면 아무렇지 않게 그 집 아줌마는 멍이 든 얼굴로 우리 집에 밥을 빌리러 왔다. 얼마 전 여성 노동자들의 고충을 인터뷰하다가 현재에도 과거에 못지않게 폭력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는 방음이 안 돼 온 동네의 가정사를 다 알았지만 현재는 방음이 잘되는 주거 공간에서 타인이 모르게 남성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과 아동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남녀가 평등하며 여성이 사회의 약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처음부터 남녀가 평등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이며 앞으로 풀어야 할 사회적 숙제라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성별 임금 격차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 임금 격차가 35.9%, OECD 회원국 중 임금 격차가 가장 컸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중위값 기준)32.5%OECD 임금 격차 평균(12.8%)2.5배다. 이는 임금 격차, 직장 내 성희롱 등 자본가들의 명백한 성차별에 우리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성차별 문제에 노동자운동이 부족했던 점은 무엇일까? 성별을 뛰어넘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성차별을 깨부수기 위해 노동자운동 내에서 극복해야 할 오류들이 있다면?

 

= (김진아) 금속노조는 강령에서 평등이란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부터 이미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여전하다고 본다. 가령 KEC지회에 여성지회장이 선출됐을 때 다른 사업장 상근 간부들이 술렁거린다든지, 지회장이 교육을 갔는데 지회장이 여성인 줄 몰랐다고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어느 노조에서는 여성 간부 말고 남성인 사무장이 와서 교육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KEC지회는 성차별(임금 차별, 성희롱)에 대응했던 경험이 적지 않은데, 정부 기관이나 기구들을 상대해 보면 심각한 문제의식과 한계를 느낀다. 자본과 이 사회의 성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노동자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단결을 만들기 위해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먼저 각자의 위치에서 인식하는 만큼 실천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간극을 이해하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며, 지치지 않고 이끌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KEC지회에서는 남녀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싸웠고, 요구안으로 단일호봉표를 만들기도 했다. 소수의 남성 조합원들은 남녀 차별 문제에 대한 법률 소송비용이 많이 사용된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남성 조합원들이 적극 동의하며 함께 해줬던 경험이 있다.

 

= (남기정) ‘학력이나 경력이 같은 조건이라면 남자를 뽑는다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차별이다. 여성은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결혼이나 육아로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구조적 차별이 있다는 것에 화가 난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 OECD가 관련 통계를 작성해 발표한 결과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보다 32.5% 낮다는 통계를 봤다. OECD 평균 12.8%와 비교하면 2.5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구조로 결혼 후 육아 문제에 아이 돌봄으로 임금이 낮은 여성이 희생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이것이 경력 단절로 추후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할 여성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나도 주변 동료들을 보면 이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들로 여성들이 비혼을 결정하고 저출생의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어째서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건지 묻고 싶다. 여성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남성 노동자들도 함께 일터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불평등을 갈아엎을 수 있도록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성운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 (변주현)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유리천장지수란 말도 처음 들어봤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며칠 고민해봤다. 노동자다운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노동조합을 뜯어놓고 보면 거기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그저 노동에만 집중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한 발자국 물러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라 본다. 여성은 남성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남성은 여성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그게 시작이 되지 않을까? 지금도 학생들부터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있는데 그보다 훨씬 오래된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성별 편견을 극복하는 교육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자본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남녀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예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면 노동자운동 내에서도 성차별적 관행이 줄어들지 않을까.

 

= (이영미) 몇 년 전 한 사업장에 여성과 남성 노동자 동일 기본급이 노조 요구로 올라온 적이 있다. 적극적으로 동의했던 여성 노동자들에 반해, 남성 노동자들의 경우는 설왕설래하더라. 사무실에 일하는 여성과 현장에서 일하는 남성의 기본급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면서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모습까지 있었다. 또한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임에도 식당 여성 노동자들을 거리낌 없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남성 노동자의 모습도 흔하다.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작동원리로 단결과 투쟁을 얘기하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는 그 단결의 주변부에 위치해 놓는 경우가 많다. 여성을 노동자운동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억압에 맞서 싸워왔던 민주노조 운동조차도 낡은 가부장제의 관습에서 온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갇힌 채 뒤처지고 있는 거다. 자기 이익에만 매몰되기 십상인 좁은 노동조합의 담벼락을 넘어 사회 전체를 바라보고, 사회 전체를 바꾸기 위한 투쟁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3·8 여성의 날을 맞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영미)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된 38 여성의 날이 지금은 캠페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들고 행진했던 빵과 장미의 의미도 많이 퇴색된 것 같고 말이다. 요즘엔 여성의 날에 여성 노동자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는 회사도 있다고 하더라. 심지어 정치인들까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며 장미를 들고 나눠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뭘 축하한다는 건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장미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투쟁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바뀐 게 하나도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여성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현장에서 파업을 하는 행동의 날로 3.8 여성의 날을 되살리고 싶다.

 

= (남기정) 여성의 차별을 말하라면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사례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차별 사례보다는 대책을 논의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게 남녀 차별에 순응하는 여성들을 위한 교육이나 평등한 사회생활을 자리잡게 하는 법률개정, 그리고 가장 여성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 육아 및 탁아시설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변주현) 사실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뭔가 여성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권리를 찾아야 해이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부당한 처우에는 개인적으로 맞받아치고 개기고 그랬다. 아마 내가 차별이 심한 사업장을 가보지 않아서,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무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렇게 질문을 받아보니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다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 (김진아) KEC지회는 언제나 우리가 인식하는 문제에 대해 목표를 갖고 실천하려 한다. 여성으로서 여성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다. 여성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남성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홀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인식의 성장을 위해 활동이나 사례를 서로 공유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KEC지회는 매년 여성의 날 사업을 해왔다. 남성들이 쓴 응원 메시지를 보드판에 붙여 여성들과 공유했고, 장미꽃 아치를 만들어 평등의 문을 통과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립밤 선물을 나눠주려고 한다.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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