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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도끼자루로는 장작을 팰 수 없다 - 제대로 싸우려면 기아차 취업사기, 삼성탄원서 사건 등에 단호히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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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조회 6,645회 2018-06-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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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타이밍

 

530일 언론은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기아차광주지회) 전직 부지회장과 전직 대의원이 연루된 대규모 취업사기 사건 3개를 크게 보도했다. 전직 부지회장과 대의원은 기아차 정규직 또는 기아차 사내하청업체 직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는 사기를 쳐 수십 명에게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들의 채용비리는 2004년과 2014년에도 터졌다.

 

사실 취업사기 소문은 올해 1월에 이미 퍼졌다. 그런데 마침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에 맞서 투쟁태세를 뒤늦게 갖추자마자 이 사기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 폭로되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조직하던 201611월에도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이 연루된 취업비리가 공개되기도 했다. 현대차에서도 불법파견 철폐투쟁 등 중요한 투쟁이 있을 때마다 취업비리가 공개됐다.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민주노총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투쟁의 정당성과 기세를 꺾고 사회적 지지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치밀한 기획은 문재인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를 늘리고, 대기업 노동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 저임금 자동차공장 신설과도 맞물리고 있다.

 

취업사기 보도가 나오고 이틀 후, 많은 언론에선 광주시가 추진해 온 신규 자동차공장 건설 관련해 현대자동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임금을 현재 자동차업계 절반 수준인 연봉 4,000만 원 정도로 낮춘 광주형 일자리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에 대한 현대기아차지부의 반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썩은 도끼자루로는 장작을 팰 수 없다

 

자본가, 검찰, 경찰은 노조 비리를 쌓아두고 있다가 필요할 때 터뜨린다. 그때마다 노동자들은 비리 폭로의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투쟁 기세는 약화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자본가들이 터뜨리기 전에 노동자들이 먼저 터뜨려 악성종양을 도려내야 한다. 비리를 밝혀내고 정화할 수 있는 능동적 주체로 현장 노동자들이 일어서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래야만 더 강력한 단결과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이 후퇴하면서 이미 드러난 비리와 타락마저 옹호하거나 적당히 눈감아주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본과 정부는 이 빈틈을 기민하게 파고든다. 최근 금속노조 경기지부 간부 조건준이 노조파괴 살인자인 삼성전자서비스 최평석 전무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조건준은 20141 1 블라인드 비공개교섭 당사자가 최평석이었다는 사실을 법원에 증명해 줄 테니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거래를 제안했다. 이런 행위에 대한 금속노조 징계가 일정에 오르자, 조건준은 반성하기는커녕 자기합리화에 나섰다. 노조파괴에 맞서 온 몸 바쳐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기만하며, 최종범 염호석 열사의 숭고한 희생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피눈물나는 투쟁의 의의를 지워버리는 이 추악한 거래행위를 교섭전술로 포장하고 있다.

 

도대체 민주노조운동에서 조합원 몰래 사측 노무관리자를 만나고, 또한 조합원이 토론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사측에게 제기하는 교섭전술도 있었던가? 도대체 누가 조건준에게 노조파괴 범죄자를 몰래 만나며 추악한 거래를 제안할 권한을 주었는가? 그런데 일부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 재벌과 노조파괴범을 위해 움직인 배신행위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직고용으로 직진함으로써 무노조 삼성에서 민주노조 깃발을 세우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며 조건준의 배신행위를 감싸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금속노조는 65일 조건준에 대한 징계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타락의 최고정점에 있는 이런 행위조차 단호하게 징계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의 권위와 원칙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사회적으로 지지받는 단호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630일로 예고된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 다수 노동자를 참여시키려는 노력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관점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을 세워내야

 

정치적 목적의 수준을 낮추면 불가피하게 도덕적 쇠퇴가 일어난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꿈꾸는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운동의 정신이 희미해진 사이에 오직 나 자신, 내 공장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것도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는 조합주의와 실리주의가 넓게 퍼졌다. 조합주의와 실리주의는 노동자운동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금속노조가 2년 만에 자동차판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인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지만 현대차판매위원회, 기아차판매지부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 단결의 대의와 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온갖 비리와 음모가 활개 치면서 도덕적 타락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전체 노동자의 공동이익을 전면에 내세운 노동자 단결투쟁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순간, 도덕적 타락은 필연적이다. 예를 들어 오직 자기 사업장의 이익만 내세운다. 그다음은 오직 정규직의 이익만 내세운다. 그다음은? 오직 자기가 속한 부서의 관점을 내세우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정신의 마지막 종착지는 어디겠는가? 바로 이익만을 앞세우는 것이다. 거기서 최악의 도덕적 타락이 일어나고, 노동자의 단결은 급격히 해체된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지향해야 할 도덕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모든 노동자는 하나고, 노동자 동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정신이다. 이 정신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의 시초인 전태일 열사가 삶과 죽음으로 대변했던 정신이다. 이러한 노동자의 도덕성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서 타인들을 짓밟고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자본가계급의 도덕성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정말 지독한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했고,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데, 구미지부 간부 임강순은 KEC 투쟁이 한창일 때 KEC 주식을 대량 구입했다. 노동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단호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에서는 민투위 출신 수석부지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사측과 술자리를 가져 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대한 처리 역시 용두사미다.

 

이런 병균들을 단호하게 도려내는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상층에서 이런 타락이 만연해 가는 상황에서는 민주노조의 생명줄인 현장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부패도, 최악의 계급배신행위도 대충 묵인되는 지경까지 왔다. 이런 상황을 시급히 극복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은 심각하게 허물어질 것이다. 적들에게 이용되는 차원을 넘어서, 현장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운동을 향한 희망을 거두는 가장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우위 - 승리를 위한 제1의 조건

 

이제야말로 정부와 자본과의 거래와 유착, 비공개교섭, 투쟁회피 같은 노동자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대해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당장 내 자신의 이익, 내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이 처참하게 파괴하는 일도 그냥 묵인하고 방관하지 않았는지, 모든 활동가들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당장의 실리, 당장의 인간관계, 당장의 조직보전 논리에 매달려 전체 노동자운동의 미래를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헌납하지 말자.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부는 더더욱 정규직 이기주의 등 민주노조운동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오류와 실책을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통해 재탄생한 민주노조운동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어떠한 공세라도 이겨나갈 수 있다.

 

도덕적 우위’, 바로 이것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다. 확고한 도덕성은 적들의 기세를 꺾는 첫 번째 무기다. 다른 무엇보다도 확고한 도덕성은 민주노조 조합원들이 스스로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민주노조가 바로 자신의 조직임을 확인하는 결정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조직과 투쟁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노동자부대는 어떠한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전진할 것이며, 기필코 노동자해방이라는 승리의 고지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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