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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0%만 살리자고 한 게 아니다 -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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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리 이청우 조회 5,430회 2022-01-2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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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된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싸워왔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단식까지 했던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죽음이 좀 줄어들었다면 감회가 남다를 거 같은데, 오히려 지금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서 법 시행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기업살인법이 먼저 시행된 영국도 금방 사망 숫자가 줄어든 게 아니고 차츰 줄어들었다고 얘기 들었으니까 우리나라도 그러길 바라고 있다.

 

법 제정 당시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반대했는데,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이 법을 없애려고 엄청 시도를 하지 않을까 이런 우려도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도 산재 사고가 줄어들지 않게 되면 봐라, 이렇게 해도 안 되지 않냐이러면서 이 법이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크다.

 

더구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후에나 적용됩니다.

 

사업장 규모별 차별이 없도록 개정 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법 제정할 때도 중대재해의 80%5인 미만,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냥 통과가 돼 버렸다. 저는 엄청 낙담을 했었다. 이 법이 진짜 20%만 살리자고 한 게 아닌데, 앞으로 80%의 죽음을 계속 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 행태로 봤을 때 국민들의 안위는 눈 밖에 있구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이 법은 10만 명의 국민 동의 청원으로 올라간 거였는데, 그냥 자기들이 발의한 것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이 사람들이 진짜 국민들을 우습게 하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김용균을 포함해 수많은 산재 희생자들, 그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통해 산재사망은 기업 살인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업들이 하도 경영이 위축된다, 과잉 처벌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니까 국민들도 좀 흔들릴 것 같기도 하다.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진짜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고 사는 것 자체가 팍팍하기 때문에 어차피 이래도 죽을 판이고 저래도 죽을 판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한국은 이윤 추구만 해왔고, 빈부격차가 심해졌고, 사람 죽는 거를 당연시하고, 개인의 실수로 몰고 갔다. 세계 경제 강국이라고 했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제는 사회적 인식도 변화됐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법제도 개선으로 나라 전체를 바꾸는 게 시작된 거다. 사고 예방과 안전 관리 책임을 사업주에게 정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이게 어느 한 곳에서만 뭘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닌 거 같다. 용균이 투쟁을 통해서 알게 된 게 여러 기관이 같이 움직여야만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것이었다. 나라 전체가 광범위하게 바뀌어야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사업주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 사실 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노동자들한테 힘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법이 만들어져도 현장에 힘이 없으면 소용없다. 나는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에 대해 교육하고, 노동자들의 힘이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려도 제대로 방향이 잡혀 나가길 바란다.

 

대부분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희생자가 비정규직이어서 특히 마음이 안 좋으실 것 같습니다.

 

나는 용균이가 축소판이라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은 그냥 사람 취급 못 받고 기계 부품 취급이다. 용균이는 사람 대접 못 받았다. 얼굴 새카맣게 먼지 뒤집어쓰면서 노출된 회전체 앞에서 일하고, 그 안에 컴컴한 데 들어가서 폰으로 비춰가면서 사진 찍어 보고해야 했다. 노출된 회전체에 옷이 끼기라도 하면 당연히 사고가 날 텐데도 그렇게 일 시킨 거 보면 인간 취급을 안 한 거다. 이런 죽음들이 용균이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라서 나는 우리나라 모든 장소가 다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전불감증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고 사회 자체가 안전하지 않고,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건설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면 본인도 좋고 사고 날 우려도 없지만, 공기 단축 압박이 심하니까 안전을 갖춰서 일하면 속도도 느려지고, 돈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못하는 거다. 아파트를 하나 짓는다고 하면 건설사들 이익이 어마어마한데, 안전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돈이 사실 몇 프로 안 된다. 하지만 그것까지 줄여서, 사람 죽여가면서까지 이익을 가져가겠다 이런 거다.

 

회사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로펌 쪽에서 영입을 많이 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 동안 이익만을 추구해왔으니까 그걸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최근 한익스프레스 사건 원청 무죄, 문중원 열사 사망 마사회 책임자 무죄, 이선호 군 사망 사건 원청 책임자 집행유예 선고 등 법원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용균 사망 책임자 재판 선고도 앞두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결, 그리고 사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많이 불안하다. 앞 재판에서 책임자 처벌이 좀 제대로 됐으면 용균이 재판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불안하다. 하지만 책임자들에게 무죄가 나오든 유죄가 나오든 계속 싸울 것이다. 무죄가 나오면 더 열심히 싸울 의지가 생길 거고, 유죄가 나오더라도 너무 약한 처벌에 대해 항의하며 싸울 것이다.

 

재판장 안에서 진짜 이게 민주주의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태평양(사측 변호 로펌)이나 사측 사람들, 배웠다고 하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치가 떨렸다. 앞뒤도 안 맞는 얘기를 막 내뱉는다. 법원이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데 너무 형편이 없다. 그냥 권력층을 위해 이용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판사가 은퇴하면서 자기 재판 중에서 실제로 정의 구현한 게 20% 정도라고 얘기했다는 걸 들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고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공부만 해온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공부 잘한다고 사회에 나와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잘못됐다. 그러면서 법을 신격화하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한다.

 

1심 재판 때는 사측에서 말 같지 않은 말을 해도 크게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할 때까지 해봐라. 니네가 얼마나 민낯을 드러내는지 한번 보겠다이런 생각이었다. 2심에 가게 되면 태평양이나 사측의 행태를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끌어내리겠다는 마음이다.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경남지회 총회에서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 등 책임자들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받았습니다. 김미숙 대표님과 공유하는 여성, 엄마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자본가로서의 정체성이 더 큰 것이겠지요.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서부발전이 여성기업을 지원해왔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여성 기업인들이라면 결국 저와 같은 여성이고, 자식을 키우는 입장일 텐데, 이렇게 죽음을 막자고 하는 재판에 책임자들 선처하라는 탄원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서부발전에서 이런 탄원서를 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관련해서 국민의힘 윤석열은 폐지를 얘기하고, 민주당 이재명은 10대그룹 CEO와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식의 얘기를 했습니다. 이번 대선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이재명 후보는 어렸을 적 소년공 시절 산재 당한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어제(125) 토론회에서 민주당에서 나온 사람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고 노력하겠다 정도로 두루뭉술하게만 얘기했다. 그런 얘기는 다 할 수 있는 얘기고,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얘기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는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올바로 살고 법에 어긋나지 않게 살면, 각자가 다 그렇게 살면 되고, 나라도 당연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정치도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균이 일을 겪고 싸움을 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굴러갔다.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우리가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밖에서 우리가 얼마나 요구하고 싸우느냐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우리 단결이 강해져야 한다. 그게 정치 밖에서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자들 이런 질문도 한다. 국회 안에 들어가서 정치를 할 생각 없냐고. 저는 지금도 정치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대표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워오셨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바람이 있으시다면?

 

비정규직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용균이랑 같다고 생각한다. 해고에, 직장도 제대로 못 구하고, 제일 밑에 있는 사람들. 생활고와 갑질, 차별로 자살하는 사람들. 사람을 옥죄고 못살게 만드는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말처럼 쉽게 되는 건 아니다.


결국 이 답은 노동자들이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구조 내에서 부당한 것을 얘기하고, 단합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다 들고 일어나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용균이를 위해 함께 싸워준 비정규직 분들, 너무 장하고 고맙다. 애틋하다. 당장 눈앞에 싸움의 성과가 잘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널리 퍼져서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거고, 그게 봇물 터지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다치지 않고, 힘 잃지 않고 계속 싸워주셨으면 좋겠다. 같이 싸워나가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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