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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판도라 상자에서 원전이 튀어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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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익 조회 2,514회 2022-03-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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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 유럽 최대 규모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을 러시아군이 포격했다. 포탄이 원전에 떨어져 6개 원자로 중 하나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관들이 총격을 받고 있어 화재 지역 근처로 접근할 수 없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만약 자포리자 원전이 폭발했다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되며 9,000명 이상이 암으로 숨지고 인근 생태계가 파괴된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10배 더 큰 재앙이 덮쳤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제국주의 전쟁의 참화만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이 갖고 있는 거대한 위험성을 다시 한번 대낮처럼 밝게 드러내고 있다.

 

부활하는 원자력 발전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세계 도처에서 원자력 발전을 부활시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친환경 분류체계)에 핵발전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적극 개발하려 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원전이 밀집된 고리 지역 반경 30km 이내에 340만 명이 살고 있는데 만에 하나 원전 사고가 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면서 부산 시민들은 머리맡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하나를 놔두고 사는 것과 같다.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탈핵 정책을 내걸었다. 하지만 20222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그는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면서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를 시급히 정상 가동시킬 것을 주문했다. 탈핵 정책을 강조하던 취임 초기와는 정반대로 주력 기저 전원”, “에너지 믹스 전환등의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원전에 대해 사뭇 달라진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과 윤석열로 가면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이재명은 아예 탈원전 정책대신 감원전 정책을 내놨다. 계획 단계에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까지도 추진 재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사실상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예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마디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후퇴가 일어나고 있는가?

 

후퇴의 배경은 간단하다.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EU가 최근 친원전 정책으로 후퇴하는 것은 우선 에너지 가격 폭등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원자력 발전을 허용해 전기료를 낮춤으로써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고 자본가 정부의 재정 부담도 줄이려는 것이다. 매장량이 고갈되면서 가격이 인상되고 있고, 환경파괴에 대한 대중적 반발에 부닥치고 있는 석유·석탄 등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탈출구로 원자력 카드를 꺼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제국주의 패권 다툼이 가세하고 있다. EU의 중심 국가인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며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채택했는데, 이것은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높였다. 이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미국과 EU의 제국주의 동맹 내에서 상당한 균열을 야기했다. 이 균열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성을 낮춰야 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원자력 발전 확대였다.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둔갑시켜,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확대한다면 러시아에 대항하는 미국과 EU의 군사적 동맹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최근 도입하려 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발전이 근원적으로 떨쳐버릴 수 없는 거대한 위험성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는 알리바이 뒤에 숨어서 원자력 발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탈핵 정책을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내내 원자력의 비중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20213월 한국전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발전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0.8%였다. 201823.7%로 저점을 찍은 원전 비중은 2020년엔 이미 29.5%를 기록하며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원위치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국민적 반발을 잠재우고, 기업들에 공급하는 전기료를 높이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의 결과였다. 탈원전 정책에서 남아 있는 건 사실상 2084년까지는 어떤 식이든 탈원전을 하겠다는 허황된 약속뿐이었다. ‘탈원전이 아니라 감원전을 하겠다는 이재명, 혹은 아예 친원전을 하겠다는 윤석렬 하의 차기 정부에서는 원자력 발전은 고삐 풀린 망아치처럼 미쳐 날뛸 것이 분명하다.

 

결국 모든 곳에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원자력 발전을 폐기해 노동자 민중의 안전을 보호하고, 친환경적으로 지구를 재생시키는 것은 자본과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고 있다. 자본과 제국주의는 전쟁·기후위기·원자력 등 모든 곳에서 거대한 위험을 계속 불러오고 있다.

 

위험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의 문제에서 근원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물론 과학의 장기적인 발전에 따라 안전성이 검증된 새로운 핵발전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까지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갖고 있는 과학적·기술적 능력으로는 원전의 거대한 위험성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도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학과 이성의 발전은 과학, 이성이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지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주의를 포함한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는 단기적인 자본의 이윤에만 집착하기에 이성의 역사적 유한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 결과 끊임없이 위험사회를 잉태한다. 이 위험은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 전체를 위협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오만은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에너지 생산의 문제나 환경 문제, 안전성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자원고갈, 환경파괴, 거대한 재앙 등의 위험성을 불러온다. 그 한 부분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이나 전쟁과 같은 인위적 재난 등에 대한 근원적 방어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자본주의는 위험천만한 원자력 발전을 도입했던 것이다.

 

안전성에 대한 근원적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들이 꺼내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현재의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소형인 원자로를 만들면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규모가 작아진 원자로는 그만큼 위험이 줄어들기는 할 것이지만 그건 위험성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사이즈만 줄여놓을 뿐이다. 대신 기존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이런 소형원자로는 엄청나게 많은 수로 지어야만 한다. 이건 개별 원전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의 사이즈는 줄이되, 원전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림으로써 위험의 범위를 거대하게 넓히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기에 불과하다.

 

친환경 에너지?

 

그러한 안정성의 문제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기에 자본주의 지배자들은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든다. 가령 EU 집행위는 화석연료 에너지는 원전의 27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원자력은 탄소배출량이 대단히 적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파괴의 문제는 단지 탄소배출의 문제만으로 좁혀 접근할 수 없다. 사용한 원자로와 방사능 폐기물은 엄청나게 오랜 기간 방사선과 열을 방출하므로 주변 생태계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파괴되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이기는커녕 주변 생태환경을 거의 영구적으로 파괴하고 되돌릴 수 없게 훼손하는 게 바로 원자력 발전인 것이다.

 

경제성?

 

이러한 치명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원자력 발전을 정당화해왔던 핵심 논리는 바로 경제성이었다. 비록 안전성이나 주변 생태계 파괴의 문제점은 있더라도,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에너지원이고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근거조차 대단히 허약한 것이었다.

 

자원과 환경 등에서 우리의 관점은 미래의 세대를 희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자원은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의 공동 소유물이기에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우리는 에너지원의 경제성 정도를 미래 세대를 포함한 인류 전체의 이해의 관점에서 따져야만 한다. 이러한 각도에서 보자면 핵발전은 현재 세대의 이익, 그것도 거대한 위험을 대가로 한 이익을 위해서 미래 세대의 이익을 갈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점에서 보자면 핵발전의 경제성도 핵폐기물의 장기적 보관 비용을 감안해 따져야 한다. 핵폐기물 보관 시설과 인력, 폐기물 보관 지역의 경제활동의 제한성 등 비용을 고려하면 핵폐기물이 안전해지는 초장기적 시간 동안 천문학적 비용이 투여된다. 이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발전의 경제성을 검토한다면 핵발전은 결코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규정할 수 없고, 오히려 대단히 값비싼 에너지원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원들의 개발과 생산에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사이의 경제성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그 결과 이제 단기적 측면에서도 핵발전의 경제성 우위를 말하기 어려운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가령 태양광 발전에 비해 원자력 발전은 10배 이상의 경제성을 가진 단계에서 최근에는 2배 정도 경제성 우위로 그 간극이 좁혀졌고, 최근 더욱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제 영구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핵폐기물 보관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핵발전의 경제성을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발전에 비해 유일하게 우위에 설 수 있는 영역으로 거론되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지속성도 근거가 사라지고 있다. 일조시간이나 바람이 부는 시간에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재생에너지의 한계가 이러한 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해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연료전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만 번 양보해서 원자력 발전이 역사상의 제한된 시기에 일정한 불가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불가피성의 근거는 이제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안정성과 환경성 모두를 충족하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들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그것이 경제성의 측면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인 선택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형편없는 대체물이다. 대규모 원전에 비해 이 소형모듈원자로는 Kw당 생산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기 때문이다. 결국 소형모듈원자로는 안정성 문제로 몰락 위험에 직면한 원자력 자본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발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탈원전을 향해 앞으로!

 

친환경, 안전성, 경제성 모든 각도에서 검토했을 때 탈원전은 유일하게 정당한 정책이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 및 연료전지와 같은 전기 저장 기술을 이미 충분히 발전시키고 있고 완성시키고 있는 현 단계에서 탈원전은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단기간 내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로 등장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및 연료전지 분야에 정부 재정을 10년만 집중 투입하더라도 지금의 원자력 발전의 대부분을 해체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2084년이 아니라 최단기간 내 탈원전을 실행하라!”, “최단기간 내 탈원전을 위한 탈원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사회적 재원을 신재생에너지에 집중 투입하라!”, “가동이 중단된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라!”

 

그것을 위해서 사회적 재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여기서 사회적 재원은 민간 전기료 인상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제껏 탄소의 대부분을 마음껏 배출하면서도 저렴한 산업전기료로 노동자 민중을 강탈해 더 많은 이윤을 축적해온 자본가들에게 그 비용을 청구하면 된다. 이처럼 사회적 재원은 충분하다. 문제는 탈원전의 명확한 의지다.


그런데 한 줌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봉사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자들은 탈원전을 할 의지가 없다. 대중의 압력에 의해 탈원전을 받아들이는 지배자들도 그 비용을 노동자 민중에게 청구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탈원전은 오직 자본주의 지배자들과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노동자 민중 자신의 투쟁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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