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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의 ‘위문편지’ - 여성의 성적 대상화 부추기는 국가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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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조회 1,935회 2022-01-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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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여학생의 위문편지논란

 

진명여고의 한 학생이 군인에게 보낸 위문편지에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저도 이제 고3이라 뒤지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인을 비하한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있는 한편, 여고에서 미성년자인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쓰도록 강요당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의 동의가 14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학생의 무례함이 아니라, 여학생이 장병을 위로하는 위문편지를 써야 했던 까닭이다. 학생들은 편지 작성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봉사 점수가 달려 있어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 마지못해 위문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반발에도 위문편지 작성을 강요한 학교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은 무례한 표현이라고 불리는 편지를 쓰는 것이었고 교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군대의 억압적 기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학생들에게 위문을 강요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고생하는 군인들을 위로하는 당연한 행사?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군대에서 남성들은 상명하복을 위해 철저히 위계화된 조직체계에서 생활해야 한다. 사람마다 약간은 다르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은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폭력을 참고 수치심을 느끼고 견디도록 학습된다. 군대는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에게 폐급’, ‘고문관이라는 별명으로 폭력을 가함으로써, 획일화된 남성성을 가진 동일한 집단으로서의 군대의 폭력을 견디거나 가하도록 학습시킨다.

 

군대는 군 복무로 인한 스트레스, 억압을 풀어주는 수단으로, 그리고 집단의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도구로 왜곡된 성 담론을 사용하기도 한다. 군대 내 음담패설이나 성매매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게이냐?’라는 식으로 부당한 동성애 혐오와 맞물린 비난을 퍼붓는 게 보통이다. 국가는 군대 내 스트레스, 폭력의 해소 수단으로 군인의 성을 활용해왔고, “위문 문화는 군 사기 진작을 위해 필요하도록 조장되고 재생산됐다.

 

군대 내에서는 위문 문화의 주인공으로 자연스럽게 여성을 떠올리도록 학습된다. 위문 문화의 주인공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있긴 하고 위로라는 의미에는 어떠한 성적인 의미도 없지만, 실제 위문 공연, 위문편지 등 위문 문화를 바라보는 군인들의 시선은 다르다. 단순히 노출이 심하거나 무대가 선정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위문 문화는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풀어주고 노고를 보상해주는 대상으로 소비하게 한다. 군 위안부도 사기 진작을 위한 군인들의 성욕 해소라는 명분으로 운영됐다.

성적 대상화재생산하는 국가와 학교


여성에게 군인을 위로하는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뜻한다. 여성에 대한 이런 시선은 여성을 잠깐의 유흥으로 소비하게 할 뿐이며, 여성이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 2013년 한 전역자는 위문편지에 관해 여고생 편지는 다 고참들 것, 이등병은 초등학생 편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위문편지를 보냈던 한 여중생이 군인에게 스토킹을 당했고, 딸기우유와 함께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발도 있다. 진명여고의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에서도 진명여고 학생으로서의 긍지를 살릴 수 있는 내용, ‘진명여자고등학교를 쓰도록 한다라는 내용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위문편지 작성 유의사항에는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단 걸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위문편지가 논란이 되자 진명여고는 1961년부터 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며,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고 해명할 뿐이었다. 그리고 국방부는 60여 년 동안 이어온 위문편지 논란에 대해 학교랑 교류를 하는 여고는 다 각 부대에서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번 논란이 있기 전부터 다수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해당 봉사활동에 의문을 제기해왔으나, 학교 측은 해당 봉사는 강제가 아니었다며 학생이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둘러댔다. 오히려 학생의 증언이 거짓말로 호도되었으며, 해당 학생의 개인 신상정보까지 유출되어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학생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조롱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사진을 합성해 도 넘는 성희롱을 가하고 있으며, ’적은 하나인데 자살 못 시키면 부끄러운 것이라며 마녀사냥까지 서슴지 않는 형편이다. 이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에 해당한다. 사전에 위험성을 알고도 묵인해온 진명여고의 잘못된 대응으로 학생은 도 넘는 성착취를 당하고 있지만 국가나 학교의 어떠한 제재도 없다. 국가와 학교가 여학생의 2, 3차 피해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여성은 남성을 만족시키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의 성적 쾌락을 충족시킬 도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성적 대상화’, ‘여성혐오는 위문 문화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성적 대상화는 남성들 사이에서 계급, 계층을 떠나 만연해 있으며, 특히 일터에서 더욱 증폭돼 여성 노동자에게 고통을 준다. 뿌리 깊은 성차별이 노동과 자본 사이의 모순과 결합되어 발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많은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겪고 있지만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대부분이다. 여성에게 성희롱 고발 문제는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기 일쑤다.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다가 직장에서 쫓겨난 사례가 허다하다.

아시아나 항공의 박삼구 회장은 기 받으러 왔다며 여자 승무원들을 껴안는 성추행을 서슴지 않았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간호사들에게 강제로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으며, 이들에게만 크리스마스 머리띠 착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수많은 직장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노동자가 아니라 여전히 남성들을 만족시키는 존재로 남아있다. 불합리한 성적 차별과 억압에 맞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남성 노동자들부터 여성 노동자들을 성적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함께 싸워나가야 한다. 남성들은 군대라는 엄청난 경험 속에서 여성혐오 문화를 체득해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성적 억압에 공감하고, 그들과 함께 저항해야 한다. 여성을 단지 남성을 만족시키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 그를 통해 남녀 노동자들이 분열되는 것만큼 자본이 바라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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