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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번역 I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 허풍도 최후통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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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양준석 조회 16,519회 2022-01-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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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편집자 주  이번 겨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또다시 대규모 군대를 집결시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위기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하라고 미국과 유럽연합에 요구하며 긴장 국면을 풀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분석한 이 글의 원문은 지난해 연말에 게재된 것이지만,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국면이라 충분히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번역해 옮긴다.

원문 기사 

The Conflict between Russia and Ukraine Is Neither Bluff nor Ultimatu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 명의 군대를 배치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푸틴에 대항하기 위해 NATO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이다. 설령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자국 방위를 위해 불가피할지라도,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우리는 전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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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의도가 과연 뭐냐는 추측이 무성해졌다. 러시아는 양국 관계가 계속 악화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수만 명의 병력과 막대한 양의 군사 장비를 집결시키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국경에 있는 러시아군의 수를 10만 명으로 추산한다. 2021년 봄에도 비슷한 수의 병력이 군사훈련을 위해 집결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사뭇 다른 것 같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러시아의 방위에서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널리 알려진 국제문제 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이렇게 요약한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갖는 두려움의 핵심이다. 우크라이나 국경은 모스크바에서 불과 수백 마일 떨어져 있어서 적의 손에 들어가면 큰 위협이 된다. 한달음에 공격할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러시아의 이런 뿌리 깊은 두려움을 미국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러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공격적이고 위험한 계획을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에게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가치는 러시아로 하여금 모든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에게 굴복하든지 아니면 전면적인 침공을 감수하든지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옮긴이) 미국에겐 최우선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 아니지만, 러시아에겐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는 러시아에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는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이 성공한 2014년 이후 더욱 중요해졌다. 유로마이단은 유럽마이단의 합성어인데, 201311월 정부가 유럽연합과 체결하려던 협정 서명을 연기하기로 결정하자 키예프 마이단 독립광장에서 시작된 일련의 시위 물결을 가리킨다. 유로마이단 운동은 (복잡한 전개 끝에) ‘친러시아로 간주되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부를 무너뜨리고 친서방 정부를 등장시켰다.

 

그러자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극우 무장세력이 포함된 돈바스의 친러시아민병대를 공공연히 지원했다. 이것은 다시 우크라이나 주민들 사이에서 친 NATO 감정이 강화되고 그 결과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조직이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러시아는 (특히 유럽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침략 가능성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국방 전략의 핵심이라 할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력을 많은 부분 상실한 새로운 현실에 부딪히게 됐다.

 

러시아는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러시아는 미국 동맹세력에 맞서 바샤르 알-아사드 편을 들며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서방 세력을 상대로 협상력을 얻으려고 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리비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문제들에 개입한 동기에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서방 열강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었다.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에,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후원하는 유럽과 특히 미국에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로 결정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지역적 요인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해 10월 돈바스에서 반군에게 터키산 드론을 사용한 것이다. 터키산 드론은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에게 승리를 거두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 정권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 행동을 도발을 넘어선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했다. 왜냐하면 이는 지상의 세력균형을 바꿀 수 있으며, 그것은 러시아 입장에서 레드라인을 넘어선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현 태도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다른 국제적 이유들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려는 일환으로 인도-태평양지역으로 지정학적 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거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어떤 것도 피하려 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더 나아가 많은 분석가와 조언자들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면 러시아와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방어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가 있다. 그러나 푸틴은 미 제국주의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

 

가스 가격의 상승은 러시아에 유리한 입장을 가져다준 또 다른 요소인데, 이번에는 유럽연합이 그 상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직송하는 노르드스트림2’라는 새 파이프라인 가동에 대해 유럽 각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르드스트림2가 개통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상업적·지정학적 측면 모두에서 이점을 얻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한 것처럼,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독일 당국이 우크라이나 대신 발트해 연안을 통과하는 노르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통한 서유럽 가스 공급을 허용하면 가스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에 대해 운송료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바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소장인 드미트리 트레닌은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글에서 “2021년이 끝나갈 무렵러시아 당국이 미국에 전달한 조약안을 인용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군사 충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요구 사항 목록을 미국에 전달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에게 전달한 조약안에서 러시아 정부는 NATO의 동쪽 확장 공식 중단 구소련 영토에서 NATO(기지·무기체계 같은) 군사 기반 시설 확대 영구 동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중단 유럽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요구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만일 이러한 위협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크렘린은 군사 행동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합병할 생각은 없지만 우크라이나가 최소한 중립을 지키면서 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임을 서방 열강이 보증해 줄 것을 원한다. (오늘날 매우 멀어 보이는 전망이다.) 그러나 뭔가 중요한 걸 잃거나 얻지 않는 한, 서방은 러시아의 요구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러시아를 상대할 중요한 수단을 버리는 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강경입장을 유지한다면 NATO는 이 문제에 대해 자체 모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해 드미트리 트레닌은 <포린어페어즈>에서 다음과 같이 이어 말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대치 상황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가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NATO 국가들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규탄하면서도 동시에 NATO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를 방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보복 위협도 (경제) 제재로 제한했다.”

 

이것은 NATO가 러시아의 도발적인 태도를 군사적 관점에서 관찰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흑해에서 무기 배치, 훈련 임무, 군사 행동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음을 뜻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모든 징후가 말해주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반군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과 같이 최소한의 레드라인을 넘는 경우에만 러시아 정부가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러시아는 최후통첩을 던지지 않고 추가 회담의 문을 열어두면서 서방 제국주의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주요 수단으로 군사 동원을 사용할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결정은 러시아에 큰 위험을 안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데에는 병참·자원·재정 측면에서 장애물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장애물은 정치적·지정학적 측면에 있다. 한 나라를 침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 비교적 쉽게 군사적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체제를 영속화할 수 있느냐다.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매우 빠르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으며, 점령군 측에게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민족주의 감정은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저항에 나서도록 촉발할 수 있다.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 침략이 그런 것처럼, 러시아는 적대적인 우크라이나라는 수렁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다.

 

또 다른 정치적 문제가 있으니, 러시아 내부 문제다. 러시아 주민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준비돼있고 찬성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자신이나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기만하고 설득하는 데 지쳤다. 물론 러시아의 순응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호전적인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호전성은 텔레비전 토크쇼에서 떠드는 선전이거나 온라인에서 증오를 표출하는 언어일 뿐이다. 어떤 순응주의자들도 대규모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징집은 사회계약의 일부가 아니다. 특히나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가 가속화되는 시기에 말이다.”

 

올해(2021),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가 극적으로 증가해서, 러시아인을 걱정하게 만드는 주요 문제를 보여주는 레바다 센터 목록에서 (전쟁에 대한 공포가 옮긴이) 견고한 2위에 올랐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함께 대두된 또 다른 공포는 점점 더 가혹해지는 정치 체제, 대중에 대한 억압, 자의적 통치에 대한 두려움이다. 러시아 정치체제의 권위주의화는 감춰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 정권은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서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가 부분적인 공격이나 공중 폭격 또는 돈바스지역 반군에 대한 지원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면적 침략만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우크라이나 문제는 푸틴 정권이 침략이나 공격 가능성에 대해 허세를 부리기에는 너무 심각한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분명히 남아 있음을 뜻한다. 전쟁은 푸틴이 다른 대안이 없거나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큰 정치적 이득의 가능성을 볼 경우에만 촉발될 것이다.

 

이 위험한 상황에서 어느 쪽도 인민과 노동계급을 위한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서방 제국주의 열강은 러시아의 오만함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대해 위선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대한 속박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서방과 푸틴 모두 자신들의 국제적 경쟁에서 우크라이나를 볼모로만 바라볼 뿐이다. 푸틴 정권은 반제국주의적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푸틴 정권은 러시아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옹호할 뿐이다. 설사 그것이 다른 나라 인민들을 예속시키는 것을 의미할지라도 말이다.

 

혁명적 국제주의 입장은 이러한 전쟁 도발과 위협을 전면적으로 반대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 노동자·인민과의 완전한 형제애 속에서 행사되는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무조건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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